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부모님에 대해 절절한 마음인 친구와 공감을 못해요

두려움 조회수 : 1,503
작성일 : 2013-01-09 23:20:27

저는 성격이 본래 냉정한 편입니다. 감정표현을 잘 안하고,그래서 마음을 닫고 있단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게다가 사회성도 떨어지는 편이었는데 나이들수록 이건 꽤 많이 고쳐졌구요.

 

부모님은 제가 사춘기때부터 주말부부를 하시다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서부턴 엄마도 아빠계신 데로 자주 가셨어요.

사춘기는 심하게 앓았었고, 그때 엄마와 저는 서로의 바닥을 보곤 했어요.

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대학시절도 지나고,저는 일찍 결혼했습니다.

 

아버지는 인자하거나 자식에게 애정이 많은 분이 아니셨고,

자신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가족의 희생을 당연히 여기는 분이셨고,

엄마도 이지적이고 합리적인 분이 아니라 감정표현이 격렬한 분이셨어요.

그리고 살림하는 것중에서도 식구들의 끼니준비를 매우매우 싫어하셔서

창피한 도시락.일주일째 같은 메뉴의 저녁식사 같은 것만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게시판에서 엄마가 해준 맛있는 음식.아버지가 너무 그리워서 눈물이 난다는 글 보면

처음엔 그냥 맹숭하니..저런 부모도 있구나..하다가,그냥 부럽다.이러고 지나갔는데요.

 

학교다닐 때조차도 마음을 터놓는 깊은 친구를 사귀어보지 못한 제가

마흔이 넘어 너무너무 좋은 친구를 만났습니다.

처음엔 너무 말이 잘통하고,제가 부족한 부분을 그 친구가,그 친구가 주장하는 부족한 부분(?)을

제가 서로 메꿔주며 ,우리 나이 마흔 넘어 이게 왠 복이냐 늙어 할머니 돼서도 이렇게 잘 지내자

그랬는데요.

 

이 친구와 제가 서로 대화중에 어색해질 때가 부모님에 대한 얘기가 나온 후입니다.

이 친구는 부모님이 아프실 거라는 생각만 해도 괴롭고,

부모님이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하기 싫다고 합니다.

제가 얘기만 들어도 너무 좋으신 부모님이더라구요.

매우 현명하시고,배려가 많으신..그런 부모님이요.

 

문제는 그 친구가 무심코 그런 말을 할 때

나도 그래..같은 공감을 못한다는 겁니다.

공감을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런 화제는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 돼요.

 

그냥 전..언젠간 부모님은 아프실거고,언젠간 돌아가실거다라고 생각합니다.

(그게..집안분위기도 그런 것 같아요.양가 할머니 할아버지 돌아가셨을때

부모님 포함 친척들은 덤덤하셨고,그냥 인생의 한 과정이지..정도의 분위기?)

원래도 냉정하고 감정표현이 서투른데다.부모님과 사춘기 이후로는 거의 뭐 떨어져지내다시피 한거고

도저히 친구가 그러는것처럼 그런 감정이 안생깁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제가 아이를 키우면서,부모님에 대한 원망을 누르고,

그냥 부모님도 어쩔 수 없었다,부모님께선 최선을 다한거다,라고 이해했거든요.

그리고 이제 더 부모님에 대한 생각으로 날 괴롭히지 말자..정도까지 마음이 정리된 상태구요.

 

그 친구도 저의 이런 부모님에 대한 마음을 알기에 그냥 얼른 말을 접고 마는데

그 친구에게 인생의 가장 중요하고 큰 존재이신 부모님을 대하는 마음이

저와 이렇게 다른데...

그 친구는 절..얼마나 멀게 느낄까 생각하면..슬퍼요.

그리고 점점 늙어가고 힘없어질 부모님을 보는 그 친구의 고통을

제가 공감못할 시간이 더 많아질텐데 그래서 이 점 때문에 그 친구와 혹시

멀어지기라도 하는 건 아닐까..그런 계산적인 걱정도 듭니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노랫가사도 있는데,

마흔 넘어서 만난 이 보석같은 친구를 ..잃을 수도 있을까요?

그러지 않으려면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IP : 1.235.xxx.8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1.9 11:24 PM (110.70.xxx.220)

    서로 다른 마음 드는건 당연한거고
    그걸 이해하는거같은데

    그거때문에 멀어진다는건 이해할수가 없네요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진 자가 친구조건이라면 세상에 친구삼을 사람 없습니다 그냥 서로 다른 모습을 인정하면됩니다

  • 2. ...
    '13.1.9 11:58 PM (61.78.xxx.55)

    애견인과 비애견인(그것도 개한테 물린 트라우마가 있는)의 공감대 형성 차이랄까요.
    비애견인이 아직도 개가 싫지만 자기를 잘 컨트롤하면서, 애견인들을 인정하는 자세를 보인다해도
    애견인의 개에 대한 애정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개에 대한 화제도 싫을 것 같아요.
    개를 싫어하는 것에 본인 성격이 못된건가 죄책감 가질 필요도 없고요.

    원글님의 친구와의 공감대가 멀어질 것을 우려하고 안타까워하는 감정을 *100 뻥튀기 하면
    그 친구분이 시간이 흘러 부모님이 노쇠하고 언젠가 헤어질 것을 걱정하는 감정이 아닐까 합니다.

