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0대 주부에요. 한참 육아에 지쳐서 5년여의 세월을 보내고.. 이제 6년차에 접어듭니다. 물론 임신기간 포함해서요.
인간의 삶은 어떤계기로 인해 각성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깨달음일수도있고.
갑작스러운 사고나 이벤트일수도 있고.
저 같은 경우는 남편의 바람이네요.
이제. 1년 되었습니다. 최초 알게된 날짜가요.
작년 이맘 남편은 처녀를 만나 결혼하자고 호텔방에서 극락(?) 시간을 보냈죠.
어찌 저찌 봉합하고 살아오고있고, 그 와중에 82님들이 도움을 많이 주시기도 하시고. 뭐 악플도 견디고 그러면서 1년이 지났네요.
요즘 잉글리쉬로즈 처자의 글을 읽으며 새록새록 즐거워지고있어요.
저도 20세 이전을 책과함께 보낸 고독한 아이였거든요.
책을 읽기위해서는
정말 친한 친구가 많이 없어야해요 ㅎㅎㅎ
혼자만의 시간=책보는시간 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뭐더라... 우리때는 조그만 문고판 '범어사?' 뭐 이렇게 써졌던거 같은데.. 노란표지의책은 모르겠어요.
200권씩 되는거 쫘아아악 있고 그런 책들로 홈즈시리즈도 다 읽고 (홈즈1, 2, 3 뭐 이런거?)
그리고 좀 큰 책으로 두껍게 오만과 편견등등 다 읽으며 컸는데.저같은 경우는 이사를 많이다니고 중간에 본가를 떠나 대학교부터 자취생활을 하다보니 책들을 본가에 둬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여튼, 각설하고.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 정말 고등학교때 내 인생 최고의 로맨스책.
남들 할리퀸보면서 흥분하고 왜 나는 몸매도 별로고 아몬드 or 다야몬드 눈 모양의 마성의 미녀가 아닐까 고민하던 친구들 사이에서 늬들은 육체적인 사랑을 좋아하니? 흥! 난 키스신 조차 안나오는 오만과 편견 좋아한다고 흥흥거리던... ㅎㅎ
그리고 그린게이블스의 빨강머리앤..... 완역본이 2002년도에 새로 나와서 그거 산다고 난리였었죠. 열 몇권짜리. 그때쯤 EBS에서 전쟁통에 길버트가 편지쓰는 버전의 드라마를 내보낸거 같네요.
폭풍의 언덕, 제인에어, 비밀의 화원, 소공녀, 그리고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보며 마들렌은 뭔맛인가?? 읭? 이러고..
근데 댓글 읽다보니 다들 가보신 분들이 많군요!
전 영국, 영국 노래만 불렀지. 20대에 가보지 못했어요.
어제 오늘 한동안 우울했죠..............
난.... 20대에 정말 열정적이고 새벽3시에 바다 보고 싶다고 서울에서-정동진까지 운전해서 모래사장에 맥주캔 하나 꽂아 놓고 뜨는 해를 바라보며 말보로 레드를 겉멋들어 한대 피우는 여자였는데.
어쩌다 다른 사람 다 가보는 소설속 영국도 못가본 아줌마가 되어버렸을까...
왜 안갔을까....
나도 프린스에드워드 섬 가서 양배추 소금절임돼지고기가 뭔맛인지 보고 싶고. 제인오스틴이 휴양지라고 극찬하던 바스에 들러 오후의 홍차 한잔을 즐기고 싶었는데 말이죠.
생각해 보니 남편놈때문이에요!!!!!
24세에 이놈을 만나!!!
혼자서는 눈치보여서 여행도 못가고...!! 그전에는 해외로 잘만 싸돌아 다녔건만.
동갑내기 남편이 군미필이라서.......... !
같이 해외여행 갈 수있는 나이가 되니 30대가 되고. 애낳고 기르다보니 멘붕.
아아아 ㅜㅜ 정말 가고싶습니다.
소설속 그곳!!!
남편은 자긴 원래 해외여행따위 안 좋아하고 한식만 좋아하고(난 식성이 서양식) 그렇다고 바람필 무렵에 폭탄선언을 하더군요......장장 10여년간 속고살아와서 정말 가슴아펐죠. 난 남편도 문학소년인줄 알고 사랑했거든요.
결혼하고 보니 책따윈 절대 안읽더군요.
연애때는 내가 무슨무슨책 읽고있어... 하면 당장 사거나 대출해서 읽어보고 감상평을 말해주고 이야기도 곧잘 하곤 해서
난 저와 같은 취향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아마 지금은 내가 영국간다고 하면 돈낭비 시간낭비 잉여충같은 인간이라고 비웃을거에요.
그래도 최근 글들을 읽으며.............
내가 그동안 희망없이 살았구나....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저 힘내서....일단 도서관 가서 읽은지 오래된 책들부터 차근차근 읽어보고...
영국여행을 버켓리스트에 올려놓고 희망을 가지고 살래요...
50살 되면 애들도 다 대학가느라 없을테고...
저도 자유로워지겠죠...?
오늘도 견디렵니다.
저도 일기장이 없어 여기다 쓰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