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교육에 대한 생각

바쁜엄마 조회수 : 1,297
작성일 : 2013-02-15 09:57:38

사교육에 관해서 그동안 많~은 생각을 해 왔습니다.
타 게시판에서 사교육은 당장의 효과는 높여주지만 장기적으로는 나쁜영향을 미치는 스테로이드 같다고 하길래, 그 생각에 정말 너무너무 동감하면서 저도 조금 끄적여봅니다.

저는 미국살다 재작년 귀국했는데요,
여기는 정말 사교육 천지입니다.
저희 아이들은 아직 미취학유아이지만, 이 나이대에도 사교육은 정말엄청나더군요.

처음엔 사교육은 커녕 한국말도 어눌한 애들이(딸하나 아들하나) 너무 걱정이 되더라구요.
첫 한달이 지나니 샘 말씀이 애들이 아주 당돌하고 똑부러져서 부당하게 다른애들이 괴롭히지를 못한데요. 그래서 그냥 그럼 됐다고 생각하고 잘 먹이고 잘 놀리고 많이 데리고 다니고, 공부는 신경 안쓰고 내버려뒀어요.

이곳 애들은 한글도 너무너무 잘하고 7살이 되면 보습학원다니면서 전과목을 훑더라구요. 그런 아이들 속에서 첨엔 많이 불안했어요. 주변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해봤는데, 대부분의 엄마들은 주변 아이들에게 보조를 맞추어 한글을 빨리 끝내라는 의견이었어요.

많이 고민했지만 그냥 안 가르치기로했어요. 학습적인면에서 개입하지 않기로요. 아이들의 다양하고 무한하고 풍부한 사고를 제가 의도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건 인간의 뇌에대한 모욕이랄까 ㅋㅋ 그런 느낌이 들더라구요. 미국의 언어교육하시는 저희 지도교수님이 수업시간에 항상 물어보는 질문이요 "How learning happens? What happens in the brain?" 이라고 하셨거든요. 즉, 뭘 가르치냐를 볼게 아니라 아이들 두뇌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고있는지를 잘 관찰하라구요.

제가 한글을 모르는 제 아이를 보았을 때 전체적으로 아이가 자기 중심을 잘 잡고 자존감도 높고 배움에 대한 열망(craving)이 조금 높은 것 같더라구요. 아마 제가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은 영향이 조금 있는 것 같았어요. 저는 사실 책도 열심히 읽어주지 않아요. 제가 직장다니느라 넘 힘들어서요 ㅠㅠ 그런데,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을 때 나는 왜 이럴까 하고 자기 비하를 하는게 아니라 나도 배우고싶어 라는 열망으로 발전하는게 긍정적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큰아이가 얼마전 작은아이와 노는모습을 유심히 보고있었는데, 깜짝 놀란게요, 아이가 한글을 줄줄 읽는거예요. 그동안 '조금씩 알아가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긴했는데요,  이렇게 잘 읽는줄은 몰랐어요. 아이가 한글을 배우고 싶다는 열망으로 스스로 어떻게 깨우쳤나보더라구요 ㅋㅋ. 얼마전에는 공책을 가져와서 덧셈, 뺄셈을 배우고싶다길래 문제를 한바닥 내줘봤더니 꽤 풀더라구요.

저는 학습에 있어서 아이가 주도성을 갖게 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엄마는 leader가 아닌 supporter 가 되어야하구요. 애초에 이런 관계설정이 안 되어있으면, 아이가 입시를포함 평생에 걸쳐 학습을 괴로운거라 인식할거고 학습에 대하여 수동적인 입장이 될 가능성이 높을것같아요. 그러면 아이도 힘들고 엄마도 힘들고.... 저처럼 바쁜 엄마는 도저히 끌고나가지 못해요 ㅠㅠ

한국의 현실은 어떻다, 이젠 엄마가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사교육없이는 안된다, 등등등...여러 불안 조성하는 글들이 많지만요, 저는 근본적으로 공부란 똑같다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이것저것 엄청나게 자극주고 가르치고들있지만 정작 아이의 두뇌에서는 무슨일이 일어나고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100만원투자한다고 아이들 두뇌에서 100만원의 변화가 일어나는게 아닐 수 있거든요.

