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호구는 타고나는 거더라고요. 평생 가고요.

ㅇㅇ 조회수 : 4,019
작성일 : 2013-01-17 16:33:29

제가 아는 최강의 호구는 바로 제 친정부모인데 60넘어서도 평생 그러고 사십니다.

제가 유치원때부터 아마 시작이 된 거 같습니다

제가 초 1학년때 시골에서 연립주택 방 두개짜리를 650만원을 주고 샀는데요.
딱 그정도 금액인 600만원을 제가 유치원때 옆방에 세들어 살던 새댁에게 빌려줬어요
집 한채 값이었죠

그 새댁 그 돈으로 피아노학원 차려 원장 하다가 말아먹고 3년 후 야반도주
물론 이자도 원금도 받지 못했죠.

이자 대신 제가 그 피아노학원 3년 다녔습니다.


그리고 제 기억에 중학교 때 고모부네 개인택시.
이걸로 3천만원 빌려주셨어요. (20년전임)
고모와 고모부는 몇년 후 이혼하시고 물론 전액 떼먹혔지요.


이때까지 저희집은 엄마가 집에서 열심히 부업 + 아버지 버스기사 하셨어요
보일러도 못 켜고 자식들 헌옷 주워다 입혀가면서
알뜰살뜰 모은 전재산을 그렇게 두번이나 시원스레 날리신 겁니다.


물론 소소한것도 많겠지만 소소한건 아예 쓰지도 않고 있는거예요^^


그후 친정은 동네에서 제법 큰 슈퍼마켓을 하게 됩니다.
호구인걸 보면 아시겠지만 인복이 많으니 현금을 많이 벌었죠.

제가 아는 것만 작게는 300, 크게는 천, 이천 정도씩 동네 사람들에게 빌려준게
스무 건이 넘어요. 외상값 수십만원 떼먹힌거야 뭐 수도 없고.

그 가게 5년 하고 접은 후 그 동네에서 이사나온게 10년 전인데 물론 전액 떼먹혔습니다.
아~ 무도 그 돈 갚으려 하지 않고 친정부모도 달라 소리 안해요.

제 결혼식에 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전혀 독촉 안합니다.

왜 받을 생각조차 안하냐고 제가 물으면
'그사람 사는 꼴 뻔히 아는데 없어서 못주는걸 어쩌냐'가 제 친정부모의 논리입니다.

가장 큰 건, 그 가게를 접게 된 이유가 된 커다란 한 방.
5년 가게 하면서 현금으로만 3억 5천을 모아두었는데 (10년 전에 3억 5천입니다.)
그걸 동네 돈놀이하는 분께 이자 10퍼센트 준다는 말에 혹해서 전액 넘겨주고
물론 전액 뜯겼어요. ^^

차용증도  여태 다 있고 계좌거래한것도 버젓이 존재하고
그사람은 어디 야반도주 한 것도 아니고 지금도 동네에 뻔히 살고 있습니다.

근데 왜 못받냐고요?

'달래면 뭐하니 그사람도 없으니까 못주는 걸.'

역시 이게 논리입니다. 그사람 돈없는거 뻔히 아니까 볶아도 안나올거다.

5년 전인가, 그 3억 5천 떼먹은 사람이 저희 엄마 수술했을 때 와서 백만원 주고 갔는데
친정아버지는 그거 고마워서 어쩔 줄을 모르더군요.

내 부모지만 진심으로 쪼다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5년동안 아침에 6시에 가게 열어서 매일 밤 열두시 반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소처럼 말처럼 일해 번 돈을 한방에 뜯겨 놓으니
더 이상 가게도 할 의욕이 없었는지 5년만에 접으셨어요.


그러고 나서 한 3년 쉬시다가 또 다른 동네에 작은 가게를 여셨는데
두분 다 돈 버는 복은 있는 분들이라 그런지 이것도 제법 잘 되는 편입니다.
연 순수익이 1억 5천정도는 되니까요.

제발, 제발, 제발 이젠 좀 누구 좀 빌려주지 말라고 자식들이 애원을 하지요.

