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여태 이 집안의 며느리로 살아온 세월이 아깝고 화가 나는데...제가 이게 명절 후 누구나 끓어오르는
단순한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차분하게 적어봅니다. 시어머니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지만, 정말 화가 미칠듯이
나서 미칠 것 같은 사연이 결혼 전부터 있었습니다. 그 많은 사연을 뒤로 하고 이 집안에 시집을 와서 지금 현재까지
살고 있어요. 오늘 제가 분노했던 것은 친정식구에 관한 쓸데없는 관심과 제 큰 아이의 외모에 대해 대놓고 지적한 것
입니다. 물론 제가 예민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이 두 가지는 정말 누구나 알아서 피해가야 하는 주제요, 상식 아닌가요?
이걸 말로 설명하고 또 설명해야 아나요? 물론 치매 초기시지만 원래 그 이전에도 하고 싶은 말씀 다 내뱉는 분이구요.
진단받고 약 드시면서 나아진 것도 있고 한 말 또 하고 계속 하시고 남의 그걸 지적하면 더 화내는 게 심해졌어요.
겉으로는 아주 정정하시고 실제로 혈압, 당뇨약 장복하시는 것 말고는 지병도 없으세요. 시아버님도 그렇구요.
친정에 아직 미혼인 40대 중반의 오빠가 있어요. 돌싱은 아니고, 결혼하려다 잘 안되서 그냥 아직 혼자예요.
집안이든 본인이든 경제적 능력 충분하고(시댁 식구 중 누구든...그리고 제 남편보다 훨씬 나은) 직업 좋고 오빠
명의로 아파트도 있고 결혼에 대해 준비가 다 되어 있어요. 하지만 가족이라도 남의 인생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지
않나요? 저 역시 윗사람이라 오빠가 어렵기도 했지만 결혼에 대한 뜻이 없구나...그냥 지켜보는 중이예요.
제가 옆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없지만 인연이란 게 억지로 엮는 것도 안되니...그것 밖에 못하구요.
그런데 해마다 명절이건 뭐건 꼭 그 문제를 짚고 가세요. '니네 오빤 결혼 소식 없니? 왜 여자가 없다니?'
오늘은...나이와 띠를 물어보시더니...'이젠 나이가 차고 넘쳐서 나이 많은 @@@이나 만나야겠구나.'
그 말씀은 여자가 늙어서 애는 절대 못 낳겠구나...뭐 그런 뉘앙스였어요. 자식 복이 중요하다 이거죠.
작년 봄에 혼자 되신 저희 엄마 건강을 물어보시면서 은근히 본인은 남편하고 같이 살고 있다는 걸 과시하는 건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요. 진짜 징글징글해요. 매일 같이 싸우시고 시댁 여행 가시면 거기서도 언성 높이시면서...
처음 듣는 것도 아니지만 오늘은 너무 화가 났어요. 작년에 아버지 잃고 저 너무 힘들었거든요. 특히 오빠는
정신적 충격이 컸어요. 결혼 안한 대한민국의 남녀가 그렇겠지만 마치 죄인이 된 듯한...그 분위기 있잖아요.
호스피스 병동이라 1인실에서 아버지 시신 앞에서 각자 한 사람씩 들어가서 마지막 말을 전하고 울먹이는데
오빠는...정말 몇 시간동안 소금기둥처럼 굳어서 눈가에는 눈물에 고인 채 말없이 앉아만 있었죠. 슬펐어요.
시어머니 말씀...다른 때 같으면 그냥 웃으며 패스할텐데...오늘은 대꾸도 안 하고 아예 못 들은 척 했어요.
분노가 치밀어서요. 사돈측인데..그래도 며느리의 오빠인데...기본적인 예의라는 게 있고 할말 안 할말은 좀
가려야 하지 않나요? 저희 오빠도 나중엔 후회하고 마음이 많이 힘들었대요. 엄마가 그러시더라구요.
제가 엄청난 효녀도 아니고 그냥 평범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저희 친정식구들을 단체로 모욕한 것 같아서
기분이 상한 정도가 아니라 다시는 내 앞에서 그따위 말은 꺼내지도 말라고 소리치고 싶었어요. 정말로...ㅠㅠ
저희 큰 애는 외모에 너무나 큰 컴플렉스가 있어요. 미용상의 문제를 떠나서 기형과 정상인의 경계에 있는
아주 애매한 부위에 흉같이 의료인만 알아볼 수 있는 그런 기형이 있어요. 그게 코와 인중이예요.
이 수술을 지금 시켜도 두번에서 세번 시켜주어야 하고 성장기에는 수술 흉터가 더 커져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해서...20살까지 기다리는 중이예요. 그래도 인중과 코 끝에 나는 흉터는 피할 수 없다고 해요.
