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엄마가 딱 그래요
저 학벌도 남부끄럽지 않은 수준이고 직업도 남부끄럽지 않은 안정된 직장입니다.
결혼은 안했지만 집안일도 잘해요. 요리도 어설픈 주부보다도 나은 수준이죠.
환갑이 훨씬 넘었지만 SKY출신의 울엄마, 중경외시급 대학나온 저 사람취급도 안하셨죠
공부도 그렇고 친구만나는 것도 그렇고 옷입고 머리하는것도 그렇고 저에게는 이유없는 비난과
힐책이 따랐죠. 학창시절에 엄마한테 매맞거나 욕먹은 기억밖엔 없네요
근데 학벌도 떨어지고(지방전문대) 변변한 직업도 없고, 집안도 넉넉치 못해서 결혼할 때 별로 해온것도 없고
글타고 다른며느리들처럼 애교있고 살갑게 시어머니한테 하는것도 아니고 안부전화조차도, 시댁방문조차도
거의 안하는 며느리인데도 올때마다 용돈주시고 생활비 넉넉하게 지원해주셔서 놀면서 전업주부 하고 있죠
본인의 딸한테는 만원 한장 주는것도 아까워 하면서 피한방울 안섞인 며느리에겐 너무 애절하세요
딸내미한테는 만든지 2~3일은 족히 지나 냉장고에서 굴러다니는 남은 반찬 처리하라고 내주면서
어쩌다 며느리라도 오는 날이면 집안청소에 싣크대청소까지 깨끗히 해놓으시고
반찬도 요리학원에서 배운 정석대로 고명까지 다 올려서 맛깔나게 준비하세요. 물론 설겆이는 제가합니다
저 일주일 내내 엄마랑 같이 지내는거 아니에요. 저도 나름 직장생활 하고 바빠서 평일에는 자취하고 주말에만
부모님댁에 올라갑니다.
언젠가는 며느리 온다고 상추쌈을 씻는데 저 태어나서 처음으로 상추쌈을 식초물에 넣어서 완벽하게 살균하는
엄마의 모습을 처음보았답니다. 어린아기 이유식으로 쓸것도 아니고 상추쌈을 식초물에 살균하는 사람도 있나요?
근데 며느리 줄 상추쌈은 그렇게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며느리 있는 식사자리에서 하는소리
"우리부부는 나중에 늙어서 힘없어지면 실버타운 들어가서 살꺼니깐 니네는 전혀 부담 안가져도 된다"
저랑 같이 있을때는 "우리가 늙고 병들면 딸인 니가 돌봐야 하는거 아니니? 요즘은 아들은 결혼하면
해외동포고 딸들한테 효도받는다더라"
아들내외한테 섭섭한거 있으면 "아들은 결혼하면 해외동포니깐 당연한거고, 다른집은 딸들이 사위랑 외손주
데려와서 집안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어준다는데 난 너땜에 사는 낙이 없다"
왜 사랑은 아들한테 주시고 효도는 딸에게 받으려고 하세요?
심지어는 아들이 선택한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벌도 직업도 싹싹함도 아무것도 없는 피한방울 안섞인 남의딸조차
조건없는 아가페사랑으로 품어주시면서 어찌 딸한테는 저리 박정하실까?
전 그래서 동생내외 오기전에 알아서 자리 피해줍니다. 가족들 사이에서 왕따당하는 느낌 아세요?
마치 제가 주워온 딸이고 며느리가 몇십년만에 찾은 친딸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