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러니까 결혼은 대충 수준맞는 집끼리 해야 맞는거 같아요

ㅇㅇ 조회수 : 6,523
작성일 : 2013-02-05 10:53:28

지금 남편과 결혼하기 전에 사귀던 남자가 판사출신 변호사 아들이었어요.
그것도 당시 대통령의 측근들 중 하나로 굉장히 유명한 분이었죠.
아마 그때 결혼했으면 신문에 났었겠죠.  

남자 자체는 뭐 저랑 학벌도 같고 능력도 별볼일 없는데 집안 차이가 너무 났어요.
저희 부모님은 시골에서 그냥 가게 하시는 분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엄마가 신문에서 그쪽 아버님 이름 볼 때마다 걱정 많이 하셨어요.
그냥 사귀기만 하면 안되냐, 저남자랑 결혼은 안하면 안되냐고.
집안 차이가 너무 나서 솔직히 내키지 않는다고. 
근데 전 뻔뻔한 편이라 별로 그런거 신경 안썼거든요.
신분제 사회도 아닌데 엄마 괜히 오바하지 말라고.

 

근데 결혼얘기 오가면서 그집 몇번 들락날락하다 보니까 이게 아니다 싶더라구요.
(물론 지금은 그거 자체가 실수였다는 걸 알지만 그땐 몰랐죠.)
그쪽 부모님은 인성이 나쁜 분이 아니시라 저한테 꽤 잘해주셨는데,
은근히 알게 모르게 하대하는 게 있었어요. 특히 어머님 쪽이요.

기억에 남는 건 제가 놀러가 있을 때 그쪽 어머님이 아들 (그러니까 제 남친)
청약통장만들어준다고 잠시 데리고 나가면서
"심심하면 아줌마랑 앉아서 파라도 까고 있어~" 하셨던 거.

입주도우미 아줌마랑 둘이 마주앉아 파 까고 있는데 생각하니까 기분 참 요상하더라고요.

그전에 만나던 여자친구는 무슨 장관 딸이었다고 했는데
만약에 내가 그 장관 딸이었더라면 아줌마랑 파 까고 있으라고 시켰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

그런 일이 몇 번 더 있었던 것 같아요.

 

그 후에 결혼까지 못가고 어찌저찌 헤어졌는데
헤어지고 나서도 그 남자가 거의 5년 가까이 연락하면서 결혼하자고 졸랐어요.
저는 그 5년 내내 지금의 신랑이랑 연애하고 있었는데도... 참 끈질기게.
헤어질 때는 본인이 헤어지자고 했었는데 막상 헤어지고 나니까
저만큼 본인을 좋아해줄 여자가 없다는걸 깨달았다고 참 흔한 소릴 하더군요.

물론 지금의 신랑을 확고하게 사랑하고 있기도 했지만
그 사람의 조건이라는 게 철들고 나니까 전 참 싫게 느껴지더라고요.
뭐 대단히 부자라서 며느리인 나까지 떵떵거리고 살게 해 줄수있는 정도의 재력가 집안도 아닌데
괜히 사회적 명예와 지위만 엄청 높아가지고 우리 부모 기죽게 만들 수 있는 집안.

뭐 돈까지 엄청 많았어도 역시 싫었을 것 같아요.
저는 누군가한테 죽어 살아야 하는 게 정말 싫어서요.
그 집에 가면 뭔가 내가 기가 죽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
온집안이 서울대 출신. 그런게 싫더라구요.

 

지금 결혼해서 사는 신랑하고는 양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이래저래 처질 것도 없고 손해볼 것도 크게 없는 결혼이에요.
그래서 너무 편하고 좋아요. 행복하고요.
나중에 엄마가 그소리 하시더라고요. 그 집에 시집 안가줘서 너무 고맙다고.

그냥, 의사 얘기가 자꾸 나오길래 써봤어요.
저랑 결혼해줄 의사도 없었겠지만 있더라도 내가 그정도 스펙이 안되면 안할것 같아요.
결국 세상에 공짜가 없더라구요.

IP : 182.218.xxx.224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3.2.5 10:55 AM (58.148.xxx.103)

    맞는 말씀예요

  • 2. ..
    '13.2.5 10:57 AM (72.213.xxx.130)

    맞아요. 서로 맞으면 부딪힐 일도 없고 편해요. 세상에 공짜 점심이란 없다 명언이죠.

