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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반상회에서 겪은 황당하고도 무서웠던 사건

이제는말할수있다 조회수 : 15,326
작성일 : 2013-01-31 21:41:23

아마 저 같은 경험을 하신 분도 거의 없지 싶네요.

 

10여년전...

아이도 어리고 뭐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네요.

 

그때 제가 사는 아파트 라인 반장이 60대 남자분이셨어요.

그 아저씨가 반장을 2년째하는 것을 보고 저희는 외국 갔다가 몇년만에 돌아왔는데 아직도 반장 일을 하고 계시더군요.

 

귀국하고 몇달 뒤 그냥저냥 이야기하고 지내는 윗집 언니뻘 되는 분이 반장아저씨가 좀 이상하다며 반상회 때 정식으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말하더군요.

거의 5년 이상 반장 일을 하고 계신데 반상회비 걷은 결산 회계를 한번도 안하셨다네요.

그 언니가 몇번이고 결산회계에 대해 물었고 답이 없어서 반장을 다른 분께 넘기라고 권유도 했다고 하더군요.

 

드디어 그 반상회 날.

일단 평소와 같이 인사하고 몇가지 전달사항이 전해지고 난 뒤 예의 그 언니가 조심스레 결산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니

갑자기 그 반장 아저씨가 흥분을 하며 막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더군요.

맡겨놓았으면 믿어야지 이런 일이 어디있냐고....반장 절대 그만 안두겠다고.....

그러면서 봐라 하며 공책 하나를 휙 던지더군요.

 

그 언니를 비롯해서 몇명이 노트를 보는데 세상에 회계는 커녕 딱 그전달 반상회 회비 상황만 적혀있더군요.

사람들이 지나간 반상회비가 어떻게 되었냐고 묻는데

그 반장 아저씨가 갑자기 으윽 하더니 그냥 픽 쓰러지더군요.

 

다들 갑자기 생긴 일에 이게 무슨 일이지하고 멍해서 굳어져있는데 아저씨가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하더군요.

 

새파래진 입술...뻣뻣해지는 팔다리....무서웠어요...

 

저도 그런 경우가 처음이라 어쩔 줄 몰라서 서서 보고만 있었는데

그 언니가 119 불러라... 아저씨 주물러라...막 지시를 하더군요.

 

제가 119 불렀어요.

바로 집앞에 길 건너에 소방서가 있어 출동은 빨랐는데

제가 아파트 현관에서 기다려 맞이하면서다시 한번아저씨 증세를 소상하게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구급대원은 아무런 장비도 챙기지 않고 맨손으로 올라가더군요.

뭐라 말할 사이도 없이 엘레베이터를 타고 같이 올라갔는데 아저씨는 축 늘러져 있고

구급대원은 눈동자를 확인하더니 대기하고 있는 직원에게 무전기로 침대를 요청하더군요.

인공호흡기도 달지않고 그냥 병원으로 출발하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이미 돌아가신 것 같아요...)

 

한바탕 소동이 지나가고 반상회는 그야말로 초토화되어버렸지요...

앉지도 못하고 서지도 못하고 서성이는 사람들 사이로 아저씨가 던진 노트가 한구석에서 딩굴고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어정쩡한 얼굴로 서로 쳐다만보고...

 

몇시간 뒤 그 언니랑  병원에 전화했더니 돌아가셨대요...

 

다음날 몇몇 사람들과 조문을 갔었는데 그 아저씨 아들이 저희들을 굉장히 원망하더군요.

그러면서 아저씨가 반장일을 하면서 문제가 되었던 반상회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필요가 없다고 하더군요.

사람의 죽음 앞에 돈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그냥 없는 셈치고 덮어버렸어요...

 

그 반상회 사건이후 우리 아파트 반상회 없애버렸어요.

그 와중에 그날 현장에 있었던 주민 중의 어느 아주머니는 남자 잡아먹은 독한 *들이라며 욕까지 하고 다니고...

다들 두문불출... 인생에 회의를 느낄 지경이었어요.

제 지인이 같은 아파트 살았는데 우울증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정말 그 후유증이 몇달간 지속되더군요.

