제가 그래요... 왜 그렇게 생각하냐면요
제 인생을 뒤돌아보면 정말 신이 있어서 저를 막 훈련시키고 조련하는 거 같거든요.
제가 젊었을 때 교만했거나 건방떨었거나 타인의 마음을 무시했거나 하는 그런 잘못들을 저질렀는데
그에 대한 벌(?)이라고 해야 하나, 그 당한 사람들과 똑같은 입장을 꼭 당해보게 돼요.
철없을때 돈걱정 없이 살면서 마트나 백화점에서 무이자 할부 몇개월로 결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당장 돈이 없으면 사질 말지..' 이렇게 살짝 무시하는 느낌을 가졌었어요.
저는 통장 잔고에 늘 넉넉하게 넣어두고 백만원이든 오백만원이든 일시불로 결제했거든요.
카드를 사용하는 이유는 소득공제때문일 뿐이었죠.
근데 지금 저는 돈에 쪼들리면서 뭐 하나 사지도 못하고 무이자 할부만 기웃거리고 있네요
또 있어요.
예전에 엄마 힘든거 알면서 못되게 굴던 거, 힘든거 싹 모른척하고 나만 편하려고 했던 행동들..
이제 제가 엄마 입장이예요.
엄마가 체력적으로 지쳐서 저에게 푸념처럼 한탄처럼 하셨던 외마디 말씀들을 이제 제가 하고 있네요.
이것뿐이 아니예요.
서울 부자동네에서 살면서, 같은 과 선배 어머니께서 식당에서 일하셨다는 말씀을 들으면서
속으로 '얼마나 능력이 없고 재주가 없으면 그러고 살까' 하고 살짝 무시하는 생각 가졌었는데
이제 제가 마트나 식당같은데에서라도 일해야 하나 생각중이예요. (자리도 없지만)
정말 신이라는 존재가 있어서 저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고 있는걸까요?
그건 참 고마운데, 반면에 저는 앞으로의 인생이 너무 무섭고 한심하고 그래요.
이미 40 중반인데 제 인생은 이제 망해버렸다는 생각.
더이상 일어설 기회가 과연 있을까 싶은 느낌.
어떻게 보면 인생의 이런 저런 깨달음을 얻은 것만으로도 성공한 거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확실히 저는 예전 젊었을 때의 저보다 더 겸손하고 더 지혜로와지고 더 너그러워진 건 맞거든요.
하지만 이제 저는 쾌적하고 여유로운 동네에서 맛있는 커피와 케익들을 골라 마시고 먹으며
강남 오만 맛집들 다 찾아다니면서 맛보고 친구들과 즐기고
백화점에서의 쇼핑들, 수준 높은 공연들, 해외여행, 이런 것들과는 영영 이별이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들어요.
40중반이니 앞으로 70 정도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25년을 정말 어찌 살아야 할까요...
제가 살아오면서 가졌던 교만하고 배려없는 마음들이
제 인생 전체를 걸고 벌을 받을만큼 그렇게 큰 잘못이었을까요?
아니면 그냥 우연히 맞아 떨어진 것 뿐인데 제가 괜한 죄책감으로 연결지으면서 힘들어 하는 걸까요?
주말이라... 걍 뻘글 한번 날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