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영화가 97년도에 상영됐었죠..
그땐 컴퓨터 통신천리안이나 유니텔에서 기술이 막 발전해서 인터넷이 깔리기 시작한 시점이었어요.
저희 과사에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가 한대 있었는데 기말고사 기간.
남들은 기말고사 공부하기 바쁜 시점에 전 과사에 앉아서 주구장창 채팅만 했었지요.
접속 영화를 보고난다음이라 더더욱 그랬었던것 같아요.
접속에서 누군지 모르겠지만 대사 중 채팅하는 글에서 사람 감정이 느껴진다, 사람이 느껴진다
뭐 이런 말이 있었어요.
어떤 환상같은게 있었나봐요. 채팅이란것에 대해..
그때만해도 정말 인터넷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정말 흔치 않던 때라 채팅방에 가면
정말 대화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때 채팅방에서 어떤 한 분이랑 대화를 하게 됐었어요.
전 우리나라 끝에 있는 지방대학생.
그 분은 마침 제 어릴적 친구랑 같은 대학 같은 과 선배였었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너무 잘 맞는 거예요. 저랑 같은 천주교 신자분이셨는데 세례명이 미카엘이셨어요.
저보다 3살 위 남자였는데 여름방학동안 제가 다니는 대학에 오셔서 지냈던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 추억을 말씀해주시는데 참 따뜻하고, 섬세한 사람이었어요.
한번의 채팅으로 뭐 그 사람을 다 아냐 그러시겠지만,
정말 그때 대화에서.. 비록 대화 수단이 글이었지만 그 사람이 보였어요.
접속영화 대사가 정말 가슴으로 이해됐나고나할까..ㅎㅎ
근데 갑자기 컴퓨터가 다운이 되는 바람에 대화가 끊겼는데
저 미친사람처럼 사색이 되서는 단과대학생회로 막 달려가서 막 흥분해서
급한일 있으니 컴퓨터 좀 빌려쓰자 허둥지둥 정신없었어요.
결국 그 때 대화 1번으로 미카엘이란 분과는 다시는 채팅에서 만날 수 없었는데
정말 나랑 잘 맞는다, 꼭 만나보고 싶다 그런 사람이었어요.
접속 영화라 하니 그 분이 다시 떠오르네요.
그 분이 다니던 대학, 과, 학번, 세례명 이렇게 그 분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고,
마침 제 친구가 그 대학 그 과를 다니고 있어서 그 친구에게 수소문하면
그 분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는데
그냥 접어두었어요.
미카엘.. 잘 살고 있겠죠?
살짝 우울하단 느낌이 있었는데 잘 사셨으면 좋겠어요.
저만 기억하는 그런 일일지도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