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불펜에서 화이어된 글이 있는데요.
남자 위주의 리플이 많이 달려서 82분들이 보면 답답하실까봐 본문은 안 퍼오고,
요약하면 맞벌이 하는 부부 집에 시어머니가 김치를 담궜다고
가져다 놓고 갈테니 집 비밀번호를 가르쳐달라고 아들한테 물어서
아들이 가르쳐줬더니 며느리가 화를 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그 글 보고 제 어머니 생각이 났어요.
어머니가 아버지 사업 실패와 술 많이 드시는 것때문에 몸 고생, 마음 고생을 많이 하셨고,
부끄럽지만 저랑 형, 아들 둘 잘 되는 맛으로 사신 소위 '아들바라기 엄마'십니다.
가끔 저는 제 자신이 별로 자랑스러울 게 없는데
어머니는 고슴도치 사랑을 넘어서는 사랑을 보여주셔서 부담을 느낄 때가 있을 정도였죠.
그래서 아들들에게 너무 기대시는 거 아닌가하고 걱정됐던 면도 있었구요.
그러다 저 불펜 글을 보고 문득 어머니 생각이 났어요.
제 형이 재작년 5월에 결혼했는데, 결혼하고 얼마 있다가 신혼집 정리 다 됐다고
친척들 전부 초대했을 때 빼고는 형네 집에 간 적이 없습니다. 가고 싶다는 뉘앙스를 보인 적도 없구요.
거리가 가깝진 않지만 지하철 한 번 타면 되기 때문에 가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에요.
제가 아는 어머니 성격에는 분명히 간섭?-_-?을 하실 거 같았는데, 그러질 않으세요.
그래서 제가 "엄마는 왜 형네 집에 안 가? 가고 싶지 않아?"라고 여쭤보니 어머니께서 쿨하게
"시어머니가 아들 집에 자주 가는 거 아니야. 평일에 일하느라 힘든데 걔들도 주말엔 쉬어야지. 가면 서로 불편하다"
라는, 저의 예상밖의 대답을 하셨습니다.
실제로도 형 준다고 음식을 하면 갖다준다는 얘기 안 하시고 항상 형을 부르세요.
그러면 형이랑 형수랑 주말에 와서 저희들 얼굴 보고 반찬 가져가고 다음에 올 때 빈 반찬통 갖다주는 식입니다.
제가 그동안 어머니를 너무 나쁜 쪽으로 생각했었나봐요.
저는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어머니는 옛날 사고방식에 젖어있다, 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편견을 가졌던 건 저였던가 봅니다. -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