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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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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외삼촌의 전세이야기

단팥팡 조회수 : 2,359
작성일 : 2013-01-29 19:19:53

얼마전, 칠십가까이 되는 외삼촌이 부천의 한적한 마을에 작은 집을 하나 사서 이사를 하셨대요.

그동안은, 서울 마포대교부근의 작은 빌라에 사셨었어요.

방두개짜리에 작은 거실있는 빌라에서 얼마나 사셨느냐고 물어봤더니, 친정엄마가 그런걸 눈치없이 물어본다고 제손등을 마구 꼬집어 짓이겨놓았어요.

 

제가 호되게 꼬집힌 손등을 상밑에 감추고 애써서 아무렇지도 않은척 밝게 웃으니까,엄마는 흰자위가 미어터지게 한껏 저를 흘겨보더라구요

그런상황을 전혀 모르는 외삼촌은 뜬구름이 한가로이 흘러가는 봄날의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느긋한 목소리로

"그 빌라에서 44년을 전세로 살았지~"

합니다.

원래 우리 엄마와 외삼촌은 전쟁고아였대요.

그래서 일찍 양친이 돌아가시고 외삼촌은 어렵게 구두를 만드는 공장에서 기술을 이어받아 나중에는 착한 외숙모만나서 아들딸 낳고 양털을 등에 지고 언덕을 쉬임없이 올라가는 소년처럼 그렇게 인생길을 자분자분 밟아오셨습니다.

그중에 제일 잘한일은 큰아들을 한양대공대까지 보내셔서 좋은 건축사로 만들어놓은일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옆에서 그분들이 살아온 지난 궤적들을 너무 잘아니까, 그분들이 44년동안 한집에서 전세로 좁은집에서 살았다고해도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걸 알아요.

그리고 44년동안 전세를 살아왔다는게 한편 놀라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중엔 버스도 잘 안들어오는 시골이라지만 집은 마련해잖아요.

지금 또 이사를 앞두고 전세집을 알아보는 중인데, 겨울은 춥고 돈은 모자라고 그와중에 아이는 올여름에 태어나고, 오늘 큰애하고 피아노학원비때문에 좀 서로 다퉜어요.

맘이 많이 아프네요.

피아노학원을 안다니면 안되겠냐고 하는데 아이는 다녀야한대요.

맘이 아파요,

그래서 학원비마련해놓고보니 풀죽은 아이한테 너무 못할짓 한것 같아 맘이 아픈 저녁이네요.

그래도, 살다보면 우리도 어느덧 12년동안의 전세생활을 뒤로하고,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12년동안 옮겨다닌집만 3곳)

다음엔 진짜 정말 내 집이 생기겠지 다짐합니다.

그래요, 44년동안 전세살이한 외삼촌도 있잖아요.

그 세월동안 그분들의 얼굴엔 검버섯이 피고 하얀 은발이 내려앉았지만, 열심히 살아온 청춘이 이젠 아름다운 조각보로 수를 놓은 세월일테죠.

 

IP : 110.35.xxx.238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1.29 7:29 PM (175.193.xxx.86)

    원글님 동화작가 하시면 좋겠습니다...
    글이 참 아름답네요.

  • 2. 원글
    '13.1.29 7:46 PM (110.35.xxx.238)

    제가, 82에 와서 생긴 버릇이 있다면,
    글을 써놓고 내의도와는 다르게 평가하시는 분들이 있지않을까.
    혹여나, 사촌이 땅을 샀다고 배아프냐라는 리플이 혹시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전 궁금한 질문도 있는데 나이를 그렇게 먹고도 쯔쯧!하는 리플이 있을까봐, 그냥 꿀꺽 삼키고 말아요.
    이 세상에는, 아직도 궁금한 질문이 있긴하네요. 이 나이에도.

  • 3. 사과즙
    '13.1.29 7:53 PM (59.23.xxx.69)

    그렇죠??66
    한 편의 수필을 보는 듯 하네요.

    저도 외삼촌 생각이 나요.
    엄마는 맏이고 외삼촌은 막내인데 거의 울 아빠가 키우셨어요.

    그 때는 먹고 살기 바빠 학교도 중학교 졸업도 못 하셨어요.
    저 대입 앞 두고 외삼촌네 단칸방에 사촌 동생 봐 주러 다니고
    외삼촌 내외분은 장사하러 다니셨어요..

    두 분다 얼마나 알뜰하고 열심히 사셨는지
    3층짜리 상가를 종자 삼아
    지금은 환갑을 앞 두고 받는 월세만 엄마 알기론 3천이 넘는데 아마 더 될거라고 해요.
    부모같은 누나 내외(저의 부모님)에게 아낌없이 베푸세요.

  • 4. ..
    '13.1.29 8:23 PM (218.50.xxx.223)

    지금은 힘들고 부족한 삶이라도 ..나중에 먼 나중에 나이 들고
    생을 마감해야 할 때.. 그래도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인생은 아름다운거라고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인생이 때론 버겁고 너무 고통스러울지라도 그 속에 함몰되지 않고
    소소한 기쁨과 일상의 평화를 잊지 않고 살도록 노력해야겠지요?
    원글님 글이 좋으니 절로 답변이 센치하네요^^

  • 5. 쓸개코
    '13.1.29 9:14 PM (122.36.xxx.111)

    44년동안이나 전세를 주신 집주인이 궁금해요.^^
    잘 읽었습니다.

  • 6. 아...
    '13.1.29 9:28 PM (182.209.xxx.132)

    저는 10년새에 이사를 다섯번을 다녔어요. 한남동 두군데, 응봉동, 옥수동, 개봉동...
    그러다가 40넘은 나이에 내집을 갖게돼 얼마나 기쁘던지.,,,
    집 꾸미고 사람같이 사느라 살맛이 나더군요.
    주변사람들에게 내집 자랑하고 싶어 틈만나면 친구들, 직장사람들 집으로 불러들여
    밥멕이고 차마시고...
    그때가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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