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랫집에서 케익 받았어요.

이런일은 처음~~ 조회수 : 15,307
작성일 : 2013-01-27 08:41:57

지금 사는 아파트에 작년 4월에 이사를 왔어요.

관사아파트라서 고르고 자시고 할것도 없어 들어오긴 했는데

미리 보러왔더니 집상태가 가관이였습니다.

벽지마다 낙서에 전기스위치마다 스티커에 형광펜에 유리샷시나

방문도 엉망진창...관사생활 20년이 넘었지만 살던 집중에 최악이더라구요.

도배도 하고 물 줄줄 새는 보일러도 고치고 돈들여서 업체에 청소도 시키고...

아무리 관사라도 사는동안은 내집처럼 하고 살자..는 주의이기때문에

돈고생 몸고생했습니다..(이사들어와서도 3달은 집 고치며 살았어요.ㅜ.ㅜ)

그런데 이사 들어오는 날에 아랫집 사람이라며 올라와선 엄청 기웃기웃 거리더라구요.

기분 나쁠정도로 물어보면서..왜 그런지 몰랐는데

어제 저녁에 아랫집 아주머니가 케익을 들고 올라왔네요.

아들이 대학 합격했다며 고맙다고..(그집아들이 고3인건 이사날 알긴했어요)

저는 그야말로 어리둥절..이게 무슨일인가했어요.

말씀인즉 원래 살던 사람들이 아이가 셋인데 정말 밤낮없이 뛰었다고.

아무리 부탁해도 소용이 없고 나중엔 아들이 울면서 공부를 했답니다..

이방저방 옮겨다니며 공부하다가 안되겠다 싶으면 한밤중에 독서실에 책싸들고 가곤했답니다.

관사에서 큰소리 낼수도 없고 그렇게 속을 끓이다가 고3 올라가는봄에

우리가 새로 이사를 왔으니 신경이 쓰인거지요.

우리집은 아들은 작년2월에 군대갔고 얌전한 중2짜리 딸아이에 새벽에 나가서 운동까지 다 끝내고

한밤중에 돌아오는 남편에 오전에 운동가서 점심때나 오후에 돌아오는 저..소음 날일이 없거든요.

(관사생활 오래해서 뒷꿈치 들거나 발을 끌듯이 살살 걸어라~~는 말이 입에 배였어요)

사실 강아지 한마리를 분양 받으려고 했는데 아랫집 아이가 고3이라는 말에 혹시 몰라서

수능 끝나고 데리고 왔어요..낑낑거리거나 짖으면 안되니까요..그런데 이녀석도 엄청 조용하네요.

우리집 이사들어오고 매일 천장을 보면서 절했답니다..너무 고마워서.

마음같아선 식사대접이라도 하고 싶은데 부담준다고 남편이 말렸다며

유명한 케익전문점 케익을 주시고 가네요..

살다보니 이런일도  다있구나..하고 기분 좋아서 글 써 봅니다.

내일 나가서 도서상품권이라도 사서 합격선물로 줘야겠지요?^^

IP : 222.112.xxx.28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1.27 8:48 AM (115.142.xxx.219) - 삭제된댓글

    흐믓. 이런게 사람 사는 이치예요. 서로 조심하고 이해하고 감사하고...

  • 2. 훈훈
    '13.1.27 9:15 AM (203.247.xxx.20)

    이렇게 마땅한 일이 감사한 세상이라는 게 안타깝지만,
    원글님 스토리 훈훈하네요^^

    합격선물 해 드림 그 댁에서도 더 기뻐하실 듯 ^^

  • 3. 원글이
    '13.1.27 9:22 AM (222.112.xxx.28)

    그쵸? 사람끼리 어울려 사는 기쁨이 이런거구나..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서로 배려해주고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는거요..

    전에 살던 사람은 집을 보니 대강 파악이 되서 아랫집분의 고충이 느껴졌거든요.

    이삿짐 빼고 나면 당연히 엉망이지만 제가 보던 집중에 정말 최악이여서...ㅎㅎㅎ

    기분좋은 주말입니다..여러분도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 4. 아~~
    '13.1.27 9:38 AM (218.235.xxx.166)

    이 훈훈한 기운은 뭐죠??