 

누군가의 죽음을 그렇게 가까이서 본 것이 처음이었어요...

인간이 죽는 것은 참으로 한순간이구나하는 생각이 그 이후로도 계속 머리 속에 맴돌더군요.

 

 

 

 

IP : 58.235.xxx.231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3.1.31 9:49 PM (115.136.xxx.201)

    사람이 죽었는데 이런말은.좀 그렇지만 시트콤같아요. 돈의 출처사 나올 줄 알았는데 갑작스런 아저씨의 죽음.. 참 황당하고 황망한 일이네요

  • 2.
    '13.1.31 9:51 PM (211.234.xxx.169)

    님들이 잘못한건 없네요..그 상황이 그럴뿐 언젠간 물어야할일 아닌가요??

  • 3.
    '13.1.31 9:55 PM (223.62.xxx.241)

    엊그제 다른 커뮤니티에서 본 글에 이어 황당 충격적이네요.
    어떤 학생이 경찰서에서 전화와서 조사받고 왔다는데
    이유가 학생이 잘못 전화를 걸었는데
    그 전화가 수신자가 죽기 전에 한 마지막 통화였다고;;

  • 4. 그냥
    '13.1.31 10:03 PM (211.234.xxx.102)

    자기화를 못눌러 죽은거네요..그래도 죽음앞에선 사람들이 고개숙이기마련이지요..그러나 사람잡아먹었다는 표현을 하는 아줌마들은 개무시하세요..

  • 5. ㅁㅁㅁㅁ
    '13.1.31 10:06 PM (112.152.xxx.2)

    중간쯤 읽었을떄까지 기절한척해서 넘어갔는데 연기였더라 이런건줄 알았는데..
    기가 막히네요 정말... 친구분이랑 원글님은 그게 뭔 날벼락이래요...

  • 6. 어머...
    '13.1.31 10:36 PM (183.96.xxx.217)

    반상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정말 놀랐겠어요ᆞ
    아저씨는 지병이 있었겠지요ᆞ
    돈이 뭐라고 반상회 회비를~~

    아파트 관리비,반상회비는 문제점이 너무 많아요ᆞ

  • 7. 물고기
    '13.1.31 11:13 PM (220.93.xxx.191)

    어후~놀랐어요. 알고보니 쇼였다 할줄로 생각하다
    반전!!! 여튼 오랜전일이지만 얘길 들었으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쓸개코님 옆집오빠도요~!!

  • 8.
    '13.2.1 9:21 AM (59.15.xxx.184)

    저도 쇼라고 생각했는데 ...

    세상에 ... 참 이런 일이...네요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결혼 초 빌라에서 살 때,

    쓰레기 치우는 아저씨인가.. 계단이랑 현관앞 청소는 제가 매일 했으니 그건 아니고

    잘 기억 안나는데 수고하시니 매달 걷어서 돈을 드리자고 일층에 사신 남자분이 제안했어요

    일이만원인가 그랬는데

    전 저 나름대로 그런 분들에게 뭔가 드렸었고 별로 하고 싶지 않아 싫다했어요

    윗집 아주머니는 줗은 게 좋은 거라고 그냥 하자고 하고

    일층 아저씨는 절 옥상으로 불러내 담배 피며 왜 협조 안 하냐고 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바깥일 잘 안 되는 남편이 아내한테 뭐라하는 모습 같아서 좀 무서웠어요

    근데 그런 일 있고 나서 한달 정도 지났나,.. 야반도주 했다고 ...ㅜㅜ

    그런 일은 옛날 시골에서나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서울에서도 일어나는구나 충격이었어요

    결국 그 회비 걷자는 것도 궁여지책으로 나온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어린 아가 있었는데 그리 힘든 줄 알았다면 분유값이라도 하게 낼 걸 그랬다는...