그러면 알았다, 우리도 데여서 절대 이제 누구 안 준다고는 말씀하시지요.

아, 1년쯤 전에 사돈의 사돈정도 되는 아주 먼 친척이 십년만에 전화가 와서
눈물로 자기 아들 등록금이 없다고 하소연을 해서
300만원 해줬답니다. 그건 받았냐고 물었더니 아주 해맑은 얼굴로
 
'그사람 셋방 살잖아. 달라고 해도 무슨 돈으로 주겠니'

.......

정작 딸자식인 저는 8학기 등록금만 딱 해주고 마셔서 
나머지 한학기 더다니느라 등록금 대출받아 다녔는데;;

 

아마 큰돈 빌려주는 버릇은 잠시 그쳤는지 몰라도 이정도 소소한(?) 건은 지금도 수도없을 겁니다.


그뿐인가요?
5년 전에 어떤 공장에 납품을 5천만원어친가를 했는데 그걸 못받아서
소송을 해가지고 판결을 받아서 지급명령을 받았어요.

이게 아마 혼자 하는 소송이면 하지도 않고 그냥 곱게 떼먹히셨을겁니다. 항상 그렇듯이.
근데 떼먹힌 납품업체가 한두군데가 아니라서 여럿 소송하는데 끼어서 하신거죠.

근데 지급명령 받아서 현재 그 공장에서 받아낸 돈이 4천.
나머지 천만원을 5년째 이 공장에서 안 주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이미 지급명령이 난 돈에 대해서는 1년에 20퍼센트 이자가 붙는다,
당장에 독촉을 해서 받아내라. 원금보다도 이자가 많을 판이라고 말을 해도
몇달에 한번씩 전화하셔서 공장장이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시면 그냥 전화 끊으세요.

'조금만 기다려 달란다. 올해는 주겠지~' 하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저는 마음 비웠습니다. ㅋㅋ
친정부모님이 돈 벌어 본인들 쓰시는 것만 해도 저는 감사합니다.
어차피 또 결국은 누구에겐가 흘러들어가서 그사람 좋은일 시킬 돈일 테니
쓸때나 좀 펑펑 쓰셨으면 좋겠는데 근검절약이 몸에 배신 분들이라....

어차피 부모재산이지 내 재산 아니니까 신경은 껐는데 생각하면 가끔 울화통은 터졌거든요.
생판 남들을 그렇게 억씩 몇천씩 선심쓸돈이 있으면 차라리 자식한테나 좀 주지.

근데 남동생이 하루는 그러더라고요.
'우리 부모는 돈 복이 거기까진거다. 돈을 버는 복은 있어도 쥐고 있을 복이 없는 거다'고요.
그 말 들으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그런 부모를 두고 자란 덕분에 저는 죽으면 죽었지 돈거래 안합니다.
단돈 십만원도 누구한테 빌려주고, 혹은 빌리고는 잠도 못자요.
부모님이 아주 좋은 반면교사가 돼 주셨죠.

그냥, 호구는 타고나는겁니다. ㅋㅋ

IP : 182.218.xxx.224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알비나
    '13.1.17 4:37 PM (58.87.xxx.251)

    원글님 도 닦으셨겠어요 ;;;

  • 2. 올리
    '13.1.17 4:40 PM (222.109.xxx.50)

    지켜보는 가족은 속 터지시겠네요
    울부모님도 그러시는데 좀 나으시네요
    맘이 넘 착하셔서 그럼 자식들 복받고 산대요

  • 3. 이해안되네요
    '13.1.17 4:42 PM (203.226.xxx.121)

    저같으면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아요
    저 채권들 부모님 설득해서 소멸시효만 정지되게 자꾸 조치 취하시고
    이런 말씀 드리긴 뭣하지만 부모님 돌아가신 후에 글쓴님께서 받아내심 안될까요???

