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동성애 얘기가 나온 김에 제 경험

후회 조회수 : 4,870
작성일 : 2013-02-06 21:32:20
작년에 있었던 일이에요. 
저는 프랑스 살고 있어요. 파리 교외인데 매우 보수적인 곳으로 유명한 곳이에요.
어느날 전철역 앞에서 이상한 느낌의 여자가 눈에 확 띄었어요. 
타이트스커트에 실크 블라우스, 진주목걸이, 하이힐, 차림새는 그냥 신경 좀 쓴 여성스런 차림인데 머리가 너무 가발 같고
엉거주춤 걸어가는 모양새가 너무 이상한거에요. 그래서 자세히 보니 화장을 떡칠... 시뻘건 입술에 시퍼런 아이새도우..
그냥 남자임이 자명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가려고 하는데 저한테 말을 걸더라구요.
몇시냐고 묻길래 몇 시라고 얘기하고 저 가던 길을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절박한 목소리로 다시 절 부르대요.
쳐다보니까 잠시 1-2초 뜸들이다가 어렵게 말을 꺼내요. 수줍음 머금은 목소리로 떨면서 "저 여자로 이뻐보이나요?"
아, 그때 제가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그런걸 나한테 물을지 전혀 예상도 못한데다가 제가 임기응변도 없거든요.
그냥 너무 당황스러워서 "자알.. 모르...겠어요.." 이러고 도망치듯 가버렸어요.
그런데 집에 와서 너무너무 마음이 아픈거에요. 그 사람의 간절한 눈빛이 잊혀지지가 않더라구요. 여자로서 아름답다는 말을 들어보고 싶어서 용기내서 물어봤을텐데. 그리고 주위의 백인들보다는 저한테 칭찬을 듣지 않을까 싶어서 저한테 물은 것 같은데.
딸이 학교 갔다와서 그 얘기를 해 줬더니 저한테 너무 나쁘다고, 이쁘다는 말 한마디로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줬을텐데 너무
잔인한거 아니냐고 ㅠㅠ..
그 후 딸이랑 저랑 길거리에서 그 사람 또 보면 꼭 이쁘다고 말해주자고 다짐했는데 우리 동네 사람이 아닌가봐요. 그 이후로 못 봤어요.
사실 여장남자들 중 징그럽게 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망사스타킹, 인조속눈썹) 저도 별로인데 제가 본 그 사람은 그냥 "보통여자"이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제가 한 인간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았나 지금도 후회하고 있답니다.
IP : 82.216.xxx.216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2.6 9:38 PM (203.226.xxx.188) - 삭제된댓글

    그저 평범한 사람에게 "보통"의 찬사를 듣고 싶었을 그 마음...
    좀 슬프네요........

  • 2. 음...
    '13.2.6 9:39 PM (112.148.xxx.5)

    동성애와 다른 케이스..
    자신의 성을 여성으로 생각하는 거지요..

  • 3. 트랜스 섹슈얼
    '13.2.6 9:54 PM (211.201.xxx.62)

    아님 크로스드레서 같은데요?

  • 4. 다들 행복했으면...
    '13.2.6 9:55 PM (210.181.xxx.99)

    글읽는데 눈물이 울컥하네요ㅠ
    얼마나 여자로 보이고 싶고 얼마나 여자가 되고 싶었으면...
    어떤사람에겐 너무나 당연한것이 또 다른이에겐 간절한 소원이 된다는건 가혹한거 같아요.
    그래도 후회님 그만 자책하세요.
    그일로 인해 많은것을 느끼셨고 소수인에 대해 더 따뜻한 시선을 가지게 되셨잖아요.

