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제대로 아팠네요. 뉴스에도 나오는 몸아프다는 독감에 걸려..
엄마랑 만나기로 한 전전날부터 몸이 으슬으슬 하더니, 전날은 너무 아파 미리 저녁에 전화를 드렸죠. 아무래도 몸상태가 너무 안좋고 이상해 내일 못갈 것 같다고, 그랬더니 목소리가 이상하다며, 내일 일어나 일찍 오랍니다. 친정집에서 아침밥먹여줄테니, 오랍니다. 일어나지도 못하겠다고 했더니, 애들 잠옷입혀서 그냥 오랍니다.
오라는 이유는 엄마가 돈내줄테니 친정집에 있는 이모에게 애들 맡기고 마사지 가잡니다. 돈내줄테니..
친정집까지 차로만 빨라도 40분 거리입니다.
다음날 아침 약먹고 자서 그런지, 9시 넘어 일어났는데, 일어나자 마자 전화왔어요. 아직 안일어났냐구, 출발했냐고,
너무너무 아프다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 같다고 했더니,
또 똑같은 소리, 너 밥차리는것도 힘들꺼 아니니 친정집오면 애들 아침먹여줄께..
잠옷입혀와라..그리고 끊어버리십니다.
솔직히 가도 맨날 김에 밥주시고, 야채도 잘 안먹이시고, 생선에 밥, 생선도 손으로 발라주시고, 그래도 나도 저렇게 컷겠거니, 한끼는 저렇게 먹어도 된다~ 생각하고 넘어가는데, 그 밥 먹이려고는..쩝..
애들 꼬셔 잠옷벗겨 옷좀 입힐려니 깔깔거리고 도망치네요.. 아이고, 잡으러 갈 힘도 없어 드러눕는데, 또 전화옵니다.
애들도 도망다니고 나 잡을 힘도 없다 못간다 했더니, 그럼 엄마혼자 마사지 받고, 저한테 오시겠답니다.
안오셔도 되는데, 했더니 오신다고 해서 애들 점심은 먹여주시겠구나 하고, 아침만 대충 빵에 계란에 과일, 플레인요구르트 주고 누워있었어요. 애들은 6,4살, 어려도 엄마 아프다니, 놀았다가 엄마 그리우면 방에 와 내 옆에서 조잘조잘, 같이 눕기도 하다가, 또 나가 놀다 하더군요. 집에 티비도 없는데,
12시 넘어 엄마가 왓어요. 오시자마자 지나가다 매장에서 거위털 패딩목도리가 엄마들 사이에 유행이라길래 미리 사둔 목도리를 드렸더니, 새거니까 좋다만 이거 얼마니, 머 이런거 샀니 하면서 본체만체 던져놓으시더라구요.
아~ 그냥 사심없이 좀 좋아하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맘은 상했지만 예상못했던 일은 아니라 걍 참고 넘어가고, 애들 밥이나 차려줬으면 싶은데, 30분 넘게 그냥 왔다 갔다 전화했다 말았다 하면서 애랑 놀아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계십니다. 그러니 할머니 왔다고 좋아했다가도 애들이 심심하니 나한테 오면 애한테 소리만 질러요. 엄마 괴롭히지 말라고,
내가 엄마 애들 그냥 밥에 김에 동치미 주세요. 다 썰어져있어요. 하니까, 그제야 막 밥을 차리는데, 도토리묵 쑤었다고 막 양념장을 만드시네요. 애들 안먹는데도, 도토리묵쑤어온걸 꼭 먹어야 된다는 생각이신지, 양념장 만드시느냐 시간보내시네요. 애들은 안먹고 저도 입어도 입어도 추워 입이 달달 거리는데 차가운 도토리묵 생각이 안나더라구요. 그저 따끈한 국물에 밥이나 먹고 싶지, 하지만 국끓여달래도 못끓여주시는거 아니까, 걍 밥에 김이나 먹고 싶었습니다.
결국 누워 있는 나를 5번도 더 넘게 일어나게 만들면서 식초 어딨냐, 간장 어딨냐, (일어나 한꺼번에 들어갈만한거 다 꺼내드렸습니다), 도마 어딨냐, 칼어딨냐(다시 일어나 꺼내드렸죠) 밥 푸게 주걱어딨냐(그냥 수저로 푸시면 안될까요? 집기는 대충 살림하는 사람이라면 비슷한 자리에 있잖아요)
결국 애들은 김에 밥먹고 먹고, 저도 김에 밥 먹고 묵 약간 먹고, 약먹고 누워 있으니, 설겆이가 꽤 많네요. 누가 양념장 만들라고 했냐구요.. 분명 설겆이 많다고 한소리 하실텐데....
아니나 다를까, 난 몸이 거의 실신상태라 누워 있는데, 엄만 계속 전화 전화 전화,
잘 놀던 아이들도 할머니 와서 기대했다 안놀아 주시니 나한테 와서 약간 치대니,
'너네 왜 엄마한테 가서 힘들게 그래, 너네 엄마 죽어도 좋아? 니네 그럼 엄마 죽어'
'왜 말을 안들어 너 그렇게 말 안들을꺼야? 할머니가 콩 때려줄까?
애들은 죽지 말라고, 울고,
엄마한테 '엄마~ 애들한테 괜한 죄책감을 심어주는것도 별로 안좋다고 그러더라구요' 좋게 말했지만 엄만 뭐 변하진 않을테고,
애들은 결국 DVD틀어주고 설겆이 하시고 전화하시고 2시간 뒤 밀대걸레 찾으시길래,
엄마 하지마 좀 쉬어 그랬더니 버럭 화내시면서
'쉬긴 어떻게 쉬냐~ 이렇게 할일이 많은데, 내가 설겆이 다~ 했다'
아.. 정말 전 왜 이렇게 친정엄마가 피곤할까요?
마지막으로 가시기전 누워만 있어 엄마 심기가 너무 불편한걸알기에 힘들어도 나와 앉아있었더니, 본론 나오네요
아빠 돌아오는 칠순 어떻게 할꺼냐고, 왜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냐고, 다다다다 퍼붓고 동남아 여행 두분만 가실테니
비용내는건 어떻냐고..
제가 바라는것 딱 하나는 제발 제가 우리 아이에게
울엄마처럼 해주고 생색내고,
공감능력 떨어지고
자식에서 뭐 바라고,
그런 엄마가 되지 않게 해주십시오.. 하는거에요.
생각만 해도 푸근하고, 기댈수 있는 엄마가 될수 있을까요?
사실 제가 아이들에게 대하는 행동에서 자꾸 엄마에게 봤던 행동들이나와서 무섭습니다.
특히 혼낼때 협박하거나, 아이들 탓을 하거나, 욱해서 막 퍼붓거나, 등짝을 때린 적도 있어요.
자꾸 심해져서 노력과 학습 그리고 마인드컨트롤로 안하게 된지 한 6개월 됬는데, 여전히 그럴까봐 무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