저는 아이들이, 유아들이 행복한 경험을 하는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행복한 경험은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고, 자긍심의 근원이 되고,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잇고 창의력을 촉진시키는 에너지가 될 거라 믿거든요.

지금 아이들에게 시키는건 피아노 개인레슨하고 미술이예요. 미술은 여러 소재를 이용해서 창의적인 활동을 해 보라는 차원에서 미술 전문가가 아닌 대학생 알바를 불러서 집에있는 재활용 소재로 만들기를 시키고 있고요, 피아노는 기능적인 측면이기 때문에 유아기때부터의 반복적인 학습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피아노레슨을 방학땐 매일 시키고있고 평상시에는 주3회 시키고잇어서 여기에 돈이 꽤 들지만, 이건 중학생때까지 꾸준히 시킬 생각이예요.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있을까요?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요^^

IP : 14.55.xxx.6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슬픈현실
    '13.2.15 11:06 AM (118.46.xxx.78)

    뇌에대한 모욕이랄까 - 공감합니다.
    아이의 자신감을 공부에서 찾을려고 하니
    사교육과 선행이 만연하는 것 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인데...
    아는 것이라고 공부뿐인 아이들...슬픈현실입니다.

    저는 놀이터에 놀이기구 말고 아무것도 없는 공터였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맘것 뛰어 놀수 있게
    뛰는게 심심하면 모여서 놀이방법을 찾아서 놀고
    그러면서 자라야 되는 거 잖아요.

  • 2. ..
    '13.2.15 4:00 PM (125.182.xxx.106)

    좋은글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27423 제주도 어르신 여행 일정 좀 봐주세요(패키지 선택) 3 고민 2013/03/11 1,092
227422 일반면세와 일반과세사업자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2 궁금합니다... 2013/03/11 1,463
227421 우아한 얼굴 특징이 뭘까요? 23 궁금 2013/03/11 11,349
227420 가족들 돌아가시고 언제쯤 현실을 받아들였나요.. 12 .... 2013/03/11 2,865
227419 손 많이 안가는 음식 뭐 없나요? 14 페로로 2013/03/11 3,112
227418 유머감각 기르르면 어떻게 하면 7 될까요? 2013/03/11 1,267
227417 직장에서의 유머와 유머 활용법 시골할매 2013/03/11 541
227416 초1아들 영어 엄마표로 가능할까요? 4 선배맘님들 2013/03/11 1,036
227415 과다노출 5만원ㆍ스토킹 8만원ㆍ암표판매 16만원 11 세우실 2013/03/11 1,543
227414 애걸복걸하며 차를 사는 이 느낌은 뭘까요. 9 좋지않다 2013/03/11 1,571
227413 태국 푸켓 호텔 예약 .. 지혜를 나누어주세요 5 마음은 이미.. 2013/03/11 1,334
227412 옷 쇼핑몰 추천 좀 해 주세요~ 직장인 2 .. 2013/03/11 761
227411 연세드신분들 반찬뭐가 좋을가요? 6 ... 2013/03/11 1,348
227410 작년 초등 교과서 구입 교과서 2013/03/11 778
227409 구미 명소가 어디일까요? 3 봄날.. 2013/03/11 1,715
227408 별로 안좋아해도..사귀다보면 좋아지나요? 7 ..... 2013/03/11 8,181
227407 연평도 군수는 미국으로 가셨다네요 3 코구멍이 두.. 2013/03/11 1,473
227406 서랍장 문이 미닫이 형 있나요? 3 서랍장필요 2013/03/11 657
227405 고물상에서 4 겨울과 봄사.. 2013/03/11 1,318
227404 노회찬도 아주 우끼는 넘인게요. 24 ... 2013/03/11 2,175
227403 작년에 썼던 화분 흙은... 선인장도죽이.. 2013/03/11 711
227402 고부관계 3 갈등 2013/03/11 707
227401 태아보험 문의 + 가방문의 4 37세 김주.. 2013/03/11 395
227400 아방가르드~하다는 게 무슨 말일까요??? 4 패션 2013/03/11 1,520
227399 너무 어이가 없어요!! 도와주세요~~ 24 소피76 2013/03/11 5,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