    읽으면서도 맘이 따땃해지네요. ㅎㅎㅎ

  • 5. 이런 글
    '13.1.27 9:38 AM (220.85.xxx.236)

    정말 좋아요~~~
    예의 바르고 교양있으신 원글님댁 가족들과
    그걸 알아주고 감사해하는 아랫집분들....
    서로 이해하며 어울려 살아가는게 맞는거죠!!
    쌀쌀한 휴일에 훈훈해지는 글 고맙습니다^^*

  • 6. ^_^
    '13.1.27 9:41 AM (218.158.xxx.226)

    케잌 갖다드린분 마음 절절이 이해가 갑니다
    애들뛰는 층간소음으로
    심장벌렁거리고 최악의 스트레스를 겪어본사람은
    조용한 윗집이 얼마나 고마운지 알거든요
    아마 절이라도 하고 싶을거에요^^

  • 7. .......
    '13.1.27 10:20 AM (110.10.xxx.5)

    아래층 분도, 원글님도 따뜻하신 분이시네요~^^

  • 8. 웃뜨까
    '13.1.27 10:51 AM (121.143.xxx.14)

    기분좋은 케익이니 맛있게 드세요.^^
    울 윗집은 큰아이 수능 2주 남았는데 대대적인 인테리어 공사를 하더이다.
    미치고 팔짝 뛰다가 일주일 남겨두고 울면서 하소연했네요.
    이런 이웃도 있는데 얼마나 고마웠겠어요.

  • 9. 물고기
    '13.1.27 11:05 AM (220.93.xxx.191)

    그러니까요
    아랫집아이가 고3이라 강아지미루신 님.
    고3아들합격에 윗층에 고마움을 표시한 아랫층님.
    훈훈~~하네요.아~예뻐라!!

  • 10. jjiing
    '13.1.27 11:41 AM (211.245.xxx.7)

    훈훈하네요~^^
    윗집 아랫집 참 좋네요^^

  • 11. 아랫집
    '13.1.27 12:21 PM (122.40.xxx.41)

    아주머니 기분을 절절하게 알아요
    저희 윗집이 세번 이사를 갔는데 이번에 오신분들 정말 무지하게 조용하네요.
    천정보며 맬맬 감사하다 합니다.^^

  • 12. 님 최고!
    '13.1.27 2:13 PM (14.52.xxx.59)

    저희 아랫집도 백화점에서 우연히 뵈었는데
    우리 애 수능에 맞춰서 화장실 공사한다고 논술날짜까지 물으시더라구요
    근데 수시 다 떨어지고 정시까지 가게 되었는데 반상회에서 어찌나 꼬치꼬치 물으시던지 ㅠㅠ
    어쨌든 이웃간의 마음씀은 정말 고마워요
    도서상품권 조금 사주시면 전 평생 안잊고 고마워할것 같아요

  • 13. 여담이지만..
    '13.1.27 6:48 PM (218.236.xxx.82)

    층간소음때문에 읍소하려고 한번은 코스트코에서 빵..
    두번째는 제과점 케익 사다 바쳤어요.
    두번째 케익 줬더니 지난번에 준 코스트코빵 얘기를 하면서 자기네는 그런빵 안먹는다고..ㅠ.ㅠ
    욕나오려는것 참느나 진땀 흘린기억있네요.
    이런 무개념 여편네도 있답니다.
    개념있었다면 애들이 뛰는것도 아니고 어른인 본인 코끼리 발소리때문에 아랫층에서 괴로워하면 처음 그 사실을 알렸을때 주의했겠죠.
    요즘은 남편한테 맞고 사는것 같아 그냥 인간 불쌍하다 하면서 그러러니하는 지경까지 왔어요.-_-

  • 14.
    '13.1.27 7:48 PM (1.236.xxx.89)

    윗집에서 소음 미안해서 뭐 갖다주는 건 봤어도 아랫집에서 고맙다고 갖다주는 경운 처음 보네요. 울면서 공부했었다는 아이도 짠하고요.
    끝이 좋아서 다행이에요. 훈훈해요.