  • 5. ..........
    '13.2.6 10:25 PM (211.244.xxx.16)

    왠지 어제 우리딸이 한 이야기와 왠지 비슷해요
    유치원때 짝지를 정하는데 한 남자애가 저희애와 짝지하고 싶다고 자기는 이사를 간다고 했데요
    그런데 저희 아이는 같이 짝지하기로 약속한 남자애가 있어서 안된다고 했데요
    그걸 어제 말하면서 이사가는 줄 알면 그 애랑 짝지할건데 자꾸 맘에 걸린다면서 눈물이 글썽하더군요
    저도 울뻔했어요,,,우리 애 준다고 호주머니에서 꼬깃한 영양제 가져와서 주던 그 아이
    지금은 잘 지낼거야,,했어요,,,ㅜ

  • 6. 원글
    '13.2.6 10:26 PM (82.216.xxx.216)

    아, 꼭 크로스드레서가 동성애자이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그럴 확률이 높지 않을까요?

    제 생각에 이 사람은 처음으로 여장을 해 본 것 같아요. 화장의 서투름과 그 사람의 수줍어하는 등의 분위기?가 그랬어요.
    우리 동네 (외국관광객 빼면) 거의 백인밖에 없는 데 제가 유색인종이니까 같은 소수라고 생각하고 저한테 말을 건 것 같구요. 그런데 제가 부응해 주지 못한거죠ㅠㅠ
    그래서 저 반성많이 했어요. 말로만 말고 실제로 오픈마인드가 되자. 제가 평상시때 마음이 열려 있었다면 갑자기
    그 사람이 말을 걸었어도 잘 대답해 줬을 것 같거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28925 사탕 먹다가 아이 혀에서 피가 4 늦은밤 2013/03/15 1,620
228924 네이버 1%까페.. 어떤가요? 1 엄마맘 2013/03/15 1,676
228923 관람후기 - 링컨 - 스포없음. 3 별1.5개 2013/03/15 1,012
228922 외국에 사는 조카가 방학동안 한국에 있을 예정인데 휴대폰을 해.. 4 이모 2013/03/15 905
228921 김미경씨 방송에 대한 어느 트위터의 멘션 25 야끼만두 2013/03/15 15,070
228920 오늘따라 커플들이 눈에... 2 오늘따라 2013/03/15 543
228919 김미경씨...엄마아빠 이야기할때 드는 의문점이 10 있는데 2013/03/15 4,876
228918 자폐아에대한 미국시민 반응.. 18 .... 2013/03/15 4,922
228917 우리언니 얘기 3 답답 2013/03/15 1,476
228916 너무 급해요..컴퓨터가 먹통이네요 3 ㅠㅠ 2013/03/15 575
228915 GS홈쇼핑 지금 방송중인 상품이 뭔가요? 4 홈쇼핑 2013/03/15 1,465
228914 82님들은 토크쇼 진행자중에 누굴 가장 선호하세요? 7 2013/03/15 1,181
228913 김미경 강사 무릎팍도사에서 연대 다닐때 얘기 하네요 8 ........ 2013/03/15 9,757
228912 피아노가 싫어요. 5 sadpia.. 2013/03/15 993
228911 외국에서 국제학교 보내시는 분들... 10 도와주세요 2013/03/15 2,172
228910 스피루리나 드시는분 추천 좀 부탁드려요.. 5 고민중 2013/03/15 2,965
228909 나이들어서 얼굴 윤곽이 커지는걸까요..아님 살쪄서 일까요.. 8 나이 2013/03/14 3,643
228908 가다실을 맞았는데 별 느낌이 안나요 6 가다실 2013/03/14 2,537
228907 원룸에서 개인과외 하면 학부모님이 싫어할까요? 11 과외 2013/03/14 3,559
228906 원래 부모님 돌아가심.이렇게고통스럽나요? 13 .. 2013/03/14 3,902
228905 오늘 어디서 김연아 경기 볼수 있나요? 3 김연아 화이.. 2013/03/14 1,818
228904 인터넷에서 산 아이옷 배송된 지점가서 사이즈 교환 가능할까요.. 2 dd 2013/03/14 860
228903 아들 둘 잼 없습므니다 10 들들맘 2013/03/14 2,470
228902 디스크 증상인가요? 2 ㄱㄱㄱ 2013/03/14 818
228901 30대후반 인데요 20대와 잘 지내기가 힘들어요 ㅠㅠ 2 ㅠㅠ 2013/03/14 1,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