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부모님이 자주 싸우셨어요.
위로 오빠가 하나있는데 밖으로만 도니 집에만 있는 제가
모든걸 다 지켜보며 두분 화해도 시키고 야단도 치며 그렇게
지냈어요. 지독한 시집살이를 하시는 엄마의 감정의 휴지통으로
쭉 살다보니 어린 나이에 사람이 싫고 세상이 싫더군요.
6학년말에는 혼자 있게 되면 두꺼운 전화번호부 책을 뒤져서 수녀원의 전화번호를 다 적었어요.
전화기를 들고 제가 지금 가겠다고 말하고 평생을 아무말도 안하고 기도만 하면 되는 수녀로 살고 싶었어요.
어려서인지 전화기를 매번 들었다 놨다 반복하다 중학교도 가도 고등학교도 갔지요.
엄마 아빠가 돈때문에 싸우게 되면 서로 한달이고 서로 말을 안하더라구요.
처음에는 가운데서 별짓을 다해봤지만 소용없더군요.
그래서 친구중에 엄마 아빠가 사이가 좋은 부족한것없이 반짝 거리는 아이들이
다 싫었어요. 그런아이가 짝이 되면 저는 그아이와 말을 안했어요.
다른 친구들이 너 왜그래 물을정도였고 1년이 지나도록 짝은 투명인간 취급이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그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다른 이유는 없었어요.
그아이가 엄마랑 아빠랑 싸웟다고 투덜거리는데 다듣고 보니 사랑싸움을 해서
보기가 역겹다~~~ 이런 내용을 이야기하는 순간 그 아이와 말을 하기가 싫었던거지요.
그후 대학 가서는 두살이나 많은 언니와 같은 동네 살아서 같이 단짝을 이루어 다니는데
저는 성격이 털털한데 비해 그 언니는 마르기도했지만 계속 약한척에 모든지 다 남자들에게
미루는 거예요, 저는 성격이 내 할일은 내가!! 하는 성격인데 그 여시짓을 계속 옆에서 보기가 싫엇던거지요.
그래서 그 언니도 아웃! 계속 말을 안햇어요. 말뿐이 아니라 눈도 안마주치거든요.
그런데 요즘 제가 힘든건 이러 저러한 이유로 말을 안하고 지낸사람들이 있었는데
지금 현재는 그 대상이 딸이라는거지요.
고1올라가는 딸아이는 공부가 뛰어나지는 못해도 심성도 착하고 한데
항상 약속시간에 늦습니다. 어렵게 계획을 짜놓고 이틀을 해내지를 못해요.
공부 성적으로 화를 내본적은 없어요.
반복되는 지각으로 제가 막 야단친적은 부지기 수입니다.
3시까지 학원이면 2시 55분에 이를 닦습니다. 오전 내내 지각하지마라고 연설을 하고 눈물을 쏙 빼고
이야기를 하면 알아듣습니다. 그리고는 또 반복입니다.
인간관계에서 3번 정도의 기회를 주고는 또 기대를 저버릴때 저는 망설임 없이 그 사람을 아웃시키며
살았어요. 그런데 내가 낳았다는 그 죄값에 이런 꼴을 매번 보고 살아야 한다니...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이런 제 성격도 알고 아이의 성향도 아는지라 아이를 저모르게 타일러도 보고
옆에서 지켜보신 결과 저더러 포기하라고 하시더군요.
작년에 엄마도 돌아가시고 이런 속내를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요.
전화벨이 울리고 뭐하냐 하는 엄마의 음성만 자꾸 귀에 맴돌아요.
딸은 여전히 그렇구요.
학원도 꾸준히 다니지도 못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요.
그래서 딸아이와 말을 하기가 싫어요. 밥은 차려주지만 그외의 대화는 하기싫어요.
이게 뭔꼴인가 싶어 지난날을 돌이켜 보니 이제 침묵의 대상이 바로 내딸이라는 생각에 무언가
토해내고 싶어 주절거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