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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여우같은 남편

ㅇㅇ 조회수 : 5,044
작성일 : 2013-01-11 11:40:04

시어머니가 나쁜 분은 아닌데 좀 철이 없으세요.

여행다니는걸 원체 좋아하시는데 아들며느리 끼고 해외여행 가고 싶으셨나봐요.

그래서 작년 1년동안 한달에 30만원씩 저희랑 시어머니랑 형님네랑 여행계 부었는데

원래는 작년 1년만 내자고 하시더니 또 올해도 계속 하자고 하셨대요. ㅜ

제가 직접 들은 건 아니고 저희 윗동서 형님이 오늘 통화해봤는데 그러시더래요 계속 내자고;;;

이게 1년에 360이면 적은돈은 아니잖아요.

저희나 형님네나 전세사는 형편이고 큰돈 버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형님이 '동서네는 이제 아기도 태어나고 하니까 30씩은 힘들텐데 좀 줄이죠' 했더니

제가 그러더냐면서 '걔네는 돈 많이 버니까 괜찮아~' 하시더래요

 

근데 돈 계속 내라는 말보다 그 소리가 더 확 올라오는거예요

사실 뭐 저희 돈 많이 버는거 없거든요. 남편 직장이 대기업 축에 들어가긴 하지만

이제 갓 3년차라 실수령 300 될까말까 하는 정도고 저도 프리랜서라 수입 불규칙하고요.

그런데 저희 친정은 먹고 살만 해요. 연수입 1억 5천은 항상 넘으세요.

그래서 용돈 드려도 안받으세요. 드리면 '집도 없는 애들한테 무슨 용돈을 받냐'고

도로 돌려주시고,  시부모님 용돈이나 매달 꼬박꼬박 챙겨드리라고 하세요.

오히려 저 임신했다고 때때로 몇십만원씩 부쳐주시구요.

애기 용품 사고 먹고 싶은 것 사먹으라고. 저 입덧때문에 입원비가 꽤나왔는데

그것도 다 친정아버지가 내셨어요.

 

저는 친정부모께 효도하는 신랑 얼굴 봐서

나도 시부모님께 내 부모에게처럼 효도한다 하는 생각으로

가끔 가욋돈이라도 생기면 꼭 가서 두분 용돈 챙겨드리고 어디 놀러가신다고 하면

친구분들이랑 맛있는 거 사드시라고 용돈 드리고 자주 그랬거든요.

친정에는 안드려도 (드려도 안받으시니까!) 시댁에는 꼭 그렇게 챙겼어요.

그랬더니 저희가 떼돈버는 줄 아셨나봐요 ㅋ

 

진짜 시부모님은 첫손주인데도 여태 임신한 며느리한테

뭐 먹고싶은거 사먹어라 만원한장 줘보신적 없는데

'걔네는 돈 많이 버니까 괜찮아~'소리 들으니까 와 확 올라오더라고요

 

당장 분노왕 빙의해서 신랑한테 전화했네요

어머님이 우리보고 이러저러했다~!! 고

 

그랬더니 신랑이 막 흥분하면서

[에휴 우리엄마는 왜이렇게 철이없는지 모르겠다~ 진짜~ 대체 왜그러지~

자기 아들이 되게 잘나서 돈 많이 벌어다주고 며느리 호강시켜주는 줄 아나봐~ 그치~?]

 

하고 맞장구를 막 쳐준 후

 

[그래도 어쩌겠어 철이 없어도 어머닌데 당신이 조금만 이해해줘요 못난 자식도 잘난 줄 알고 그러시잖아

내가 어머니랑 얘기해서 책임지고 여행비 깎고 남은건 내 용돈으로 반 낼게

내가 당신 같았으면 바로 시어머니한테 전화해서 섭섭하다고 다다다다 한바탕 퍼부었을텐데

잘 참고 이렇게 남편한테만 얘기하는게 당신은 참 착한 사람이야 

나는 당신한테 김연아급의 높은 점수를 주고싶어요]

 

요러는데 분노가 급 사그라들어서 응 이따 저녁때 봐~ 이러고 끊었네요.;;;

나는 화내려고 전화한건데 -_-

 

항상 생각하ㅣ만 공감능력이 뛰어난건지

저를 다룰 줄 아는건지 아주 여우도 이런 상여우가 없어요. 등치는 산만한 것이....

하도 맞장구를 잘쳐주니 마음은 풀리긴 했는데 뭔가 음 내가 조종당하는건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IP : 182.218.xxx.224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qqqqq
    '13.1.11 11:46 AM (211.222.xxx.2)

    와...남편 짱이네요
    무슨 마누라 화났을때 대처 요령이라도 배운 사람같아요...^^;

  • 2. 디테리
    '13.1.11 11:47 AM (125.129.xxx.181)

    장난아니네요.................

  • 3. 글게요
    '13.1.11 11:47 AM (118.46.xxx.27) - 삭제된댓글

    참으로 교과서적으로 잘 대처하네요 ㅎㅎㅎ
    합리적인 남편이라 원글님이 마음고생할일은 없을듯하네요.

  • 4. 좋은 남편이네요
    '13.1.11 11:48 AM (115.178.xxx.253)

    그래도 일단 원글님 얘기 들어주고 공감도 해주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를 제안하니
    좋은 남편입니다.

    그래도 아기도 태어나고 집도 장만해야하고 노후도 준비해야 하니 잘 정리해나가셔야 해요.

    우선 전체 수입과 비용을 정리해보고 특히 아기가 태어나면 들어갈비용도 계산해보세요.

    연360이면 적은 금액이 아니니 올해까지만이라고 못박는다든가 금액을 20으로 줄인다든가
    하셔야지 안그러면 당연한줄 아십니다.

