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형제들 수가 적지 않아요.
7남매.
다들 장성해서 결혼하고 아이들까지 있죠.
맏이와 막내 나이차이가 좀 많구요.
딸이 모두 4명인데 저는 딸 가운데서 막내입니다.
언제부턴가 명절을 비롯한 친정 행사를 다녀오면 뒤끝이 개운하지가 않고 마음이 미묘하게 상해서 돌아오게 됩니다.
남편이나 저나 둘다 성격이 활발하지 않고 내성적인 스타일에다 저는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붙임성 마저 없습니다.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타고난 성격의 뿌리는 그대로인것 같아요.
그래도 사회생활은 문제없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명절에
남편을 제외한 위의 세명의 언니와 형부가 설날 저녁에 노래방을 갔습니다.
남편은 노래하고 춤추는걸 못하는..흔히 말하는 흥이 없는 사람이고 그런자리를 아주 괴로워합니다.
저는 노래 듣는걸 아주 좋아하고 예전엔 부르는것도 즐겼지만 그런 남편과 살다보니 자연적으로
노래방 가는게 어색해지고 그렇게 변하더군요.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 저는 남편의 이런 모습, 아쉽지만 그러려니 합니다.
그런데 이번 명절에 형부와 언니들이 노래방에 다녀오고 새벽늦게 저의 남편을 제외한 세명의 사위들이
여흥에 겨워 자기네들끼리 얘기하고 떠들고..옆에서 자는 저의 남편에 대한 배려는 별로 없고
마냥 흥겹기만 하던데..늦게 노래방에서 돌아와 자는 사람있는 방에 불을 환하게 켜놓고 또 술을 마시고..
그리고 이튿날도 내내 노래방에 대한 얘기들..
남편은 딱 봐도 소외감이 느껴지나 보더라구요.
얼굴에 나타나는것이..
저는 물론 괜찮습니다. 언니와 형부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 좋죠. 하지만 남편이 왠지 씁쓸해하는것 같아
결론적으론 괜찮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성격이 좀 더 붙임성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도 못하고..
술 먹어도 얘기도 많이 없는 남편..형제라도 코드가 안 맞을수 있고 형제가 많다보면 더 마음에 맞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겠죠.
전에는 딸 4명만 따로 모임을 만들어 서로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적도 있는데 이제는
오히려 우리가 없어야 언니형부들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이런 삐둘어진 생각도 하게 됩니다.
남편이 왠지 불쌍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명절 뒤끝..왠지 마음이 좋질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