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직장 그만두면, 복직시에 막심한 손해가 있는 직종이지만...
애기낳고 직장 그만두었습니다.
아무리 제가 한 공부, 제가 쌓아온 경력 아쉽지만......어쩌겠어요
제 아기 봐준다 나서는 분 없으시고(가까이 사시는 양가 부모님이 못 봐주신다고 할때, 크게 서운하진 않았어요. 부모님도 노후가 있고 자신들만의 라이프가 있는데요.....)
태어난지 100일안된 핏덩이를 어린이집에는 차마 못 맡기겠구...(정말 먹고살기가 힘들어 어쩔 수 없어.. 생계를 위해 갓난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시는 분들 제외합니다...그 분들은 마음이 찢어지시겠지요ㅠㅠㅠ)
베이비시터 면접도 몇번 봤는데, 다들 아기를 잘 못 다루시고, 애기가 울면 좀 당황+짜증 내는 모습에....
조용히 접었네요...(제가 인복이 없는거겠죠)
그땐 나밖에 모르는 이 작은 아기...엄마인 내가 직접 봐야지 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아이를 직접 끼고 키워보니,
즐겁고 뿌듯할때도 많았지만,
의외로 체력적 한계가 올 때가 많았고, 과로증상;;으로 쓰러져서 링겔맞고, 한약지으러 다니고 그러던 시절도 있었네요.
그만큼, 아기를 온전히 홀로 키우는건 젊은 사람이 해도, 참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더군요.
다행히, 몇년간 직장을 쉴 수 있는 여건이 되었기에 (복직시 연봉이고 뭐고 상당한 마이너스를 감수하구요)
쉬면서 제 아기를 온전히 돌보게 되어서...감사하다고 생각하구요....
주변에 정말 아기를 향한 애절하고 절절한 마음이 느껴지는데도
직장 여건상, 또는 경제적 사정상 그만두지 못하는 여러 엄마들을 봤습니다.
그런 분들은 절대로 베스트글의 동생분같이 굴지 않습니다.
부모님에게 맡기든, 시터에게 맡기든
밤에라도 자기 아이 끼고 자려고 하고
낮에 직장에서는 일하면서도 아기가 보고싶어 죽겠다고 하고.
주말에 시간 쪼개어 이유식이라도 만들어두고, 아이랑 조금이라도 더 시간 보내고 싶어해요.
또 그게 너무도 당연한 정.상.적.인 부모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구요.
사실 대부분의 직장맘은 저렇습니다.
아기가 보고싶어서 눈썹 휘날리게 집으로 달려와
퇴근한 엄마보고 마구 좋아라하는 아이보며 행복해하고
자기전까지 집안일+아이랑 놀아주기 등으로 바쁘고 때론 힘들지만,
다른 사람의 아이도 아니고, 자신의 아이니 힘들어도 행복하고, 책임을 다하려 노력해요.
그런데, 가끔 이해 안가는 엄마들이 보이더군요.
제 주변엔 다행히 많이 없지만
두세번 정도 직간접적으로 겪어보고, 참 놀랐어요.
제가, 놀이터 벤치에서 9개월된 제 아기와 놀아주고 있을때였는데
어떤 할아버님이 손녀를 데리고 제 옆으로 오시더라구요. (그 손녀도 제 아기랑 비슷한 개월수의 아기)
제가 제 아기한테 까꿍~~ 쁘르르르~~ 하며 놀아주니깐, 그 할아버지의 손녀도 덩달아 함박웃음을 짓고 좋아하더라구요.
제가 재롱떨고 애기들 웃게 해주니깐 제 옆에 꽤 오래 계셨어요. (할머니는 저 멀리서 유모차 밀고 계시구요)
그러다 보니 인사나누게 되고 얘기를 잠깐 하게 되었는데
할아버지가, 저보고 이 아기의 엄마냐고 묻더라구요.
그래서 "네~ 제가 엄마에요" 하니까
"애기가 엄마를 아주 잘 따르네~"하고 웃으시는거에요.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자신들이 너무 힘이 딸려서 이렇게 까꿍하는 놀이도 잘 못해주겠다고 ...
그냥 애 혼자 놀으라 하고 누워만 있으니까
멍하니 혼자 있는 애기한테 너무 미안해서, 데리고 나왔다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그 애기랑 놀아주는걸 굉장히 안도하면서 지켜보는 그런 느낌?? 이었어요. 구세주를 만난 느낌?은 좀 오버이겠죠? 할아버지 표정이 정말 반가워하셔서.ㅋㅋㅋㅋ
그래서 제가 "아, 애기 엄마가 직장다니는가봐요~~" 그냥 무심코 대답을 했는데
그때부터 할아버지의 하소연이 시작됩니다. ㅠㅠ
할머니,할아버지는
5~6년전에 최초로 아들부부의 손자, 손녀를 봐주었다고 합니다.