  • 15. 아파트라는
    '13.1.27 8:17 PM (125.177.xxx.83)

    공동주거 공간의 비애네요..암튼 훈훈한 결말이라 다행^^

  • 16. ...
    '13.1.27 9:22 PM (1.245.xxx.109)

    추위를 확 녹여주는 글이네요.
    저의 동생은
    윗집 남자가 택시기사인데
    친구들을 데리고 와 밤새도록 떠들어서
    불면증에 걸렸답니다.
    견디다 못해
    어느날 낮에
    아이들 시켜 피아노를 치게했답니다.
    그랬더니 그날 밤
    방방마다 돌아다니며 몽둥인지 각목인지로
    쿵쿵 두드리고 다녀서ㅠㅠㅠ

  • 17. 저도 관사..^^
    '13.1.27 11:48 PM (182.222.xxx.254)

    층간 소음..일년 반동안 미치는 줄 알았어요..
    밤 11시넘어까지 쿵쿵쿵..
    결국 이번엔 제일 꼭대기로 이사왔어요..
    쿵쿵소리 안 들으니 정말 행복해요...

  • 18. 퍼플
    '13.1.28 12:57 AM (119.17.xxx.222)

    작년 7월 윗집 이사와서 애들 3명 미친듯이 뛰는 바람에 고3 아들 정말 이리저리 독서실 전전 하면서 공부했어요. 고3 스트레스에 층간소음까지...하늘이 원망스럽더라구요. 다행히 합격했지만 그간 스트레스 말도 못해요.ㅠㅠ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43298 냉동실 문을 열어놨어요. . 1 깜장 2013/04/18 1,936
243297 요새 지은 아파트들은 베란다 서비스 면적이 없나요? 4 이사 2013/04/18 4,396
243296 박근혜 견제는 박원순이 할 것이다 9 견제 2013/04/18 1,779
243295 오늘 염색하고 화장하고 밖에 나갔는데요 9 수다 2013/04/18 3,255
243294 (방사능)한국은 불안,세계도 위험. 당신에게 미래는 없다- 헬렌.. 5 녹색 2013/04/18 1,606
243293 송도신도시에서 ktx광명역 대중교통으로 가는법? 5 광명역 2013/04/18 5,426
243292 원천징수 관련해서 여쭤봐요 1 사업과 알바.. 2013/04/18 1,196
243291 내가 한 김장이지만 3 살림녀 2013/04/18 1,441
243290 자의식은 강한데 자존감은 낮은 사람. 4 ㅇㅇ 2013/04/18 7,829
243289 세탁기 청소 업체 예약했어요. ㅎㅎ 쿠바의밤하늘.. 2013/04/18 1,550
243288 6개월은 먹고살수 있는 냉장고 10 냉동실만땅 2013/04/18 3,222
243287 아내 생일선물로 현금 or 백화점 상품권 6 아끼오아껴서.. 2013/04/18 2,238
243286 삼생이보다는 차라리 사랑아가 더 낫다는 생각이..-.-;; 9 jc6148.. 2013/04/18 2,536
243285 (긴글)초1 아들 친구들한테 왕따?당하는거 같아요 7 눈물. 도와.. 2013/04/18 2,884
243284 돌아이 아짐 어쩔까요, 1 .. 2013/04/18 1,088
243283 족발삶아 지금 식히고 있는 중인데요 9 ... 2013/04/18 2,523
243282 여의나루역에서 내리면 벚꽃축제 가능한가요? 3 벚꽃축제 2013/04/18 1,210
243281 현명한 조언을 구합니다-반려견과 유기견 그리고 가족 문제 9 슬픔 2013/04/18 1,610
243280 튤립이 졌어요 보관은? 7 sksmss.. 2013/04/18 5,558
243279 급질>> 윤선생 회원가입을 어디서 하는건가요? 2 ... 2013/04/18 1,067
243278 왔어요. 왔어.. 베게가.. 3 ... 2013/04/18 1,778
243277 친엄마와 학원선생님의 차이가 뭘까요? 4 심각 2013/04/18 1,636
243276 카스 친구목록 다 끊으면 혼자만 볼 수있나요? 5 행복 2013/04/18 2,813
243275 일하기 싫어요 2 갑을병정녀 2013/04/18 1,279
243274 언니가 남편에게 컴퓨터 관련 일을 자꾸 부탁해요. 35 추억 2013/04/18 5,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