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부모님에 대해 절절한 마음인 친구와 공감을 못해요

두려움 조회수 : 1,569
작성일 : 2013-01-09 23:20:27

저는 성격이 본래 냉정한 편입니다. 감정표현을 잘 안하고,그래서 마음을 닫고 있단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게다가 사회성도 떨어지는 편이었는데 나이들수록 이건 꽤 많이 고쳐졌구요.

 

부모님은 제가 사춘기때부터 주말부부를 하시다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서부턴 엄마도 아빠계신 데로 자주 가셨어요.

사춘기는 심하게 앓았었고, 그때 엄마와 저는 서로의 바닥을 보곤 했어요.

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대학시절도 지나고,저는 일찍 결혼했습니다.

 

아버지는 인자하거나 자식에게 애정이 많은 분이 아니셨고,

자신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가족의 희생을 당연히 여기는 분이셨고,

엄마도 이지적이고 합리적인 분이 아니라 감정표현이 격렬한 분이셨어요.

그리고 살림하는 것중에서도 식구들의 끼니준비를 매우매우 싫어하셔서

창피한 도시락.일주일째 같은 메뉴의 저녁식사 같은 것만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게시판에서 엄마가 해준 맛있는 음식.아버지가 너무 그리워서 눈물이 난다는 글 보면

처음엔 그냥 맹숭하니..저런 부모도 있구나..하다가,그냥 부럽다.이러고 지나갔는데요.

 

학교다닐 때조차도 마음을 터놓는 깊은 친구를 사귀어보지 못한 제가

마흔이 넘어 너무너무 좋은 친구를 만났습니다.

처음엔 너무 말이 잘통하고,제가 부족한 부분을 그 친구가,그 친구가 주장하는 부족한 부분(?)을

제가 서로 메꿔주며 ,우리 나이 마흔 넘어 이게 왠 복이냐 늙어 할머니 돼서도 이렇게 잘 지내자

그랬는데요.

 

이 친구와 제가 서로 대화중에 어색해질 때가 부모님에 대한 얘기가 나온 후입니다.

이 친구는 부모님이 아프실 거라는 생각만 해도 괴롭고,

부모님이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하기 싫다고 합니다.

제가 얘기만 들어도 너무 좋으신 부모님이더라구요.

매우 현명하시고,배려가 많으신..그런 부모님이요.

 

문제는 그 친구가 무심코 그런 말을 할 때

나도 그래..같은 공감을 못한다는 겁니다.

공감을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런 화제는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 돼요.

 

그냥 전..언젠간 부모님은 아프실거고,언젠간 돌아가실거다라고 생각합니다.

(그게..집안분위기도 그런 것 같아요.양가 할머니 할아버지 돌아가셨을때

부모님 포함 친척들은 덤덤하셨고,그냥 인생의 한 과정이지..정도의 분위기?)

원래도 냉정하고 감정표현이 서투른데다.부모님과 사춘기 이후로는 거의 뭐 떨어져지내다시피 한거고

도저히 친구가 그러는것처럼 그런 감정이 안생깁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제가 아이를 키우면서,부모님에 대한 원망을 누르고,

그냥 부모님도 어쩔 수 없었다,부모님께선 최선을 다한거다,라고 이해했거든요.

그리고 이제 더 부모님에 대한 생각으로 날 괴롭히지 말자..정도까지 마음이 정리된 상태구요.

 

그 친구도 저의 이런 부모님에 대한 마음을 알기에 그냥 얼른 말을 접고 마는데

그 친구에게 인생의 가장 중요하고 큰 존재이신 부모님을 대하는 마음이

저와 이렇게 다른데...

그 친구는 절..얼마나 멀게 느낄까 생각하면..슬퍼요.

그리고 점점 늙어가고 힘없어질 부모님을 보는 그 친구의 고통을

제가 공감못할 시간이 더 많아질텐데 그래서 이 점 때문에 그 친구와 혹시

멀어지기라도 하는 건 아닐까..그런 계산적인 걱정도 듭니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노랫가사도 있는데,

마흔 넘어서 만난 이 보석같은 친구를 ..잃을 수도 있을까요?

그러지 않으려면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IP : 1.235.xxx.8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1.9 11:24 PM (110.70.xxx.220)

    서로 다른 마음 드는건 당연한거고
    그걸 이해하는거같은데

    그거때문에 멀어진다는건 이해할수가 없네요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진 자가 친구조건이라면 세상에 친구삼을 사람 없습니다 그냥 서로 다른 모습을 인정하면됩니다

  • 2. ...
    '13.1.9 11:58 PM (61.78.xxx.55)

    애견인과 비애견인(그것도 개한테 물린 트라우마가 있는)의 공감대 형성 차이랄까요.
    비애견인이 아직도 개가 싫지만 자기를 잘 컨트롤하면서, 애견인들을 인정하는 자세를 보인다해도
    애견인의 개에 대한 애정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개에 대한 화제도 싫을 것 같아요.
    개를 싫어하는 것에 본인 성격이 못된건가 죄책감 가질 필요도 없고요.

    원글님의 친구와의 공감대가 멀어질 것을 우려하고 안타까워하는 감정을 *100 뻥튀기 하면
    그 친구분이 시간이 흘러 부모님이 노쇠하고 언젠가 헤어질 것을 걱정하는 감정이 아닐까 합니다.

