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베스트 글 읽고 생각나서 몇 자 적어봅니다. 개인적인 얘기입니다.
작년에 새똥님 글 읽고 집 싹싹 정리하기 시작했는데요. 이제 큰 짐은 많이 정리를 했고, 자잘한 서랍정리 같은게 남았네요. (이게 더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어요 ㅋ) 절약의 가장 기본이 일단 정리인 것 같아요.
어쨌든 저는 정리하면서 진짜 제가 머리에 꽃달은 **뇬 (욕 죄송합니다) 이었구나 절실히 느꼈답니다. 맨날 돈 없다면서 정신없이 사대었던(?), 있는지조차 몰랐던 물건들이 한도 끝도 없이 나오더라구요. 다 정리해서 쓸만한데 제가 안 쓰것 같은 물건들은 다 기부하거나 주변에 나눠줬어요. 박스가 몇십개 나왔던듯.. 그러고 나니까 집에 문구류도 넘쳐나고..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경이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워낙 물건 정리를 못하는 스타일이라, 뭐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는데요.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있으니까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아서 척척 찾아요. 정말 신기하고 스스로가 대견해요^^
그리고 냉장고.. 먹고 싶은것도 못 먹으면 어떡해 이러면서, 막 사서 넣고. 하루 지나면 식고 맛 없어져서 안 먹다가 버리고.. 그러다가 정말 냉장고 한 번 뒤집어 엎고 선반도 두어개 빼내고. 새똥님만큼 냉장고에 적게 넣지는 않겠지만 수퍼가 내 냉장고다 생각하고 꼭 필요한것만 사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음식 가리지 않는건데요. 아무리 맛없는 음식이라도, 이 음식이 저한테 오기까지 수 많은 사람들의 노력 그리고 식물 동물들의 수고가 있었음을 기억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더라구요.
그 다음에는 신용카드. 사실 정리, 냉장고 정리등도 다 좋은데 이게 일회성이 안 되려면 신용카드 버리는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필요한 만큼의 현금만 들고 다니면 군것질 할 것도 두번 생각하게 되고, 안 쓰고 짐만 될 것도 안 사게 되고 정말 좋더라구요. 지금 개인적인 사정으로 신용카드 발급받아서 쓰기 시작했는데 다시 소비 패턴이 흐트러지고 있어요. 이번달만 지나면 다시 현금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절약.. 저한테는 이게 쓰고 싶은데 안 쓰고 그런게 아니라, 정말로 저한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달고 짜고 기름진 것 비싼 외식을 하는것보다 집에서 차근차근 값싸고 질좋은 제철 재료로 정성들여 만드는 음식이 장기적으로는 더 입에도 맞고 몸에도 좋은것 처럼요. (제가 먹순이라 비유도 먹는걸로 나오네요.) 실제로 현금으로 장보고 난 다음에는 충동적으로 사는 음식류가 많이 줄어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음식 사먹으면 조미료, 설탕, 소금, 기름 등 자극적으로 입맛이 길들여져 자꾸 그런 음식을 찾아요. 그 악순환을 끊어주는게 저한테는 중요하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이 과정이 참 즐겁고 재미있어요. 집도 예전 마굿간 같지 않고, 살림에 손때도 더 묻고, 더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고요. 필요한 물건은 중고로 사는 재미도 있구요. 지구 살리기에도 동참하니 뿌듯해요. 그리고 돈이 얼마가 들어오고 얼마가 나가고가 한 눈에 들어와서 제 손안에 꽉 잡혀있는 느낌도 진짜 좋네요. 매월 적자에 허덕이던 제 가계부가, 이제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가 되어 생전 처음 저축이 저절로 되는게 정말 너무 신기합니다. 이게 어디에서 뭘 얼만큼 줄이고 이런게 아니고 그냥 정말 꼬옥 필요한 것만 사다가 보니까 이렇게 되었어요.
다른분들도 절약이 꼭 고통스럽거나 하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즐겁게 하는 과정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경제학자는 아닙니다만, 이렇게 알찬 소비를 하면 자연적으로 돈도 잘 돌고 또 착한 소비를 돕는 기업이 더 잘 되고 그럴거라고 개인적으로 믿어요.
이 자리를 빌어서 새똥님께 감사드리며 횡설수설을 마칩니다.
(너무 길어져서 요약해봅니다: 집 및 냉장고 정리를 하여 꼭 필요한 것이 뭔지를 잘 안다. 신용카드를 쓰지 않고 현금을 써서 꾸준히 소비패턴 (꼭 필요한 것만 사는것)을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