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남편 분이 사십이 넘었는데 아직도 게임에 빠져 산다는 글을 보고...
저도 어릴 때부터 꽤나 게임에 빠져 살았던 기억이 나서 끄적여봐요.
생각해보면 저도 참 중독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초딩 때는 오락실에서 살다시피하고, 자랑은 아니지만 엄마 지갑에 손 댄적도 있었어요.
어머니의 자애로움으로 나쁜 버릇은 고쳤지만,
중학생 때는 삼국지 게임에 빠져서 남들 농구하고 축구하고 놀 때 집에서 게임만 했었고
지금도 게임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오래 해도 1시간을 넘겨하는 적은 거의 없고 그나마 회사 다니고부터는
1주일에 하루하면 많이 할까...안 할 때는 몇 달도 안 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게임에 빠지는 큰 원인 중에 하나가
성취감, 승리감입니다.
게임은 짧은 시간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쉬운 방법 중에 하나에요.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스타크래프트의 예를 들어보면,
한 게임할 때 길게 해도 보통 30분을 넘기는 경우가 드뭅니다.
그 30분 동안에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략과 키보드 다루는 스킬, 끝까지 방심하지 않는 집중력-_-;; 등
남자의 승부욕을 일으키는 요소들을 짧은 시간에 즐길 수가 있어요.
거기다 이기기까지 하면 더할 나위없는 기쁨이죠. (쓰다보니 게임 찬양론이..-_-)
특히나 게임은 돈도 별로 안 들고 쉽게 할 수 있으니 남자들이 많이 빠집니다.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게 아닌데 게임을 많이 한다면,
무언가 다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결혼까지 했다면 더 하구요.
좋아하는 여자 쫓아다니다가 결국 내 여자로 만드는 남자 최고의 성취감도 이제 느낄 수 없고
(이러면 큰일나죠-_-;;;)
회사에서 잘 나가서 승진 팍팍하고 돈 팍팍 벌면 좋은데, 이건 짧은 시간 내에 결론을 볼 수 있는 사항이 아닌데다
경쟁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그런 성공을 하려면 가족은 버리고 살아야하죠.
그렇게 해도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구요.
그래서 게임, 낚시에 빠지는 유부남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작은 거라도 성취감을 유발시킬 수 있는 걸 찾아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외국어 자격 따기로 나름 긍정적으로 풀린 경우구요.
제가 외국어 배우는 걸 좋아해서요.
여러분들 가정에서도, 남편 분이, 혹은 아들이 좋아하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겁니다.
그냥 하라는 게 아니라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영어회화 잘 하고 싶다'라고 애매모호한 목표라고 하면
눈에 보이는 게 없으니 공부 좀 하다가 안 느는 느낌이 나면 금방 포기하게 됩니다.
OPIc IH, TOEIC Speaking Level 7 등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목표가 더 도움이 됩니다.
남편 분이 '내가 예전에 음악을 좋아했는데...기타를 잘 치고 싶었는데...'라고 한다면
그냥 배워보라는 게 아니라, 에릭 클랩튼의 Tears in heaven 완주 등을 언급하고,
운동을 좋아한다면 주말마다 축구하러 가라,가 아니라
동호회를 들어서 동호인 축구리그 4강 진출, 이런 목표를 설정하는 겁니다.
그렇게 관심사를 다른 곳으로 돌리면 자연스레 게임에서 멀어지게 되더라구요.
회사나 일은 기본적으로 해야 하니 남는 시간을 쪼개서 공부하거나 연습하게 되거든요.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남편이나 가족들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지나가는 식으로 얘기했던 걸
그다지 신경 안 쓰고 넘어가진 않았는지 한 번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세상 일이 맘대로 풀리지 않을 때, 딱히 뭔가 이뤄나간다는 느낌이 없을 때 남자들은 게임이나 당구 같은
짧은 시간에 성취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에 빠지게 됩니다.
그보다 재미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해줘야 나올 수 있습니다.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그럴 정신이 어딨냐라고 하시면 더 빠져요.
먹고 살기 빠듯한 가운데 그나마 틈내서 할 수 있는 게 게임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