그런데...시어머니가 오늘 차례상 물리고 차를 마시는데 큰애더러 콧대가 죽고 넙적하다면서 뭐라고 사람들
앞에서 그러시는 거예요. 천지분간을 못한다고 해도...사춘기 그맘 때면 애들이 외모에 민감한 거 다 알지 않나요?
저희 둘째는 아빠 닮아서 콧날이 오똑하고 얼굴이 작고 이쁘다는둥...큰애는 어쩌고 저쩌고...저 진짜 화가
났어요. 결국 그렇게 예뻐서 고모들은 왜 눈 고치고 코 고치고 그러셨냐고 받아쳤더니...원래 자기 코라는 둥...
수술한 딸 하나도 없다고 우기시는데...어이가 없었어요. 큰애는 성격도 우울감이 심해서 심리 상담도 오래 받고
있고 담임들마다 늘 신경써주는 학생이예요. 성실하고 착하지만 모듬수업 같은 관계 맺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다들 알고 있구요. 저희 집안에 아무도 기형이 있거나 하진 않아요. 하지만 애들에게 그냥 따돌림 당하는 것 자체가
부모인 저에게는 제가 가슴이 찢기는 고통이고 상처거든요. 외모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내성적인 성격도 일조하지만요.
애가 이런 상태라는 건 얼마 전에 말씀드려서 알고 있구요. 시댁 근처에 와서 살라는데 제가 아이가 적응하기 힘들어
그건 곤란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실제로 아이가 견뎌낼 수 없는 상황이구요. 상담료는 커녕 여태까지 자식들 힘으로
겨우 사시는 분들이예요. 그래서 더 미치게 화가 나요. 대체 그런 뻔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모르겠어요.
저희 시어머니...구구절절 사연을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자식들을 굶기다시피 가난하게 겨우 밥만 먹이고 키워서
분에 넘치는 집안에 억지로 끼워넣다시피 아들, 딸 자존심 다 버리고 반대하는 결혼 시켜서 상대방만 녹아나는
형국이예요. 겉으로는 잘 살지만 알고 보면 부부 사이가 별로인...아들이고 딸이고 정말 몸만 보낸 집이예요.
딸은 시댁에서 비굴하게 온갖 시중 다 들고 살아도 그 사위들 덕에 뭐 하나라도 얻어건질까봐 아들이 집에 가도
사위들이 먹을 것 덜어내고 남는 것 주시는 양반이거든요. 처음엔 뭐 저런 말도 안되는 짓을 하나? 그랬어요.
지금도 그러세요. 형제계를 하는데 시누이들이 맡아서 생신때 분에 넘치게 시댁 인테리어 하고 비싼 옷 사드리고
생색 내는 것도 신물이 나는데...그걸 마치 딸들만 대단하게 효도를 하는 양 착각하고 저러는 시어머니가 정말
싫고 짜증이 나요. 일을 많이 시키거나 하진 않는데...당신 집안이 대단한 줄 알아요. 아들 둘이 돌아가면서, 딸도
차례대로 문제 투성이인데 정말...전 한번도 관심 가진 적도 없고 대놓고 뭐라 한적도 없습니다.
대체 이런 시어머니하고 어떻게 해야 해결을 볼 수 있는 건가요? 다른 건 몰라도 시어머니 입에서 저 두 가지
문제가 나오지 않게 선을 긋고 딱 자르고 싶어요. 아이 외모에 대해서는 남들이 듣기엔 웃고 넘길 농담일지
몰라도 저나 아이에겐 중요한 문제거든요. 남편은 그 자리에 없었구요. 나중에 말하니...그냥 넘어가래요.
이게 그냥 넘길 일인가요? 이게 처음도 아니예요. 시댁 식구들 다 키도 작고 별 볼일 없는데 외모 가지고 그런
식으로 사람을 깔아뭉개는 건 정말 참기 힘드네요. 제 외모가 남들에 비해 뒤지는 편도 아니예요. 그리고
애들이 한참 성장하는 과정인데...왜 저러는지...그릇이 작고 성격이 못되었다 하더라도 이건 아니지 싶어요.
동서간에 이간질 할땐 제가 그러지 마시라고...나중에 다 알게 된다고 하니까 그때부터는 아무 말씀 안 하셨거든요.
이런 경우에도 정공법으로...돌직구를 날려야 하나요? 아님 저러다 말겠지..돌아가시는 날까지 내버려 둬야 하나요?
하도 화가 나니까 지난 세월이 다 그냥 살아움직이는 것처럼 망령이 되살아나네요. 지혜로운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