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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봉하마을 다녀왔어요(아직 안 가신 분들 위해서)

해리 조회수 : 2,249
작성일 : 2013-01-14 23:29:00

처음이네요.

워낙 멀어서 시간 내기도 쉽지 않았고 가고 싶기도, 가고 싶지 않기도 했었고...

 

새벽 4시 30분 쯤 출발해서 9시 조금 넘어 도착했나봐요.

다행히 날씨가 춥지 않아서 여유있게 돌아볼 수 있었고

볕이 잘 드는 곳이라 좋더군요.

 

진영읍의 온갖 화학공장 단지를 지나면 한적한 시골길이 나오고 길가에 노란 바람개비가 보여요.

바람개비 주의하세요.

참았던 감정이 터집니다.

주차장에 차 대고  국화 한송이 천원에 사들고 완만한 언덕길 올라가면 묘역에 이릅니다.

구조물 하나하나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조용히 참배하시면 됩니다.

중간 헌화대에 헌화하고

묘 바로 앞까지 가서 참배했어요.

묘를 지키는 의경이 2명인데 자기들끼리 두런두런 얘기하다가 참배객이 가면 차렷자세 잡으며 예를 갖춥니다.

사진도 찍고 둘러보고 내려와서 부엉이바위도 올려다보고(올라가서 고인이 보신 마지막 풍경까지 볼 자신은 없더군요)

역사관에 가서 사진자료와 영상 보고, 쌀가게에서 먹을거리 사서 돌아왔어요.

만두 맛있네요.

떡국은 아직 안 끓여봤고, 쌀은 집에서 보내주시기 때문에 사지 않았어요.

기회가 되면 나중에 주문해볼 생각입니다. 봉하쌀은, 맛을 떠나서 참 많은 의미가 있는 쌀이니까요.

참, 어느 분이 추천해주신 김치왕만두는 김치참만두랑 겹쳐서 안 만드신대요. 사실 분들 참고하세요.

 

월요일이고 아침이어서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저희 말고도 2-3팀 정도 더 있었어요.

주차장이자 마을회관 앞마당에는 회관에 마실 나온 할머니들 따라나온 동네 개들이 사이좋게 놀고 있고

참으로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골마을입니다.

주말에 방문객 한바탕 치른 뒤여서 그랬을지도 모르고요.

생가 옆에 벤치랑 원두막이 마련돼 있는 그곳이 아마 '대통령님 나오세요!'라고 사람들이 외쳤던 그 담이었나봅니다.

그 너머 자택 마당 끝에서 방문객들 내려다보시던 모습 TV에서 많이 봤지요.

지금은 대나무로 담을 세워 자택 마당이 들여다보이진 않아요.

자택은 영화 [말하는 건축가]로도 잘 알려진 고 정기용 선생님이 지으신 집이지요.

'편하게 사시겠습니까 좀 불편하게 사시겠습니까'

집 설계할 때 이렇게 물어보셨다는 얘기를 어디서 읽은 기억이 있네요.

집주인은 불편하게 살기를 선택했고

집을 지으신 분과 그 집에서 사시던 분은 모두 고인이 되셨습니다. 

 

 

마을에서 한 시간 정도 머물다가 김해시내로 갔어요.

애초에는 떡을 사고 고로케를 사고 밥을 먹기로 했는데

떡집은 주문 받은 물량 외에는 전혀 없어서 아예 팔 수 없다 하고

고로케 가게는 없어졌대요.

김해 내동 현대 2차 아파트 사시는 분들, 여기 '헬로 고로케' 언제 왜 없어진건가요?

무려 일본 츠지조 그룹에서 제빵을 배운 자매가 운영하던 맛있고 건강한 빵집이라 해서 기대하고 갔는데 다른 가게가 생겨서 너무 아쉬웠어요.

혹시나 싶어 블록 전체를 몇 바퀴 도는데, 저 쪽 가면 있다고 거짓말한 고딩 뭥미?

맛집 블로거의 포스트를 보고 간 삼계동 한식집은

가격 적당, 깔끔하면서도 모든 반찬에 개성이 담긴 특이한 맛이었어요.

봉하에서 밥 먹기 애매하다 하신 분들 김해 맛집 검색해보세요.

은근히 많은 듯 했습니다.

 

이 정도 크기의 도시에 방문하면 저는 꼭 박물관에 가보는데

이번엔 밤을 꼬박 새우고 가기도 했고 체력이며 시간이 여의치 않아 그냥 돌아온 것이 아쉬워요.

대성동 유적지에도 꼭 가보고 싶었고 수로왕릉이며 산성이며...

가야 문화의 본산에 와서 밥만 먹고 가는 길이 너무 서운했지만 쓰러질 것 같아서 그냥 오는 마음이 참 아쉬웠어요.

 

자, 그럼 저는 이만 일기도 아니고 식당 후기도 아니고 여행정보도 아닌 애매한 글을 이쯤에서 마무리합니다.

모두 좋은 밤 되세요.

