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유저분들 중에 스스로 말수가 많다... 하시는 분들은 말수 적은 사람과 상대할 때 어떤 기분이 드실까요?
일주일에 한두번 만나서 같이 저녁 먹는 같은 단지 애기엄마가 있어요.
나이는 저보다 두어살 어린데... 여러가지 조건이 잘 맞아서 같이 애들 놀리려는 목적으로 만나는 거예요.
아이들끼리 성별도 같고, 월령 비슷하고, 성향이 비슷해서 별로 싸우지 않고 잘 놀구요...
두집 다 아빠들이 바빠서 저녁 늦게나 들어오니까 아이랑 둘이 있으려면 외롭고 그렇거든요.
양쪽집 돌아가며 보통 어린이집 끝나는 시간 5시에서 8시까지 같이 놀면서 저녁 먹이고 그래요.
제가 언니라서 말은 놓고 있지만 둘다 예의지키고, 배려하고... 엄마들끼리 정치성향도, 성격도 잘 맞는 편입니다.
물론 교육관 등 소소한 차이가 없는건 아니지만, 이만한 동네친구 만들기 쉽지않다는 거 알고 맘속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딱 한가지 맘에 걸리는게...
그 동생(이제부터 A라고할게요)은 말이 많은 편이고, 저는 말이 적은 편이라서...
저랑 얘기하다 보면 A가 답답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좀 걱정이 돼요.
A는 시댁이나 친정 관련 일, 아이 교육문제 등등 화제도 참 많구요, 거기에 대한 의견도 많고...
예전에 제가 했던 얘기도 다 기억하고있다가 물어보기도 하는 반면...
저는 기본적으로 말을 많이 하면 진이 쭉쭉 빠지는 타입이구요.
시댁이나 친정 얘기... 별로 특별한 일이 없어서 할 얘기도 없고...
아이 교육에도 큰 관심이 없고... 특히 다른 사람이 했던 얘기... 잘 기억 못해요... ㅠㅠ
게다가 아이들이 시끄럽게 굴고 저한테 막 매달리면
A가 하는 얘기가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방금전에 무슨 얘기했었는지도 다 까먹을 지경... ㅠㅠ
그렇다보니 A가 어떤 화제를 꺼내서 거기에 대한 얘기를 막 하면...
호응은 잘 해주지만, 주거니받거니 하는 대화로 연결되지는 않고 항상 제쪽에서 대화가 끊겨버려요...
기본적으로 제가 타인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고, 두뇌회전이 빠르지 않은 곰과라서 그런것 같은데..
같은 패턴이 자꾸 반복되니, A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눈치도 좀 보이고 그래요.
그래서 A가 오기 전에 미리 전에 했던 얘기도 생각해내고, 오늘은 무슨 얘기를 할까 미리 생각해놓고... 하지만
막상 A랑 A 아기가 와서 밥 챙겨주다보면 머릿속은 또 진공상태가 되고...
밥 먹고, 치우고 나서는 지쳐서 아무 생각도 안나고... ㅠㅠ
저는 아기들 상대로는 대화를 참 잘해서 동네 아기들이 다 저 좋아하는데...
성인... 특히 여자어른이랑 얘기하는건 넘 힘들어요.. ㅠㅠ
A는 이런 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요?
깝깝하고 재미없지만 애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좀 슬퍼지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