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레미제라블을 보고(영화 vs 스케이트)

더블샷 조회수 : 1,966
작성일 : 2013-01-07 03:15:11

극장가서  조금만 지루하면 바로 잠이 드는 저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심지어 아바타도 거의 자느라 못봤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오늘 레미제라블 영화를 봤는데, 정말 1초도 안자고 너무 몰입해서 봤네요.  팜핀이 힘들게 죽어가는 모습보면서 폭풍 눈물,  계란으로 바위치듯 어설픈 힘으로 목숨 버리는 젊은이들,  그 순수하지만 허망한 죽음, 더러운 빈민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미한 눈빛들.. 보는 내내 너무 눈물이 나왔네요.

이런 저런 생각도 많이 들더라구요. 어릴 때는 혁명이니, 가난이니, 그런 것들이 정말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는데, 세상 무서운 거 아는 어른이 되어서인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저렇게 살았고, 아직도 세상에는 그 지독한 가난과, 지독한 혁명,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당장 나에게는 잠깐 운좋게 비켜가고 있는 거다라는.. 하지만, 누구든 항상 운이 좋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운이 나쁜 사람들은 저항하거나 체념하고,  운이 좋은 사람들은 외면하고... 역사와 사회 속에서 개개은 연약하고 어리석고..  그렇게 또 역사가 반복되며 사람들은 살아가고..

이게 아이들을 키우면서 더 절실하게 생각되는 것도 같아요.  (공포마케팅 영향을 받아서 걱정이 많아진 것도 좀 있는듯요), 드라마(서영이 같은)를 봐도 부모가 잠깐 정신줄 놓으면 아이들 인생이 참 서러워지는 것도 그렇고, 팜핀은 딸내미를 그런 곳에 맡기고 정말 심정이 어땠을까.......참.. 여러 잡생각까지 꼬리를 물면서 슬프게 봤네요.

오페라를 안 봤어서, 수잔보일이 씩씩하게 불렀던 그 노래(i dreamed a dream 인가..)를 앤 헤서웨이가 부를 때 아 저런 노래였구나 했네요.. 아, 앤헤서웨이는 정말..  갑입니다..    앤헤서웨이의 더럽고 너무 안 예쁜 모습이 눈물나게 아름다웠다는 것이 제가 느낀 이 영화의 주된 이미지인 것 같아요.  끝날 때, 와.. 이러면서 박수가 저절로 나왔는데,  아무도 안 쳐서 뻘줌했네요. 느낌이 다 같진 않았나 봐요. ^^;;

집에 오니 김연아의 또 다른 레미제라블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지난 번 경기때는 실수도 많이 하고, 음악도 잘 몰랐어서 별 감흥이 없었는데,  오늘은 많이 달랐네요.  on my own과 one day more 같은데, 영화장면도 생각나고, 김연아 선수 연기도 너무 아름답고..이건 뭐랄까 세속적인 성공을 떠나 어떤 경지의 아름다움 같은 거요..   해설하시는 분도 울먹이고, 관중들도 눈물을 글썽이네요.  일등한다고 올림픽같은 대단한 영애가 있는 경기도 아니지만, 참 아름다워서 왠지 맘이 짠한게 슬픔과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름다움과 슬픔의 느낌은 깊은 곳에서는 서로 비슷한 지점에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오늘의 감상평 요약은, 영화 레미제라블은 너무 슬퍼서 아름다왔고, 스케이팅의 레미제라블은 너무 아름다와서 왠지 슬펐다.인것 같네요. ^^

 

IP : 218.236.xxx.10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더블샷
    '13.1.7 3:18 AM (218.236.xxx.108)

    아.. 바로 전에 저랑 비슷한 느낌을 받은 분이 이미 글을 쓰셨네요.. ^^;;;

  • 2. 예술가 연아
    '13.1.7 3:20 AM (183.102.xxx.12)

    그렇죠!! 음악만 들었을 때와는 달리
    영화를 보고 연아 스케이팅을 보니 뭔가 더 깊은 울컥함이 몰려오더라고요.
    이것이 몇개의 감정이 중첩되어 나오는 감동같았어요.

  • 3. 더블샷
    '13.1.7 3:28 AM (218.236.xxx.108)

    오늘 괜히 감정과잉인가 살짝 걱정했는데, 동지를 만나서 반가와요 ㅎㅎ

  • 4.
    '13.1.7 3:29 AM (121.139.xxx.140)

    글 잘쓰시네요
    연아경기보고
    울면서
    내가 왜 우나했는데
    이런 감정 으로 그랬나봐요

    슬프고도 아름다운

  • 5. ...
    '13.1.7 7:05 AM (220.255.xxx.83)

    전 박물관이나 베르사이유 궁전 가서 화려한 유적유물들 전시해놓은것만 봐도 그냥 속이 별로 편하지많은 않아요.
    그리고 세상을 알면 알수록 그 당시나 지금이나 별 다를건 없다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03322 간병인 보험 있나요? 너무나 간절하게 찾고 있습니다 11 케일일 2013/01/07 2,039
203321 4.19 탑 근처 맛집 ... 2013/01/07 1,831
203320 고양 화정 산부인과 추천 부탁해요 4 ... 2013/01/07 3,113
203319 초등입학하는 아이 키플링 가방 어떨까요? 21 ^^ 2013/01/07 7,495
203318 C C 가 한국 사람들에게 보내는 이메일(펌) 3 워싱턴 2013/01/07 1,007
203317 관리자한테 머 그렇게 해달라는게 많은지.. 3 부정투표 2013/01/07 993
203316 보톡스 알아보고 있는데요 4 앵콜 2013/01/07 1,655
203315 ‘막말’ 윤창중, 공세로 전환? 세우실 2013/01/07 821
203314 삼성동 빌라나 주택사시는 분들 ... 3 귀국맘 다 2013/01/07 2,647
203313 제가 이러는게 시누이짓 하는걸까요?? 36 .. 2013/01/07 7,627
203312 이명박이 노무현을 어떻게 살해했는지 보여주는 만화 36 절대 용서못.. 2013/01/07 42,381
203311 초등 수학학습만화 어떤게 좋을까요? 2 ! 2013/01/07 1,301
203310 일밤 아빠 어디가? 보셨어요? 나가수 후속.. 2013/01/07 1,458
203309 베스트글 선정 기준 바꿔 주시기를 건의드립니다. 14 천천히 2013/01/07 1,791
203308 원래 겨울엔 소화기관이 약해지나요?? 3 음.. 2013/01/07 1,009
203307 인터넷으로 일기장, 스케줄 관리 할수 있는 싸이트 알려주세요~ 2 처럼 2013/01/07 795
203306 사는게 넘 힘들어요. 회사 그만둘까요? 2 아오 2013/01/07 1,568
203305 가로수길에 여자 6명 정도 식사할 곳 알려 주세요 5 ... 2013/01/07 1,318
203304 문득 서초 48프로 모임 하고싶네요. 23 만나고싶다 2013/01/07 3,122
203303 갤럭시 화면 캡춰하는번 알고싶어요 1 루비 2013/01/07 1,628
203302 유성모임후기 2 친구모임 2013/01/07 1,143
203301 로지스틱 함수를 이용, 대선 부정선거의 의혹을 말하셨던 분이요 21 ^^ 2013/01/07 13,183
203300 공황장애 의사선생님 잘하는 분 3 ... 2013/01/07 2,080
203299 한광옥이 국무총리 유력할 듯 보이네요. 8 ... 2013/01/07 2,828
203298 소변줄 뺀후에 자가소변 잘 되게 하는 비법 좀 알려주세요 4 작은기쁨 2013/01/07 6,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