  • 4. 휴 그래요
    '13.1.17 4:43 PM (58.236.xxx.74)

    중간이 좋은 거 같아요, 자기 피붙이 외에는 1원 한 장 안 쓰는 사람과
    피붙이는 헌옷 입히면서 밖에서 인심 쓰는 사람과 섞어서 중간이 되어야 하는데.
    내핍이 생활이 되셔서 본인들은 별로 고통스러워하지 않더라고요, 옆에서 보면 자식들이 괴롭지요.

  • 5. ..
    '13.1.17 4:49 PM (110.14.xxx.164)

    한두번 떼이면 정신차릴텐데..
    그 정도면 병이에요 ㅜㅜ

  • 6. 아예
    '13.1.17 5:33 PM (122.37.xxx.113)

    봉사나 기부를 하시고 살면 누가 말려...................
    정말 선하고 착한데 가난한 사람들 다 놔두고 거지근성으로 똘똘뭉친 나쁜인간들 배 불려주고 계시니 배가 아프지.
    저건 인격이 좋은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어느 한 군데에 문제가 있는, 정신질환이라고 봐요.
    착한사람 컴플렉스랄까.

  • 7. 그러게요
    '13.1.17 5:35 PM (211.207.xxx.107)

    답답은 하시겠지만
    부모님덕에 나중에 복 받으실거에요

  • 8. 와우~ 브라보
    '13.1.17 7:05 PM (175.112.xxx.138)

    대단하십니다!!
    3억5천. 사람을 시키세요.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있잖아요. 참 답답들 하시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10591 햇살 들어오는 창가를.. 3 복수씨..... 2013/01/25 1,212
210590 서울 연봉 7천 vs 지방 연봉 4천5백 어떤 게 나을까요? 17 잠시 익명 2013/01/25 5,278
210589 60대 초반 부모님 겨울여행-동남아 중심으로 추천해주세요. 2 기쁨맘 2013/01/25 1,971
210588 혹시 강변역 근처 자양한양아파트에대해 아시는분 계신가요? 5 안데스 2013/01/25 3,017
210587 17개월 장이 안좋은 남자 아기 3 유전인가 2013/01/25 714
210586 일년만에 영화 볼건데 영화 추천해주셔요~ 4 메가박스 2013/01/25 931
210585 눈 흰자위가 하얗지 못함..뭘까요? 4 흰자건강 2013/01/25 3,068
210584 요즘 피아노 못치는 애들 있나요? 13 고민 2013/01/25 2,601
210583 머리세팅 다하고 마지막에 가볍게 바르는 에센스 찾으신분 4 ... 2013/01/25 1,450
210582 빈 아파트 보일러 작동 어케해야하나요 3 동파 2013/01/25 1,572
210581 혹시 홍차버섯 장복하시는 분들 계신가요? 효과가.. 궁금 2013/01/25 1,521
210580 보정효과 있는 썬크림 추천해주세요. 1 점세개 2013/01/25 950
210579 고민해서 구입한 옷 소매가 짧아요. 4 2013/01/25 518
210578 서울시, 자정넘어 새벽5시까지 심야버스 운행 뉴스클리핑 2013/01/25 603
210577 아이 전집 빌려보시나요? 9 ........ 2013/01/25 798
210576 쿠쿠 검은색 압력 밥통인데 밥이 너무 맛이 없어요~ 9 동글이 2013/01/25 3,332
210575 Jk오기로 한 날짜인데 안오나요? 5 ㅋㅋ 2013/01/25 984
210574 페이지,안전,도구 줄이... 3 컴질문 2013/01/25 615
210573 청문회 거친 적 없는 김용준, 아킬레스건은? 3 세우실 2013/01/25 817
210572 82블로거,,배우고싶은분 3 ,,, 2013/01/25 921
210571 악기 하나 잘 다룬다면 어떤걸..,, 18 하나 선택 2013/01/25 3,540
210570 요즘도 하숙집이 있나요? 하숙집의 추억.. 4 .. 2013/01/25 1,635
210569 독한 댓글들 7 ... 2013/01/25 927
210568 명절선물 어찌하시나여? 3 선물고민 2013/01/25 933
210567 어떤 눈길에 설레세요 ? 7 2013/01/25 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