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하는 결혼을 내가 좋다고 우겨서 한 결혼생활 25년,
사는 내내 나에게 복수하듯이 '느그엄마 아부지, 느그집안' 하며 나를 들볶았다.
애들 모두 대학을 보내고 나서야 이혼하고 이제 2년이 조금 넘었지만
아이들과 새언니, 동생에게 말고는 부모님께 아직 말씀드리지 못하고 있다.
집 나간지 7년이 넘은 남편은 아이들이 서울로 대학들어간 이후로 생활비조차 주지 않아
더 이상 미련갖지 않고 스스로 돈벌며 공부해 나 혼자 건사하며 산지도 5년여가 되어간다.
그런 나를 대견해 하기는 하지만 아직도 엄마는
십 년 넘게 친정에 코빼기 한 번 안 비치는 사위를 못 잊어 하신다.
위자료로 남겨진 아파트를 더 이상 지키고 살 길이 없어 전세를 내주고
작은 집으로 옮겨 산지도 3년이 되어가는데 이혼한 사실도, 이사한 사실도 모르니
아직도 엄마는 그 집만은 절대로 지켜야 한다고 하신다.
동생 말로는 남편이 '돌아올 곳이 있어야' 하니까 내가 그 집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어이가 없다. 내가 집사인가? 관리인인가?
관리비도 주지 않는데 내 돈으로 관리비 내가며 그 집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언제 돌아올지도 모를 인간을 기다리느라??
엄마 눈에는 나이 들어 혼자서 돈벌랴 공부할랴 윤기없이 시들어 가는 딸자식은 보이지 않고
오직 당신 맘 편하게, 성가스럽게 하지 않고 시끄럽지 않게 당신이 그려논 그림에 부합되게 살아주는 것이
가장 큰 효도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이번 설에도 어김없이 똑같은 말말말... 기빨리고 입주변이 헐어버렸다.
내가 우겨서 선택한 결혼이고, 구구절절 내 사는 이야기 추접스러워서 한 번도 해본적 없으니
내막은 알 길이 없을 테지만
그냥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마흔 중반서부터 남편없이 혼자 지내온 내가 가장 서럽고 가장 큰 피해자 아닌가?
몇 년째 하고 있는 공부가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분노를 에너지삼아 태워가며 공부해 학위도 땄고 이제 자격시험만 남았다.
이 자격만 취득하고 나면 누구누구의 딸이라는 체면따위 없는 곳으로 튀어버릴 생각이다.
나를 많이 의지하는 동생과 아부지가 제일 걸리지만 이제는 그런 것도 보이지를 않는다.
좀 가난해지긴 했지만 태어나서 이혼 후 이 2년 만큼 자유롭고 행복한 적이 없었다.
내 나이 벌써 53세,
누구도 아닌 '나' 로 살고 싶다.
아침부터 우중충한 사연, 죄송합니다.
조금은,
후련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