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네요.
워낙 멀어서 시간 내기도 쉽지 않았고 가고 싶기도, 가고 싶지 않기도 했었고...
새벽 4시 30분 쯤 출발해서 9시 조금 넘어 도착했나봐요.
다행히 날씨가 춥지 않아서 여유있게 돌아볼 수 있었고
볕이 잘 드는 곳이라 좋더군요.
진영읍의 온갖 화학공장 단지를 지나면 한적한 시골길이 나오고 길가에 노란 바람개비가 보여요.
바람개비 주의하세요.
참았던 감정이 터집니다.
주차장에 차 대고 국화 한송이 천원에 사들고 완만한 언덕길 올라가면 묘역에 이릅니다.
구조물 하나하나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조용히 참배하시면 됩니다.
중간 헌화대에 헌화하고
묘 바로 앞까지 가서 참배했어요.
묘를 지키는 의경이 2명인데 자기들끼리 두런두런 얘기하다가 참배객이 가면 차렷자세 잡으며 예를 갖춥니다.
사진도 찍고 둘러보고 내려와서 부엉이바위도 올려다보고(올라가서 고인이 보신 마지막 풍경까지 볼 자신은 없더군요)
역사관에 가서 사진자료와 영상 보고, 쌀가게에서 먹을거리 사서 돌아왔어요.
만두 맛있네요.
떡국은 아직 안 끓여봤고, 쌀은 집에서 보내주시기 때문에 사지 않았어요.
기회가 되면 나중에 주문해볼 생각입니다. 봉하쌀은, 맛을 떠나서 참 많은 의미가 있는 쌀이니까요.
참, 어느 분이 추천해주신 김치왕만두는 김치참만두랑 겹쳐서 안 만드신대요. 사실 분들 참고하세요.
월요일이고 아침이어서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저희 말고도 2-3팀 정도 더 있었어요.
주차장이자 마을회관 앞마당에는 회관에 마실 나온 할머니들 따라나온 동네 개들이 사이좋게 놀고 있고
참으로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골마을입니다.
주말에 방문객 한바탕 치른 뒤여서 그랬을지도 모르고요.
생가 옆에 벤치랑 원두막이 마련돼 있는 그곳이 아마 '대통령님 나오세요!'라고 사람들이 외쳤던 그 담이었나봅니다.
그 너머 자택 마당 끝에서 방문객들 내려다보시던 모습 TV에서 많이 봤지요.
지금은 대나무로 담을 세워 자택 마당이 들여다보이진 않아요.
자택은 영화 [말하는 건축가]로도 잘 알려진 고 정기용 선생님이 지으신 집이지요.
'편하게 사시겠습니까 좀 불편하게 사시겠습니까'
집 설계할 때 이렇게 물어보셨다는 얘기를 어디서 읽은 기억이 있네요.
집주인은 불편하게 살기를 선택했고
집을 지으신 분과 그 집에서 사시던 분은 모두 고인이 되셨습니다.
마을에서 한 시간 정도 머물다가 김해시내로 갔어요.
애초에는 떡을 사고 고로케를 사고 밥을 먹기로 했는데
떡집은 주문 받은 물량 외에는 전혀 없어서 아예 팔 수 없다 하고
고로케 가게는 없어졌대요.
김해 내동 현대 2차 아파트 사시는 분들, 여기 '헬로 고로케' 언제 왜 없어진건가요?
무려 일본 츠지조 그룹에서 제빵을 배운 자매가 운영하던 맛있고 건강한 빵집이라 해서 기대하고 갔는데 다른 가게가 생겨서 너무 아쉬웠어요.
혹시나 싶어 블록 전체를 몇 바퀴 도는데, 저 쪽 가면 있다고 거짓말한 고딩 뭥미?
맛집 블로거의 포스트를 보고 간 삼계동 한식집은
가격 적당, 깔끔하면서도 모든 반찬에 개성이 담긴 특이한 맛이었어요.
봉하에서 밥 먹기 애매하다 하신 분들 김해 맛집 검색해보세요.
은근히 많은 듯 했습니다.
이 정도 크기의 도시에 방문하면 저는 꼭 박물관에 가보는데
이번엔 밤을 꼬박 새우고 가기도 했고 체력이며 시간이 여의치 않아 그냥 돌아온 것이 아쉬워요.
대성동 유적지에도 꼭 가보고 싶었고 수로왕릉이며 산성이며...
가야 문화의 본산에 와서 밥만 먹고 가는 길이 너무 서운했지만 쓰러질 것 같아서 그냥 오는 마음이 참 아쉬웠어요.
자, 그럼 저는 이만 일기도 아니고 식당 후기도 아니고 여행정보도 아닌 애매한 글을 이쯤에서 마무리합니다.
모두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