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보자면
운 이 좋은 인생은 아니었다 싶지만
그래도 돌아보니 몇번은 운 좋은 날이 있었어요
1. 중학교 운동회때 항상 달리기 꼴찌였는데
그 해는 운명경기라고 해서
중간 까지 달려가 종이 한장 집어서 물건을 가지고 가거나 선생님 손 잡고 달려가야 하는데
그 당시 단발머리에 검정 핀 꽂던 시대라 제 머리핀 들고 바로 논스톱으로 달려가서 1등
2. 아주 아주 오래전 공무원 시험을 쳤는데 그 해에 처음으로 컴퓨터 과목이 있었는데
컴퓨터가 생소한 시대여서 공부하려고 해도 시중에 책도 안나올때 어떻게 공부하나 난감해 하고 있던 차에
원서를 접수하고 나오는데 길에서 아주머니들이 00고시학원 전단지를 나눠주는걸 버리지
않고 집에 들고 왔었어요
그 전단지가 커다란 신문 형태로 되어져 있었는데
최근에 시험 친 내용 소위 말하는 기출문제가 엄청 많이 나와 있는 광고지였어요
다른 과목은 건너뛰고 컴퓨터 과목이 어찌 나오나 훑어보자 싶어서 신경써서 봤는데
제가 친 시험 컴퓨터 과목에 20문제 중 절반이 그 기출문제 전단지에서 그대로 나왔어요
컴퓨터 과목은 공부도 제대로 못해서 과락으로 떨어질거라 생각했는데 다행히 합격했죠
3. 고등학교때 화학시험이 너무나 어려워
50점 만점에 40점 넘는 사람이 없었는데
저 48점 받았어요
화학을 잘 해서 그런게 아니고 대성이라고 출판사까지 생생한데
아이들 잘 안보던 교재였는데 마침 한살 많은 언니네 보충수업교재라서 집에 있길래
풀었는데 도대체 하나도 풀 수 없는 교과서와 무관한 엄청 어려운 문제만 나오길래
해설을 봐도 이해 안되고 풀다 풀다 포기하고 답만 체크해두고 뭔 이런 책이 있나 하고 덮었는데
그 문제집에서 보기 순서 하나 안바꾸고 문제를 그대로 낸 거에요
그런데 그 답이 다 그대로 기억이 나서 푸는게 아니고 찍었어요 그냥
갑자기 화학선생님의 총애를 받는 학생이 되었고 전교1등 친구가 찾아와
화학공부하는 비법을 좀 알려달라는 지경까지...^^
솔직하게 말했어요 대성출판사 책에서 그대로 나왔다고
4. 지갑을 3번 잃어버렸는데
3번을 다 현금까지 되찾았던 것도 운이 좋은 것이었던 거 같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