    부모님이라는 화제에 국한된 게 아니라, 아주 친한 사람의 노쇠함, 이별, 회자정리, 그런 감정에 대한 공감이라면 충분할 것 같아요.

  • 3. 쵸코비
    '13.1.10 12:01 AM (175.114.xxx.68)

    다 그렇게 살아요. 저도 제일 친한 친구랑 정말 겉모습, 성격 뭐 하나 공통점이란건 없는데
    난 이친구 정말 점잖은 점이 마음에 들고 이친구는....모르죠.
    만나면 공감대가 형성이 되는 것도 있고, 전혀 공감이 안가는 것도 많아요.
    그래도 만나면 시간이 아깝고 다음에 또 만나는게 기다려지고 그럽니다.
    너무 걱정마세요. 섭섭할 때도 있고, 답답할 때도 있고
    그래도 인연의 끈은 이어져요. 그렇게 미리 걱정안하셔도 되요.
    그냥 현재의 인연에 충실하시면 될 것 같아요.

  • 4.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
    '13.1.10 12:17 AM (114.204.xxx.213)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내가 정말 모든 죽음에 초연한지..

    아기들 사고 소식이 제겐 항상 슬퍼요.
    개인적으론 삶이 거지같다 생각하지만
    그 순간 얼마나 아팠을까..
    그리고 남은 가족들은 얼마나 슬플까 생각하면
    내 일도 아닌데 혼자 눈물 닦을 때 많아요.

    만약 원글님이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할 수 있는 분이라면,
    지금의 걱정은
    친구분이 정말 소중하기에 하는 기우일테죠..

    혹시 삶과 죽음이 한 쌍임을 아셔서
    그저 자연으로 돌아갔구나..하시는 분이라면..
    이 삶에서 친구가 또 이별의 고통을 겪는구나..
    하는 그런 마음으로 접근해보시면 될거 같아요.

    원글님도 친구분과 헤어짐을 걱정하시죠?
    관계를 규정하는 이름이 부모, 친구일뿐
    소중한 이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은 매한가지랍니다.

  • 5.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13.1.10 10:45 PM (175.120.xxx.236)

    내 약점(?)에 대해 악의나 고의적으로 공격하는 게 아니라면 뭐가 문제인거죠 ??
    친구도 조심을 하는데....

    지금의 우정을 그냥 누리세요

    제 부모님과 참 유사합니다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29029 혹시 삼성서울병원 입원환자 면회시간이 따로있나요? 3 입원 2013/03/12 2,351
229028 고지혈증이나 고혈압등등에는 고기나 우유 계란등을 2 요그르트 2013/03/12 2,044
229027 급질문요. 출산 한달만에 결혼식에 참석가능한가요! 21 사과 2013/03/12 3,851
229026 몽클레어 드라이 맡기나요? 3 끄미 2013/03/12 4,186
229025 엘리베이터 앞에 담배꽁초 버리지 말라는 글귀, 아이디어 좀 주세.. 2 압력밥솥좋아.. 2013/03/12 1,532
229024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의 웃음과 유머 시골할매 2013/03/12 1,034
229023 캐드배우는거취업에 도움될까요???sos 10 7년째백수 2013/03/12 2,730
229022 이거 피부건조증인가요? 1 ㅠㅠ 2013/03/12 791
229021 71년생 가방끈이 짧아 슬프네요.. 33 .. 2013/03/12 11,977
229020 박 대통령 “4대강 의혹 없게 철저히 점검“ 外 2 세우실 2013/03/12 601
229019 색약, 제한 직업군이 어떤게 있나요? 4 적록 2013/03/12 2,706
229018 토마토, 키위갈 때 뭐 넣으세요? 19 생과일쥬스 2013/03/12 2,459
229017 고소영 브랜드 런칭 행사장에서.. 11 미둥리 2013/03/12 4,303
229016 노인 성 심부전증 아시는 분 1 조언 좀.... 2013/03/12 1,468
229015 탈북녀의 충동.... 1 2013/03/12 931
229014 대학생딸 여드름흉터 치료 해야하나요? 9 언제쯤 2013/03/12 2,231
229013 남자로션추천바랍니다 1 남자로션 2013/03/12 736
229012 교회다니시는 분들께 여쭈어보고 조언받고싶어요 4 진짜 2013/03/12 670
229011 ..악동뮤지션이 못생긴건 아닌데.. 31 ㅋㅋ 2013/03/12 5,817
229010 어제 동네 병원 갔다가 직원 실수로 접수가 안되서 2시간이나 기.. 4 .. 2013/03/12 1,639
229009 갤럭시 노트 쓰는데, 가끔 카카오 스토리 접속이 안됩니다 1 이상해요 2013/03/12 642
229008 고로쇠물 드시고 효과 보신분 있나요? 6 골다공증 2013/03/12 1,957
229007 산부인과중 임신관련 말고 검사 및 치료로 유명한 병원 없을까요.. 2 ..... 2013/03/12 848
229006 요새애들 선생한테 욕을 함부로 하는군요 9 카카오톡 2013/03/12 1,571
229005 머리했는데 정말 맘에 안드네요..ㅠ.ㅠ 5 짜증 2013/03/12 3,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