 

 

 

 

 

 

 

IP : 221.155.xxx.140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메디
    '13.1.14 11:33 PM (211.246.xxx.166)

    후기 잘 읽었습니다
    아직 한 번도 못가봤어요......

  • 2. ..
    '13.1.14 11:39 PM (180.229.xxx.104)

    가기싶기도 가고싶지도 않은 맘 뭔지 알거 같아요
    수고하셨습니다.ㅠㅠ

  • 3. 언젠가
    '13.1.14 11:48 PM (223.62.xxx.164)

    저도 아이들과 함께 꼭 가볼 거예요. 기대됩니다.

  • 4. ...
    '13.1.15 12:00 AM (211.202.xxx.192)

    잘 다녀오셨네요... 후기 읽으며 그냥 눈물이 나네요...

  • 5. 유키지
    '13.1.15 12:17 AM (110.70.xxx.174)

    님 글 읽으니 다시 가보고 싶네요
    그 마음까지 짐작하며
    이렇게 공유하니 참 좋네요

  • 6. 나는 나
    '13.1.15 12:40 AM (119.64.xxx.204)

    휴..... 아직 맘이.. 노란 수첩이랑 탁상시계도 박스채로 그대로네요. 아직...

  • 7. 쓸개코
    '13.1.15 12:43 AM (122.36.xxx.111)

    간다하면서 못가고..

  • 8. ...
    '13.1.15 12:46 AM (118.32.xxx.209)

    후기 감사합니다. 저도 아직 한번도 못가봤어요. 정권바뀌면 웃으면서 가보리라 마음 먹었는데....
    남편이 조만간 가자고 하네요. 가만히 있다가도 가끔씩 가슴속에서 천불이 올라와요.
    노란 바람개비 보면 저도 참 많이 울꺼 같아요.

  • 9. goakek
    '13.1.15 12:57 AM (222.232.xxx.251)

    해마다 연초에 가기로 해놓고 남편이랑 약속해 놓고 용기가 없어서 못가요.
    지금도 그날 생각하면 가슴이 벌렁벌렁 혈압 오르고 이명박,검찰 개*끼들 생각하면
    지금 현실이 정말 개같아서 가면 기절할듯 울거 같아요.
    정권교체 됐으면 벌써 갔을텐데...울남편 노전대통령 펜이에요. 청문회때부터...
    수십년간 시집 식구들 다 설득해서 시가쪽은 정치쪽으로 어딜가서 토론해도 안밀릴정도에요.
    그런 남편이 회사근처 광화문에서 몇시간 줄서 있다가 조문하고 소주한잔하고 집에 들어설때
    퉁퉁 부은 눈이 아직도 잊혀 지지 않아요.50대로 접어들어 더 간절한가봐요.
    의지할만한 만한 입가에 미소 지을한만 정치가가 없어서 더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거 같아요.
    문님도 좋아하지만, 사실 노통만큼은 아니에요. 안철수는 더더욱 아니고..
    같은 남자로서 이렇게 매력에 빠진이가 김대중님 다음으로 처음이래요.남편,,,책도 많이 읽고 명문대출신에
    대기업 간부입니다. 회사에선 경상도 출신들이 즐비해 맘놓고 얘기할 상대가 별로라 친구들..고등학교
    맘맞는 친구들하고 잘 어울리네요.그 친구분들하고 관악산 등산하다가 들은 비보로 사색이 돼서
    들어서썯랬어요. 저보다 남편이 입을 상처때문에 봉하는 정권교체되면 갈려고 자꾸 미뤄집니다.

  • 10. 리아
    '13.1.15 1:19 AM (36.39.xxx.65)

    담담하고 서글픔이 느껴지는 후기네요.

    참 아쉽고 아쉽죠.

    저도 좋아했던 정치인이자 대통령이었는데,

    대통령님 나오세요~ 하고 외치면 좀 있다 배시시 웃으면서 나오는 정말 인간적인 그렇게 인간적일 수 없는

    대통령이었는데,

    ....................................

    ㅠㅠ

  • 11. ㄷㅈ
    '13.1.15 7:53 AM (1.241.xxx.80) - 삭제된댓글

    꿈에 노통님이 연설하는 소리를 들었네요 그리고 권여사가 울먹이며 노래를 부르시고 ... 광장같은 곳에서 소리만 들렸는데 흑흑 울면서 깼답니다 아침부터 마음이 너무 가라앉네요

  • 12. 꾸꾸하은맘
    '13.1.15 9:53 AM (223.62.xxx.178)

    저도 지난주 일요일 다녀왔습니다.
    동네가 생각보다 굉장히 소박해서 놀랐습니다.
    저녁시간때라 많이 둘러보지 못하고왔는데
    그 아쉬움은 다음번을 위해 남겨두기로했습니다.

  • 13. 잘봤어요
    '13.1.15 10:59 AM (183.102.xxx.64)

    저두 꼭 가려구요 노짱님 그리움에 님글이 조금은 도움이 되네요. 저두 가면 복받쳐서 울 거 같네요 지금도 눈물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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