두 아이를 유치원에 다닐때까지 꼬박 봐주다가, 유치원다니게 되자 가까이 살던 아들 부부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갑니다.
섭섭도 했지만, 그래도 육아에서 해방되니 은근히 편하고 좋으셨대요.
그렇게 된지 얼마 안되서
또 딸이 임신해서 자기 아이를 봐달라고 아예 같은 동으로;; 이사를 왔대요.
첨에는 할머니,할아버지가 이제 나이도 들고 힘도 딸려서... 애매한 거절을 하셨던 모양이에요.
그랬더니 딸이, 왜 오빠애는 봐주고 자기 애는 안 봐주냐면서 봐달라고 화를 내더래요.
거기다 같은 동으로 이사까지 왔으니,, 꼼짝못하고 봐주게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할아버지 표정이 손녀가 이쁘고 사랑스럽다기보다는
그냥 매우 찌들구 지친 표정이었어요.
정정한 나이대도 아니구, 제가 볼땐 60후반이나 70대같아보일정도로 마르고 늙으셨더라구요;;
할머니는 더 마르시고, 조그마하시구요.
보통의 경우라면 손주라면 예뻐죽을텐데...육아에 치인건지...참 많이 힘들어하시는구나... 그냥 그정도 느낌뿐이었는데...
할아버지가 이러는 겁니다.
딸과 같은 동에 사는데,
애기가 자꾸 밤에 울어서
자기들 잠못자면 아침에 출근하는데에 지장이 있으니
밤에도 할머니,할아버지보고 재우고 보라고 했다는 겁니다.;;-_-;;
같은 동인데두요....
그래서 퇴근하면 딸부부가 할머니,할아버지네 집에 와서 저녁밥만 얻어먹고 딸 얼굴 잠깐 보고
둘만 쏙 자기들 집으로 올라가 버린대요.
그렇게 평일을 보내고.
토요일에도 늦잠자고 아주 느지막하게 딸 찾으러 오고.
딱 하루, 일요일만 자기들에게 자유를 준다고 해요...
그 할아버지가 얼마나 힘들고 지치셨는지
생전 첨 보는 저에게...
그런 하소연을 하시더라구요...;;;;
상식적으로, 그 부부의 행태가 정말 이해가 안 갔지만..
할아버님한테는 그냥, "아이구...고생많으시네요..."이러고 말았습니다.
그럴꺼면 왜 애를 낳았는지?? 라고 묻고 싶었지만요...
또 한 케이스는,
임신 내내, 만삭사진, 태교여행이라고 해외여행 5번?정도 다녀오고....뭐 그런 엄마를 한 명 아는데요...
(예전 저희부서 경리아가씨였어요. 남편도 비슷한 회사원인데, 둘이 여행을 좋아해서 일년에 해외여행 서너번 안 나가면 답답하다더군요...)
애기낳구 3개월 육아휴직 쓰고 바로 복직하고
저녁마다 밸리댄스 배우러 다닌다더라구요
애기는 남편이 보나 ? 하고 말았는데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주 5일을 시부모님께 맡긴다네요.
자기들은 주말에만 애기본다구.(시부모님은 같은 도시 안에 사시고)
저녁에는 자기는 밸리댄스, 남편은 무슨 취미동호회 활동으로 바쁘대요...
뭐 그러나 보다 했어요.
그런데 얼마있다가 연년생 낳더군요 =_=;;;
육아가 생각했던것보다 힘든것 같진 않다구....
애기만 보면 너무 예쁘다고....
둘째도 시부모님이 봐주실거라구....
근데,,, 이렇게 애기 맡길꺼면 왜 자꾸 낳는걸까요?
진심 궁금하네요...
제 사촌동생은 애기가지고, 몸도 약하고 이래저래 직장 완전히 그만두고 전업주부하고 애기보는데
너무 힘들어서, 애 외동으로 끝내겠다고 하구요...
뭐 여튼. 쓰다보니.. 자꾸 길어지는데...
자기애를 자기가 직접 돌보지 않고
주5일 밤과 낮 내내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주말이틀동안만 보고...그마저도 어쩔땐 귀찮아하고 그럴꺼면서
왜 자꾸 애를 낳는걸까요????
제 주변에 애 쑥쑥 둘 셋씩 낳는 사람 보면
대부분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는 케이스들이었어요.
본인이 직접 키우는 케이스는 외동이 참 많아요. 아님 첫째 좀 키워놓고 나중에 좀 터울지게 낳거나요.
베스트 글 보고
제 주변 몇몇 사람들이 생각나고
그때의 이해안갔던 감정이 떠오르면서
두서없는 글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