  • 3. 옳은 말씀인데
    '13.2.5 11:07 AM (60.241.xxx.111)

    신데렐라 워너비들
    기생충 워너비들은
    님 말 듣기 무지 싫어하겠어요 ^^;;

  • 4. 무지개1
    '13.2.5 11:08 AM (211.181.xxx.31)

    아들 여친에게 파를 까라니 완전 어이상실이네요

  • 5. 어린나이에
    '13.2.5 11:20 AM (1.244.xxx.49)

    빨리 알았네요 세상 살아보니 맘편하게 사는게 최고네요 물론 기본 경제력은 있어야겠죠 그런일을 겪고나니까 지금이 더 소중한것도 있겠죠~

  • 6. 가정과 자신 여건이 서로 비슷하고
    '13.2.5 11:20 AM (203.247.xxx.210)

    또 살면서 둘 다 비슷하게 승진 성장할 것 같다 싶은 상대라면
    더 바랄게 없는 조건ㅎㅎ

  • 7. ㅇㅇ
    '13.2.5 11:28 AM (180.68.xxx.122)

    그때 파까게 해줘서 고마워아셔야 겠네요 ㅎ
    그렇죠 아무리 환경이 좋아도 내맘이 편해야 하는거

  • 8. ....
    '13.2.5 11:33 AM (112.104.xxx.89) - 삭제된댓글

    파를 까라고 시키건 알아서 나가 떨어져라...한거죠.
    드라마처럼 돈봉투 주면서 헤어져 줄래 하기는 그러니까요.

  • 9. ^^
    '13.2.5 11:34 AM (175.211.xxx.159)

    원글님 정말 현명하시네요.

    결혼했다간 지금도 그집에서 파나 까고 있었겠네요.
    세속적인 기준으로 사람의 계층을 나누는 거 정말 싫어요.

  • 10. ,,
    '13.2.5 11:49 AM (121.162.xxx.46)

    원글님 정말 현명하세요 .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괜히 그런집안 바라다가 상처받고 불행하게 사는건 저군요 ~

  • 11. 00
    '13.2.5 11:51 AM (125.129.xxx.101)

    누군들 손해보는 장사하고싶어하겠어요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결혼한다해도 이혼이라는 문 또한 활짝 열려있죠.

  • 12. 한마디
    '13.2.5 12:13 PM (118.222.xxx.82)

    공감..세상 공짜는 없죠.

  • 13. 속물인거 같아도
    '13.2.5 5:08 PM (125.142.xxx.233)

    비숫한 집안기리 결혼하는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여러모로 좋은 거 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27186 혹시 핵산 드시는 분 계신가요? 5 백내장 2013/03/10 1,084
227185 글아래 광고요 정말 신기해요 3 지현맘 2013/03/10 782
227184 설겆이통 스텐으로 바꾸면 물때 덜 끼나요? 11 .. 2013/03/10 3,031
227183 이건희 아직 한국에 없나봐요. 13 아아 2013/03/10 4,443
227182 김포에 파마 잘 하는 곳 추천해 주세요 3 저기 2013/03/10 689
227181 베스트글읽고...약사의 복약지도란 어디까지? 17 2013/03/10 1,820
227180 아래 "옷차림 남의 눈을 왜 신경쓰냐"는 글요.. 21 옷차림 2013/03/10 3,096
227179 좋은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 ;;; 2013/03/10 1,344
227178 매콤깐풍기 드디어 해 먹었어요. 맛있네요. 3 치킨 2013/03/10 1,217
227177 "오늘 약국에서" 화제의 글 보러가기 4 쌈구경 2013/03/10 1,498
227176 동태포와 커피생두 2 너머 2013/03/10 1,153
227175 아들 녀석들의 다빈 엄마 짜증나요.. 5 조용히.. 2013/03/10 2,232
227174 사회생활 하기 너무 힘들어요 울고 싶어요 2 ㅜㅜ 2013/03/10 2,365
227173 모카포트가썩었어요ㅠ 5 .... 2013/03/10 1,968
227172 발등이 튀어나왔어요 게자니 2013/03/10 821
227171 "오늘 약국에서" 글은 약사들이 막았나요? 24 Korea 2013/03/10 3,280
227170 내딸 서영이 7 늦은 2013/03/10 2,999
227169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자신감이 있기때문... 1 .... 2013/03/10 576
227168 우리 사회에서 소외당한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일하고 싶습니다 3 봉사와취업 .. 2013/03/10 475
227167 머리를 세게 부딪히고 한달정도 이상없으면 괜찮은거겠죠? 바닐라향기 2013/03/10 947
227166 장하준 교수 영국 가디언지 기고문 M 2013/03/10 789
227165 7세 아들이 아프다는데 어쩌죠? 8 ... 2013/03/10 1,341
227164 복부 지방제거 시술 아시는 분 댓글 부탁해요 19 배불뚝아줌마.. 2013/03/10 3,469
227163 쵸코아이스크림. 얼룩. 도와주세요 3 ... 2013/03/10 1,413
227162 날짜넘긴 요구르트 활용법 있을까요 5 날짜지난 2013/03/10 1,4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