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올훼스의 창 게시글을 읽으니 마음이 막 과거로 달려가네요.
옛날에 어렸을때 언니랑 동네의 만화방 돌면서 찾아 읽었던 김영숙의 갈채 시리즈도 생각나고요.
그때의 퀘퀘했던 만화방 냄새도 절로 코끝에서 맴도는 것 같고요.
제가 찾는 만화는 초등학교 5학년때 읽은 건데 1980년대에 발간된 것이고, 아마 일본작가의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가격만 너무 비싸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찾아서 읽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드는데 제목을 모르겠네요.
여자 주인공 이름이 클라리스였고, 줄거리를 말씀드리자면 일단 배경이 프랑스나 영국등의 국가가 성립되기도 이전인 아주 오래전의 유럽대륙이에요. (남자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자신의 영토를 설명해주면서 저기 저쪽에는 프랑코 공국이 있다, 라고 했던 대사가 기억이 나요)
그 당시 사이가 나쁜 이웃한 두 공국이 있었는데 그 중 한 공국은 사납다는 소문이 난 흑발의 젊은 공작이 다스리고 있었고 다른 공국은 힘이 약한 늙은 공작이 다스리고 있었어요. 늙은 공작에게는 말괄량이 딸이 하나 있었는데 딸을 성에서 키우지 않고 수녀원에 강제로 넣어버렸어요. 그런데 어느 날 밤 딸은 모험을 하고 싶은 생각으로 수녀원을 탈출해요. 하지만 지리를 모르는 딸은 벌판을 막 헤매고 다니다가 말을 탄 두명의 젊은 사내들을 만나게 되요. 그 중 검은 머리의 인상이 날카로운 사내가 딸이 수녀원에서 가출을 했다는 걸 알고는 딸을 막 비웃으며 강제로 다시 수녀원으로 보내고는 사라져 버려요. 다음날 아침 딸은 성에서 보낸 전갈로 아버지가 간밤에 암살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요. 아버지를 암살한 자는 바로 이웃 공국의 젊은 공작이었고요. 딸은 막 울면서 복수를 다짐해요.
그 후 딸의 공국을 흡수해버린 젊은 공작은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전 공작의 딸을 자신의 공비로 삼기로 해요. 딸 역시 복수를 위해 공비가 되겠다고 동의를 하고요. 그리고 결혼식날 둘은 상대가 전날 벌판에서 만난 바로 그 남자고, 그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요. 사실 딸이 가출했던 그날 밤 젊은 공작은 시종 하나를 데리고 성에 침입해서 딸의 아버지를 칼로 찌른 후 자신의 성을 돌아가던 길이었던 것이었어요. 어쨌든 첫날밤 가슴에 단도를 숨기고 침대에 누운 딸은 공작을 칼로 찌르지만 죽이는데에는 실패해요. 딸은 공작에게 온갖 저주를 퍼부으며 평생 당신을 증오하겠다고 말하고, 공작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죠.
그러다 서서히 둘은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게 되요. 그러면서도 오해때문에 가까워지질 못하고 서로를 냉대해요. 그때 그 공국에는 젊은 공작을 사랑하는 귀족 여자가 있었는데, 그녀는 공작의 본심을 눈치채고 공비를 질투하게 되요. 그리고 공비를 암살하려고 음모를 꾸미죠. 하지만 이를 알게 된 공작은 공비를 지키려다 한쪽 눈을 잃고 사경을 헤매게 되요. 비로소 공작이 자신을 사랑했고 자신도 공작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된 공비는 지극정성을 남편을 간호해요. 다행히 공작은 살아나게 되지만 애꾸눈이 되요.
그후 둘은 귀여운 귀공자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 가 싶었는데 평소 공작의 공국을 위협으로 생각하던 이웃나라에서 아기를 납치해가요. 공비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 남장을 하고 그 나라로 찾아가고 공작은 이를 뒤늦게 알게 되요. 공비는 그 나라의 왕과 친해지고 사랑까지 받게 되요. 그리고 유괴 사건은 마음씨 착한 왕을 무시하는 신하들이 자기들 멋대로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서 일으킨 것을 알게 되요. 한편 공작도 아내를 구출하기 위해 전쟁 준비에 한창이었고요. 하지만 공비가 두 나라를 중재하고 사건은 평화적으로 해결되요. 그리고 공작이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자신의 공국으로 향하면서 끝나는 만화에요.
이 공비의 이름이 클라리스인데, 그 어린 나이에도 왜 '멋있다...멋있다...'하면서 홀릭했던 공작의 이름은 생각이 안나는지 모르겠네요. 차갑고 오만하지만 공비에게만은 끔찍하게 다정한 남편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