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5년차 맏며느리인데 이번 설에 처음으로 안 내려갔어요.
그동안은 한번도 안 빠지고 이틀 전부터 내려가 명절 음식 했어요.
그동안 한다고 했는데도 시댁 식구들은 누구하나 그걸 인정하기는 커녕 매일 투덜 거리고 제 꼬투리만 잡고,
급기야 얼마 전에는 시동생은 제 면전에서 제게 소리 지르고, 바닥에 병까지 발로 차면서 막 대하고,
시누이는 전화로 퍼붓더군요.
제가 이러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도 이유도 말 못해요. 어머니가 시동생과 시누이에게 제 욕을 하셔서 그거 듣고
제게 화가 나서 그러는거니 이유를 대놓고 말을 못하는 거지요.
동서도 집안 분위기가 이러니 저를 무시하고요.
그동안은 제가 다소 화가 나도 집안의 평화를 위해 그냥 넘어갔더니 갈수록 심해져서 제게 막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안 가겠다고 했더니 남편도 흔쾌히 그러라고 하고, 초등 두 딸들도 적극적으로
울 부부의 거짓말에 가담하며 절대 비밀을 지킬테니 엄마는 가지 말라고 해서 세 부녀만 갔어요.
제가 일을 해서 일 핑계를 대고 안 갔겄든요.
어제 남편과 아이들은 시댁으로 가고, 저는 그냥 누워서 텔레비젼이나 보고, 인터넷 하며 하룻밤을
혼자 자고 오늘 일어나니 기분이 많이 이상하네요.
밖에 바람쐬러 나가고 싶어도 이웃들 보면 어쩔까 싶어 못 나가겠고, 시댁에서 거짓말이 들통나지는
않았나 불안하고, 애들 앞에서 부모가 돼서 이런짓을 한 것도 후회되고, 거짓말 잘 못하는 소심한 남편은
마누라 위해 이런 엄청난 짓 하느라 얼마나 괴로울까를 생각하니 슬프고 그러네요.
그냥 참고 갈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아니야, 이번에 가서 시댁 식구들 보며 또 동동거리고 일 했으면
울화병 걸려 심리치료 받았을거야.... 라는 두 생각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저를 괴롭히네요.
저 나름 쎈여자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막상 막나가보니 마음이 참 불편하네요.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