    부모님이라는 화제에 국한된 게 아니라, 아주 친한 사람의 노쇠함, 이별, 회자정리, 그런 감정에 대한 공감이라면 충분할 것 같아요.

  • 3. 쵸코비
    '13.1.10 12:01 AM (175.114.xxx.68)

    다 그렇게 살아요. 저도 제일 친한 친구랑 정말 겉모습, 성격 뭐 하나 공통점이란건 없는데
    난 이친구 정말 점잖은 점이 마음에 들고 이친구는....모르죠.
    만나면 공감대가 형성이 되는 것도 있고, 전혀 공감이 안가는 것도 많아요.
    그래도 만나면 시간이 아깝고 다음에 또 만나는게 기다려지고 그럽니다.
    너무 걱정마세요. 섭섭할 때도 있고, 답답할 때도 있고
    그래도 인연의 끈은 이어져요. 그렇게 미리 걱정안하셔도 되요.
    그냥 현재의 인연에 충실하시면 될 것 같아요.

  • 4.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
    '13.1.10 12:17 AM (114.204.xxx.213)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내가 정말 모든 죽음에 초연한지..

    아기들 사고 소식이 제겐 항상 슬퍼요.
    개인적으론 삶이 거지같다 생각하지만
    그 순간 얼마나 아팠을까..
    그리고 남은 가족들은 얼마나 슬플까 생각하면
    내 일도 아닌데 혼자 눈물 닦을 때 많아요.

    만약 원글님이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할 수 있는 분이라면,
    지금의 걱정은
    친구분이 정말 소중하기에 하는 기우일테죠..

    혹시 삶과 죽음이 한 쌍임을 아셔서
    그저 자연으로 돌아갔구나..하시는 분이라면..
    이 삶에서 친구가 또 이별의 고통을 겪는구나..
    하는 그런 마음으로 접근해보시면 될거 같아요.

    원글님도 친구분과 헤어짐을 걱정하시죠?
    관계를 규정하는 이름이 부모, 친구일뿐
    소중한 이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은 매한가지랍니다.

  • 5.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13.1.10 10:45 PM (175.120.xxx.236)

    내 약점(?)에 대해 악의나 고의적으로 공격하는 게 아니라면 뭐가 문제인거죠 ??
    친구도 조심을 하는데....

    지금의 우정을 그냥 누리세요

    제 부모님과 참 유사합니다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14511 집에서 좋은 향 나게 하려면?..인공방향제 안쓰구요. 8 ... 2013/02/04 3,098
214510 중복) 천주교이신분들.. 봐주세요.. ... 2013/02/04 420
214509 가정 방문 육아 전문가 없으실까요? 4 고민고민 2013/02/04 1,645
214508 한의대와 치대 20 진짜? 2013/02/04 4,514
214507 토지를 소유권이전 등기 해 보신분 계세요? 2 궁금맘 2013/02/04 1,562
214506 저질체력 벗어나려면 어찌해야 할까요? 7 .... 2013/02/04 1,997
214505 부부우울증 극복 어떻게 하셨나요? 1 힘들어요 2013/02/04 1,113
214504 소개팅녀의 변심 有 4 slr링크 2013/02/04 1,774
214503 중학생 봉사할곳좀 알려주세요 5 질문 2013/02/04 1,025
214502 지젤번천이 왜그리 유명한가요? 16 si 2013/02/04 4,158
214501 성추행 미군 그냥 풀어준 '얼빠진' 경찰 5 세우실 2013/02/04 573
214500 양파밥 해보세요 6 맛있어요 2013/02/04 5,991
214499 교정전문병원에서 발치는 타병원에서 하는거 9 교정 2013/02/04 1,119
214498 삼성, 불산 누출 심각한데도 밸브 교체 9시간 미뤄 1 주붕 2013/02/04 459
214497 (급질) 먹던 약을 잊어벼렸는데 재처방이 안되나요? 2 급질 2013/02/04 811
214496 급))))) 삼겹살 복분자주에 재워도 되나요?? 1 헌댁 2013/02/04 493
214495 초등 자녀두셨어요? (튼튼영어 / 선착순 6,000명) 1 네잎클로버 2013/02/04 1,264
214494 싸이 오늘 미국 슈퍼볼 광고 나왔네요... 3 오늘도웃는다.. 2013/02/04 1,714
214493 남편 코골이때문에 너무 피곤하네요. 4 ㅜㅜ 2013/02/04 1,222
214492 진짜로 주위에 바람피는 남자가 한명도 없어요 36 ... 2013/02/04 5,736
214491 이제 대학 갈때 내신이 중요하지 않은건가요? 3 .... 2013/02/04 1,756
214490 유심카드가.. 스노피 2013/02/04 476
214489 저는 몹쓸 딸이에요.. 그냥 하소연좀 들어주세요... 84 나쁜딸 2013/02/04 10,919
214488 남들앞에서 밥먹는 모습이 부끄러워요 13 전소심 2013/02/04 3,560
214487 미운사람은 뭘해도 밉다고 먹는모습미워보일까봐.. 5 미운 2013/02/04 1,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