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명절 증후군이 특별히 없어요.
시댁에 가도 시아주버님이랑 형님을 정말 사랑하셔서인지
형님 말대로 성격이 급해서인지 나서서 설거지에서 생선찌는 일까지 모두 하시기 때문에 별로 하는 일이 없거든요.
저희 시어머님도 평생 전업주부로 돌아가신 아버님 뒤치닥거리에 아들 2명 뒤치닥거리만 하신분이라
아들들한테 절절매긴 하지만 그래도 아들들이 부인 도와주면 잘한다고 좋아하십니다.
딸이 없으셔서 제가 소소하게 화장품이니 양말이니 제것 사다가 하나씩 사다드리면 좋아하시고
내가 말년에 딸대신 막내 며느리를 얻어서 다행이다고 하십니다.
여기 82에서 본 어마어마한 시어머니와는 다른 점을 항상 고마워하긴 하는데 그래도 걸리는건
밥먹을때마다 계속 저랑 형님한테 " 오빠 생선 발라줘라." " 오빠 고기 더 먹으라고 뜯어줘라"
아들들 한테도 생선 간이 맞냐? 밥 안부족하냐 끊임없이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이번 설에는 웃으면서 제가
"어머니 어머니밥만 안 줄어들고 있어요. 이이는 알아서 잘 먹으니까 어머니도 맛있는거 많이 먹으면서 식사하세요."
이렇게 말했고, 이때다 싶었는지 제 신랑이 " 엄마 나 원래 고기 싫어해. 알아서 먹을테니까 엄마 밥 드세요."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좀 조용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일찍 음식 준비 끝내고 저녁 먹으려는데 제 신랑이랑 아주버님은 형제끼리 한잔 하러
밖으러 나가더군요. 어머님은 아들들 오면 밥먹자고 기다리는데 조카들은 배고프다고 징징대고
형님은 얼굴이 굳어지시고 그래서 제가
" 어머니 배고파요. 술마시러 간 사람들은 맛있는거 먹을테니까 저희도 얼른 밥먹어요." 이렇게 말하고 밥상을 차렸어요.
그리고 밥 푸려니 우리 어머님
" 새밥은 이따 들어오면 주고 찬밥먼저 먹어라" 이러십니다.
그래서 제가 웃으면서
"어머니 술마시러 나간 사람 뭐가 이뻐서 뜨거운밥 줘요. 미우니까 찬밥줘요.
저랑 형님 오늘 일했으니까 따뜻한 새밥 먹을래요." 이렇게 말하고 새밥에 고기 구워서 한상 차려 저녁 먹었습니다.
어머님이 속으로는 막내주제에 버릇없이 말대답 하신다고 하실 수도 있는데
그냥 꽁하니 아무말도 안하고 있는것보다 그냥 생글생글 웃으면서 애교부리면서 이야기하면
어머님도 웃으면서 네말이 맞다. 그러시네요.
평소에는 아무말도 없으시고 굳은 얼굴로 계시던 형님도 웃으시구요.
그리고 설 당일에는 형님께 저번에는 저희가 먼저 갔으니 이번에는 형님이 먼저 가세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신랑한테 형님부부 맘편히 먼저 가시게 당신이 설거지 좀 해주라고 시켰습니다. ㅎㅎㅎ
그래서 올 설에는 어머님은 속으로 어떠실지는 모르지만 화기애애하게 보냈습니다.
명절에는 저처럼 눈치없이 구는 사람이 하나씩 있어도 좋을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