  • 9. 별일이
    '13.2.1 10:08 AM (203.142.xxx.231)

    있네요... 참.
    아마도 평소에 지병이 있었겠지요. 고혈압이나 간질이나.. 뭐

    그나저나 그 아파트분들.. 특히나 그 집 내준 분.. 참 기분이 별로였겠네요. 그래도 돈 결산은 확실히 햇어야 맞죠

  • 10.
    '13.2.1 10:25 AM (221.140.xxx.12)

    포탈에 김용준 가족들 졸도, 가정파탄 어쩌고 하는 헤드 보고 여기 와서 처음 본 글이 이거라서 묘하네요.
    세상은 요지경이지요.

  • 11. 휴...
    '13.2.1 10:48 AM (112.217.xxx.67)

    정말 정말 희한한 일이었네요.
    끔찍하기도 하고 그날 계셨던 분들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저도 반장아저씨가 연기를 리얼하게 하시고 병원가서 아무렇지 않게 걸어 나올거라 이런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완전 반전 아닌 반전이네요. .
    그 아저씨도 그렇게 가셨으니...

    정말 세상사 요지경이네요...

  • 12. .........
    '13.2.1 12:11 PM (211.244.xxx.16)

    황당하다고 밖에요...원글님과 지인들의 행동은 일반적인것 아닌가요? 그 아저씨가 지병이 있고
    환자라고 인식했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텐데요,,,그 와중에 회비덮어버리는 가족도 면안서기는 마찬가지고요
    남의 일에 손가락질하고 화내고 엄한 간섭하는 아줌마 아저씨들은 어디서나 있나봐요,,정작 필요할땐 코빼기도 안보이잖아요,,,하도 세상이 안좋은 일이 눈만뜨면 벌어지니깐,,,휴,,,이런 소식도 놀랍지 않으니
    참 슬프네요,,,

  • 13. 그 와중에도
    '13.2.1 12:48 PM (1.241.xxx.27)

    남자잡아먹은 여자들이라고 말하고다니는 사람들도 있는...
    그게 세상이에요.
    올바른걸 보려고 하는게 아니라 보고 싶은걸 보는 세상

    세상을 정말 싫어하게 되네요.

  • 14. 정말
    '13.2.1 1:06 PM (58.226.xxx.246)

    싫어요
    저런 다혈질들.
    돌아가신분한테는 미안하지만.

    제 집안에도 저런 다혈질이 한명 있는데
    온갖 잘못 다하고 막말 다하고 혼자 성질 못이겨 파르르 떨다가.
    나 죽는다고 난리..

    누굴 원망하나요 본인 성질 못이겨 화내다가 죽은걸..

  • 15. 원글
    '13.2.1 2:55 PM (58.235.xxx.231)

    반상회비로 1달에 3천원인가 냈던 것 같아요.
    30가구 * 월3,000 = 90,000원
    1년에 100만원정도... 명절 지출 등등 하고나면 40만원정도 남았을거예요.
    그 아저씨 얼마아닌 그 돈에 그렇게 연연해서 일이 커졌다는게 저로서는 황당하더군요.

    게다가 그날 반상회했던 집은 집 사서 이사 온지 몇달 안된 집이었어요...ㅠㅠ

  • 16. 쓸개코
    '13.2.1 4:56 PM (122.36.xxx.111)

    다시 읽어보니 괜히 쫌 그래서 제 댓글 지웠습니다.

  • 17. 음음
    '13.2.1 10:36 PM (121.167.xxx.75)

    뭘 풍자했는지 모르겠지만 소설처럼 보이진 않는데요? 제 친구 어머니가 그렇게 돌아가셨어요. 워낙 오지랖 넓고 괄괄하신 분이었는데 동네 일 보시면서 나름 누구 돕는다고 하신 일인데 그게 돈 씀씀이를 제대로 설명 못하고 쓰셨나봐요. 사람들이 정확한 자료를 요구하니까 열 받으셔서 팔팔 뛰시다가 돌아가셨어요. 친구는 여러 자매였는데 다들 다른 분들 탓은 안하더라구요. 자기 엄마 성격을 아는지라.. 칠순도 안되서 그리되셔서 너무 안타까웠어요. 워낙에 평소 성격이 욱하는게 너무 많고 남들 쥐고 흔드는 성격이라 오해받고 궁지에 몰리는데 설명이 잘 안되니 너무 속이 상하면 그럴 수 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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