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주겠다는 공약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1일 국민연금공단 인터넷 게시판에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가입 해지를 문의하며 항의하는 글이 빗발치고 있다. 박 당선인이 모든 노인에게 현행 9만4,000원씩 지급하던 기초노령연금을 20만원으로 인상하려면 재원이 막대하게 소요되므로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미가입자들에게 우선 적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 게시판 캡처.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은 자영업자나 전업주부 등 임의가입자들이다. 임의가입자들은 직장인과 달리 회사보조금 없이 100% 자비로 돈을 부담한다. 임의가입자는 일반적으로 8만9,000원씩 10년간 부으면 16만4,800만원을 받고, 15년간 부으면 24만440원, 20년간 부으면 31만 2,670원을 받는다.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에 따라 연동되지만, 당장 생각하기에는 나라에서 20만원을 준다면 가입 자체가 손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 게시판에서 글을 올린 박모씨는 "국민연금 안내면 그냥 20만원 받을 수 있는데 왜 돈을 내느냐"며 "국민연금공단은 못 믿어도 박 당선인이 노후대책은 보장해주겠다고 생각했는데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모씨는 "노후에 굶어 죽기 싫어서 절약해가면서 국민연금 가입했는데 이럴 거면 뭐 하러 허리띠를 졸라매느냐"며 "기초노령연금 주려면 국민연금이랑 관계없이 지급하라"고 항의했다.
연금가입자들의 불만은 실제 연금가입 해지로 이어지면서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건호 국민연금바로세우기 국민행동 정책위원은 1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지난달 일부 연금센터와 콜센터에서 임의가입자들의 탈퇴가 전달보다 2배 정도 늘어났다"며 "이 방식대로 진행되면 탈퇴자 수가 늘어날 건 불을 보듯 뻔하다"고 했다. 그는 "임의가입 신규가입자가 지난해 평균 3,000명에서 올해 1월 1,000명으로 떨어졌다는 건 굉장히 의미심장한 수치"라면서 "박 당선인의 연금 공약이 (국민연금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친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오 정책위원은 "기초노령연금은 보편연금의 취지였는데 지금 방식대로 가게 되면 저소득 계층에 주어지는 선별 복지 방식의 공공구조로 변질되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중하위계층 같은 경우 국민연금을 내지 않더라도 비슷한 금액을 받을 수 있어 국민연금에 가입할 이유가 없어지고, 중상위계층도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기초노령연금을 못 받게 되니 상대적인 형평성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