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외아들이라 언제가 되어도 합가는 하게 되리라.. 생각은 하고 있어요.
그런데 명절 지날 때 마다 그 언제가 언제가 될지에 대한 감이 점점 더 멀어져 가네요.
여섯살 난 큰애가 아파서 어려서부터 먹는걸 조절해 왔어요.
시부모님께서도 그 사실을 아셔서 지금까지는 아이에게 마음껏 뭘 먹이지 못하셨는데
그동안 어찌 참으셨는지 아무 탈 없이 자라는 .. 이제 갓 20개월 된 둘째에게는 볼 때 마다 뭘 그리 먹이시는지요.
명절이라 집에 과일이나 주전부리 등이 많이 있는데도 왜 굳이 또 슈퍼에서 사다가
아이스크림이며 콜라며 봉지 과자들을 먹이시는 걸까요.
아니 이제 곧 밥 먹을 시간인데 이거 한번 먹어봐라 하시면서 과자며 곶감이며 바나나를 먹이시는걸까요.
아이스크림.. 한 두입 먹어도 돼요. 봉지 과자도 감자칩류 좀 짠 것들이지만
매일 사다 먹이고 싶어하시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오독오독 먹는게 귀여워 그러시려니.. 해요.
하지만 콜라나 사이다만큼은 안주셨으면 좋겠는데, 시어머님은 언제나 뭐 어쨌냐, 이거 먹고 안죽는다,
어른들이 이렇게 맛있게 먹는데 저 말 못하는 것이 얼마나 지도 먹고 싶겠냐,, 하시며 꼭 같이 먹이세요.
네, 친정 부모님이셨으면 제가 그 전에 차단하거나 엄마한테 큰소리 내면서 먹이지 말라고!.. 했겠지만
시댁에서 그랬다가는 저희 시어머님 성격에 뭐라? 니가 지금 대들어? 하며 오기로 더 먹이실 분이라... ㅠ.ㅠ
아니.. 애가 물~ 물~ 하고 물 달라는데 왜 바로 옆에 있는 좋은 보리차 안주시고
굳이 냉장고에서 사이다 꺼내서 그걸 따라 주시냐고요.....................................
큰애가 지금까지는 건강상의 이유로 제가 먹을걸 많이 제한해 와서 과자류를 피해왔는데
버젓이 자기 동생은 그런걸 다 먹어도 된다하니 어린 마음에 먹고싶어 하기도 하고
그러면 또 저희 어머님은 예의 그.. 이거 먹는다고 안죽는다..논리로 큰애도 한두입씩 먹이세요.
어제 그제 시댁에서 그렇게 조금 조금 먹은게 큰애한테 바로 탈이 났네요.
제 표정이 마냥 좋았을리는 없으니 작은 시누이는 옆에서 그런건 엄마한테 물어보고 먹이라며 만류했지만
시어머님 말씀이라면 아직도 꼼짝 못하는 큰 시누이는 시어머님 부추기며 잘먹네 잘먹네~ 하시고..
그래요.. 저 지금 시댁 흉보는거 맞죠. 흉보는 김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한마디 더 쓰면,
애 잘 받아먹는다고 더 먹여봐 이것도 먹여봐 저것도 먹여봐 하는 바로 저 큰 시누님네 아이가 아토피가 심한데
누님은 그걸 상관하시는지 안하시는지 애한테 라면이고 피자고 애가 달라는대로 다 사주고 먹이시고
그러다 조카애 아토피가 심해지면 병원가서 약 타 먹이면 된다는 분이라.. 뭐라 할 말이 없네요.
그 조카 너무 예쁘고 착해서 시조카들 중에서 제가 제일 귀여워하는 아인데 그럴 때 마다 너무 안쓰러워요.
거기다 대고 제가 뭐라도 말씀드리면 또 며느리가 아는 척 한다, 며느리가 말 많다, 그럴 분들이라..
어머님 성격이 워낙 괄괄하시고 목청이 크셔서 남편도 시아버님도 못 말려요.
그저 며느리인 저는 있는 듯 없는 듯 그런 존재로 있어야 하니까요.
먹거리 외에는 시어머님과는 전혀, 전~혀 문제가 없어요.
결혼한지 7년짼데 아직도 명절준비며 뭐며 어머님이 거의 다 하시고 저는 그저 옆에서 거드는 정도.
용돈달라 어디가자 뭐해라 하시는 법도 없고 아주 가까운 곳에 사시지만
저희가 주로 시댁을 찾지 시부모님께서 저희 집에 오시거나 하지도 않으세요.
애들 키우느라 수고한다, 젊어서 많이 놀러다녀라, 너무 아끼고 살지 말아라 말씀도 진심으로 자주 하세요.
그런데 애들 먹는건 매일 먹는거고 더군다나 큰애가 먹을 걸 제한해야 하다보니
시댁 갈 때 마다 이번엔 또 뭘 먹이시려나.. 걱정이 앞서는건 여전히 어쩔 수가 없네요.
이런 상황에서 애들 아직 어릴 때 합가하면 정말 스트레스 받겠다..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명절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