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에
제 나이 20대후반 끝자락,,
신혼이었고 아이는 없고
아직은 발랄한 아가씨처럼 보이던 시절인데요
아침에 출근하느라 지하철을 탔어요.
의자에 앉아있었고 눈이 감겨 반쯤 잠 든 상태였죠.
그런데
갑자기 누가 내 발을 툭툭 치는거에요.
눈을 떴죠.
행색이 아주 아주 추래한
딱 노숙스타일의 70대 할머니가 제 앞에 서 있는 거에요.
그런데 차림은 너무너무 남루한데 동정이 안가는게
나를 툭툭 치는 행태는 너무 기분이 나쁘더군요.
" 일어나. 일어나" 이러면서요...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줄줄이 앉아 있는데 나한테만 그러고 서 있었던 거죠..
순간...불쌍하다는 생각보다는
뭐야..내가 만만한거야? 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그냥 버틸까 싶다가
그 남루한 행색을 보니 차마 앉아 있기도 뭐하고 해서
일어났죠.
그런데..어라...
내가 일어나니
이 할머니가 그 다음 한 행동이
내 앞에 서 있던 50대 후반의 아저씨한테 내 자리에 앉으라는 겁니다..
그 순간 그 아저씨도 황당해서 그냥 서있고 나도 황당하고
주변 사람들도 다 황당하고
그 아저씨가 불쾌한 얼굴표정을 지으면서 거부하듯이 하니까 기어이
그 아저씨더러 앉으라는 거에요..
그런데 결국 그 아저씨가 앉더군요..
(이것도 황당~)
그러니까 그 할머니가 또 다음 전동차로 가네요..
결국 그 할머니가 날 자리에서 일어나게 했고
50대 후반의 아저씨가 내가 일어난 자리에 앉았고
그 할머니는 사라지고...
15년이 지난 지금
40대 초반이 된 지금도 그 할머니가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 할머니는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까...
진짜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