    그리고 시어른들께 시도때도없이 잘해드리지는 마세요.
    당연한줄 알고 권리인줄 알게 되기 쉬워요. 나쁜 분들이라서가 아니라 반복되면
    형편이 좋아서 당연히 줄만큼 준다고 생각하는거지요.

  • 5. 좋은
    '13.1.11 11:49 AM (180.70.xxx.72)

    신랑두셨네요 남자들 그럴때 90프로는 자기 엄마가
    잘못한거 알아도 마누라한테 좋은 소리로 달래주지않아요
    짜증내서 여자를 더 화나게하죠
    ㅋㅋ 남자도 여우같은 신랑이 좋은거예요

  • 6. ㅋㅋㅋ. 와 남편 똑똑하네요
    '13.1.11 11:50 AM (122.36.xxx.13)

    개선해주는건 하나도 없으면서 공감해주는것만으로
    언쟁거리를 무마시켜주네요 ㅋㅋㅋ
    전 따지고 개선까지 요구하는 스탈이라서 님 남편이 만약 제 남편이라면 함부로 여우짓 못 할 거 같네요 ㅋㅋ 오ㅐ냐면 저는 남편에게 그런얘기 안하고 저혼자 조용히 처리 할 것이며 내가 하는 얘기공감해주기
    만 할거면 좋은얘기만 할 거 같아요 ㅋㅋㅋ

  • 7. ...
    '13.1.11 11:51 AM (175.223.xxx.197)

    시어머니 심중에는 원글님네.친정 형편 괜찮으니 보태주시겠지뭐 그런 뉘앙스도 있는듯..

  • 8. ㅋㅋㅋ
    '13.1.11 11:53 AM (39.112.xxx.57)

    남편 똑똑네요.시엄니는 님 친정이 잘 산단 뜻입니다.

  • 9. 킬리만자로
    '13.1.11 11:55 AM (203.252.xxx.121)

    와....ㅋㅋㅋ 남편님 대박 여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여우 ㅋ
    미워할수 없는 여우.
    저게 오롯이 진심이라면 님 킹왕짱 결혼 잘하신듯 ㅋㅋ

  • 10. ㅁㅁ
    '13.1.11 11:58 AM (211.36.xxx.121) - 삭제된댓글

    남편분 완전 멋있으시네요
    원글님 정신 바짝차리시고 돈 관리 잘
    하셔야 할듯ᆢ시엄니 장단에 맞추면
    절대 아니아니 아니되오~~
    죽는소리 가끔 하시구요ᆢ저도 성격상 이런거 못하지만ᆢ
    좋은 모습만 보이면 여유있는걸로 착각하시니까
    가끔은 연기아닌 연기도 필요하다는ㅠㅠ

  • 11. 그것도
    '13.1.11 12:21 PM (203.226.xxx.51)

    어느정도 상대적인 거거든요~~ 님을 평소에 썩 괜찮은 며늘이요 아내감으로 인정을 해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경우 남편분도 (물론 남편분도 여느 남자들에 비해서 눈치 센스가 여우단 )꼬이는 감정 없이 부인편에서 달래줄수 있는거구요~~ 아무리 남편분이 이런 분 이였어도 이런 경우라도 평상시 원글님이 쌓아놓은 부분이 없다면 짜증냈을거 같아요~~ 예를 들어 그래서 니가 한건 뭔데? 잘 번다고 해서 뭐 잘해드린건 뭔데? 아무리 호인이라도 저런경우 감정 표현될수밖에요~~ 아니면 대부분은 여자가 평소에 잘 해왔다 해도 보통 남자같으면 9가지 잘해도 한가지 못하면 그거 나무라지요~~뭐 맞장구까진 아니여도 듣기싫은 내색이라도 하던가요~~한마디로 두분은 서로 잘 만나신듯 ㅎㅎ

  • 12. ....
    '13.1.11 12:47 PM (175.223.xxx.145)

    와 진짜 배우고싶네요ㅋㅋ

  • 13. Mmm
    '13.1.11 1:22 PM (14.55.xxx.168)

    원글님. 손윗동서랑 얽히지 마세요
    전 어떤 경우든 사람 말 옮기는 인간은 못믿어요
    님 동서는 시어머니에게 님네 이야기를 뭐라 했을지 모르죠
    남 열받을거 뻔히 알면서 불 지피고 대리만족 하고 있을겁니다
    님 남편은 지혜로운 사람이예요. 여우가 아니고!

  • 14. ..
    '13.1.11 1:26 PM (110.14.xxx.164)

    시어머니도 참 철이 없네요
    매달 30이 얼마나 힘든건대요

  • 15. ^^
    '13.1.11 2:31 PM (72.190.xxx.205)

    멋진 남편이시네요.
    부럽습니다.

  • 16. .....
    '13.1.11 3:51 PM (58.231.xxx.20)

    현명한 남편이시군요.
    저는 그런 상황에서 제 얘기를 그냥 들어만줘도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부럽네요^^.

  • 17. ..만원쥉
    '13.1.11 4:45 PM (115.95.xxx.135)

    만원 내셔야겠는데요?
    대부분의 남자는 버럭하면서 우리엄마가 무슨잘못이냐고 하면서 자기가 못한 효도를 와이프보고 대신 해달라는 말도안되는 요구를 하죠
    서운함에 남편한테 하소연하다가 부부싸움 크게하는집이ㅇ대부분이죠

    자랑계좌에 만원내세용!!

  • 18. +++
    '13.1.11 9:40 PM (14.50.xxx.41)

    좋으시겠어용~
    돈은 돈대로 쓰고 늘 말로 자기 한거 다 깎아먹는 신랑이랑 사는데...

  • 19. 천년세월
    '18.6.24 3:51 PM (110.70.xxx.7)

    남편 너무 잘 얻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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