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러니까 결혼은 대충 수준맞는 집끼리 해야 맞는거 같아요

ㅇㅇ 조회수 : 6,564
작성일 : 2013-02-05 10:53:28

지금 남편과 결혼하기 전에 사귀던 남자가 판사출신 변호사 아들이었어요.
그것도 당시 대통령의 측근들 중 하나로 굉장히 유명한 분이었죠.
아마 그때 결혼했으면 신문에 났었겠죠.  

남자 자체는 뭐 저랑 학벌도 같고 능력도 별볼일 없는데 집안 차이가 너무 났어요.
저희 부모님은 시골에서 그냥 가게 하시는 분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엄마가 신문에서 그쪽 아버님 이름 볼 때마다 걱정 많이 하셨어요.
그냥 사귀기만 하면 안되냐, 저남자랑 결혼은 안하면 안되냐고.
집안 차이가 너무 나서 솔직히 내키지 않는다고. 
근데 전 뻔뻔한 편이라 별로 그런거 신경 안썼거든요.
신분제 사회도 아닌데 엄마 괜히 오바하지 말라고.

 

근데 결혼얘기 오가면서 그집 몇번 들락날락하다 보니까 이게 아니다 싶더라구요.
(물론 지금은 그거 자체가 실수였다는 걸 알지만 그땐 몰랐죠.)
그쪽 부모님은 인성이 나쁜 분이 아니시라 저한테 꽤 잘해주셨는데,
은근히 알게 모르게 하대하는 게 있었어요. 특히 어머님 쪽이요.

기억에 남는 건 제가 놀러가 있을 때 그쪽 어머님이 아들 (그러니까 제 남친)
청약통장만들어준다고 잠시 데리고 나가면서
"심심하면 아줌마랑 앉아서 파라도 까고 있어~" 하셨던 거.

입주도우미 아줌마랑 둘이 마주앉아 파 까고 있는데 생각하니까 기분 참 요상하더라고요.

그전에 만나던 여자친구는 무슨 장관 딸이었다고 했는데
만약에 내가 그 장관 딸이었더라면 아줌마랑 파 까고 있으라고 시켰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

그런 일이 몇 번 더 있었던 것 같아요.

 

그 후에 결혼까지 못가고 어찌저찌 헤어졌는데
헤어지고 나서도 그 남자가 거의 5년 가까이 연락하면서 결혼하자고 졸랐어요.
저는 그 5년 내내 지금의 신랑이랑 연애하고 있었는데도... 참 끈질기게.
헤어질 때는 본인이 헤어지자고 했었는데 막상 헤어지고 나니까
저만큼 본인을 좋아해줄 여자가 없다는걸 깨달았다고 참 흔한 소릴 하더군요.

물론 지금의 신랑을 확고하게 사랑하고 있기도 했지만
그 사람의 조건이라는 게 철들고 나니까 전 참 싫게 느껴지더라고요.
뭐 대단히 부자라서 며느리인 나까지 떵떵거리고 살게 해 줄수있는 정도의 재력가 집안도 아닌데
괜히 사회적 명예와 지위만 엄청 높아가지고 우리 부모 기죽게 만들 수 있는 집안.

뭐 돈까지 엄청 많았어도 역시 싫었을 것 같아요.
저는 누군가한테 죽어 살아야 하는 게 정말 싫어서요.
그 집에 가면 뭔가 내가 기가 죽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
온집안이 서울대 출신. 그런게 싫더라구요.

 

지금 결혼해서 사는 신랑하고는 양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이래저래 처질 것도 없고 손해볼 것도 크게 없는 결혼이에요.
그래서 너무 편하고 좋아요. 행복하고요.
나중에 엄마가 그소리 하시더라고요. 그 집에 시집 안가줘서 너무 고맙다고.

그냥, 의사 얘기가 자꾸 나오길래 써봤어요.
저랑 결혼해줄 의사도 없었겠지만 있더라도 내가 그정도 스펙이 안되면 안할것 같아요.
결국 세상에 공짜가 없더라구요.

IP : 182.218.xxx.224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3.2.5 10:55 AM (58.148.xxx.103)

    맞는 말씀예요

  • 2. ..
    '13.2.5 10:57 AM (72.213.xxx.130)

    맞아요. 서로 맞으면 부딪힐 일도 없고 편해요. 세상에 공짜 점심이란 없다 명언이죠.

