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나마 찌질찌질 남자에게 하고픈 말 끄적여 봅니다.
죄송해요.
서른이 훌쩍 넘어도 이별은 너무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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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서로에 대해서 지나치게 많은걸 알고 시작한 만남이었어
둘다 조금은 늦은 나이에, 서로가 서로의 어떤 부분들을 참 견디기 힘들어하면서도
그래도 사랑하고 맞춰가려고 노력했어
남자는 목숨하고도 바꾸지 않을 자존심을 여자의 부모님 때문에 상처받아야 했고
여자는 하늘이 두쪽이 난대도 변하지 않을 무신경함을 예민한 남자를 위해 고쳐가야 했어
부모님과 거의 의절한 채 지내면서도 적지 않은 나이 둘의 미래를 생각해야 할때마다
여자는 다시금 부모님과 부딪히고 또다시 남자에게 상처를 내고
남자는 더 더 칼날 끝과 같이 날카로워지고 여자는 그때마다 죄인이 되어 전전긍긍해야 했어
남자는 여자에게 속을 말하지 않았고 그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실없는 이야기로 눙쳤지만
그래도 그 속을 짐작하는 여자는 그저 따뜻하고 다정한 목소리와 포옹과 체온으로 남자의 진심을 알 수 있었어
언제부터인가 남자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시고 피곤과 지친 기색이 역력할 때에서야
둔하디 둔한 여자는 그때서야 알 수 있었어
그래.
상황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고
사랑을 위해 뭐든 할 수 있을 나이는 이미 지났다 생각하는 남자와
어떤 끝이든 그 끝을 보고야 말겠다 생각하는 여자는
서로 이별의 말 한 마디도 없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는 잠수로 천일의 꽤 치열했던 연애를 마무리하기로 한 거야.
여자는 남자를 참으로 사랑했어
남자도 아마도 그랬을 거야
다른 좋은 인연이 생긴 것이길 바래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연락해 보고 싶지만
그러지 않는건
이미 지쳐버린 남자가 받지 않으면
여자의 마지막 멘탈도 무너질 것 같아서야
천일동안 행복하게 해줘서 고마워
잘 살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