  • 3. 옳은 말씀인데
    '13.2.5 11:07 AM (60.241.xxx.111)

    신데렐라 워너비들
    기생충 워너비들은
    님 말 듣기 무지 싫어하겠어요 ^^;;

  • 4. 무지개1
    '13.2.5 11:08 AM (211.181.xxx.31)

    아들 여친에게 파를 까라니 완전 어이상실이네요

  • 5. 어린나이에
    '13.2.5 11:20 AM (1.244.xxx.49)

    빨리 알았네요 세상 살아보니 맘편하게 사는게 최고네요 물론 기본 경제력은 있어야겠죠 그런일을 겪고나니까 지금이 더 소중한것도 있겠죠~

  • 6. 가정과 자신 여건이 서로 비슷하고
    '13.2.5 11:20 AM (203.247.xxx.210)

    또 살면서 둘 다 비슷하게 승진 성장할 것 같다 싶은 상대라면
    더 바랄게 없는 조건ㅎㅎ

  • 7. ㅇㅇ
    '13.2.5 11:28 AM (180.68.xxx.122)

    그때 파까게 해줘서 고마워아셔야 겠네요 ㅎ
    그렇죠 아무리 환경이 좋아도 내맘이 편해야 하는거

  • 8. ....
    '13.2.5 11:33 AM (112.104.xxx.89) - 삭제된댓글

    파를 까라고 시키건 알아서 나가 떨어져라...한거죠.
    드라마처럼 돈봉투 주면서 헤어져 줄래 하기는 그러니까요.

  • 9. ^^
    '13.2.5 11:34 AM (175.211.xxx.159)

    원글님 정말 현명하시네요.

    결혼했다간 지금도 그집에서 파나 까고 있었겠네요.
    세속적인 기준으로 사람의 계층을 나누는 거 정말 싫어요.

  • 10. ,,
    '13.2.5 11:49 AM (121.162.xxx.46)

    원글님 정말 현명하세요 .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괜히 그런집안 바라다가 상처받고 불행하게 사는건 저군요 ~

  • 11. 00
    '13.2.5 11:51 AM (125.129.xxx.101)

    누군들 손해보는 장사하고싶어하겠어요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결혼한다해도 이혼이라는 문 또한 활짝 열려있죠.

  • 12. 한마디
    '13.2.5 12:13 PM (118.222.xxx.82)

    공감..세상 공짜는 없죠.

  • 13. 속물인거 같아도
    '13.2.5 5:08 PM (125.142.xxx.233)

    비숫한 집안기리 결혼하는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여러모로 좋은 거 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29857 연아 갈라-올 오브 미 5 2013/03/17 3,826
229856 영양제 3 .. 2013/03/17 660
229855 구글로 IP조회, 정확한가요? 10 우웅.. 2013/03/17 1,608
229854 2007년 옷을 판 대구의 최** 20 아람단 2013/03/17 8,887
229853 피겨할 때 스타킹/스케이트 색상 질문이요~ 3 궁금이 2013/03/17 2,404
229852 쇼파 쓰시는 분들 알려주세요 4 아가야놀자 2013/03/17 2,037
229851 예물 900만원 4 유나01 2013/03/17 3,367
229850 공항에서 지하철타고(급) ... 11 은새엄마 2013/03/17 1,992
229849 집에 놀러오랬다가 애가 안논다한다고 오지 말라는 친구엄마 13 황당 2013/03/17 3,952
229848 학교폭력....저와같은 생각을 하시는분 계신가요? 17 폭력없는 아.. 2013/03/17 3,828
229847 나이스에서 성적확인 2 질문 2013/03/17 2,542
229846 나이들어 겨드랑이땀 늘어나신 분 안계신가요? 5 ..... 2013/03/17 3,622
229845 부산에 치아미백 잘하는 곳 추천해주세요~~ 2013/03/17 851
229844 치킨 시켰는데 소스가 한가지밖에 안왔어요 3 굽네짜증 2013/03/17 823
229843 고1아이 때문에 속상합니다. 12 네가 좋다... 2013/03/17 3,959
229842 케이팝스타 악동뮤지션이랑 또 누가 올라갔나요 ? 5 보신 분 2013/03/17 2,232
229841 리복 리얼플렉스 운동화 좀 골라주세요... 3 리복 2013/03/17 1,169
229840 피겨는 잘 몰라서 김연아 경기보고도 감흥은 많이 안오지만 12 2013/03/17 4,023
229839 아파트 층수 조언 좀 해주세요. 10 이사 2013/03/17 2,778
229838 딸아이가 읽어준 연아 경기 직접 본 사람 후기(점프 뛸떄) 6 베베 2013/03/17 4,576
229837 아사다마오...불쌍해요 41 --- 2013/03/17 11,984
229836 엄마..섭섭해 1 . . 2013/03/17 989
229835 근데 정말.. 유치원 엄마들이랑 친하지 않으면 노골적으로 따시키.. 8 무섭다..... 2013/03/17 4,069
229834 뉴SM5 차에 USB 꽂을데가 있나요? 2 미즈박 2013/03/17 5,213
229833 생리할 때마다 무릎이 아프신 분 있나요? 3 별님ㅎ 2013/03/17 7,7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