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태비길냥이 그리고 옆집 고양이 죠오지

gevalia 조회수 : 1,638
작성일 : 2013-01-06 12:12:43

오늘 이곳은 토요일이라 동물병원이 문을 닫는데, 미리 약속을 하고 태비길냥이와 새끼길냥이를 보러 갔었어요.

아침에 원래 에이미와 같이가려고 했는데, 간호사가 좀 촉박하게 연락을 하면서 자기가 지금 병원이긴 하지만, 오래 머물지 않을 거 같아서 내일오면 어떻겠냐고 해요. 전 5분이라도 좋으니 오늘도 보고 내일도 가겠다고 하고 갔어요.

이 간호사가 참 좋은 사람인데 오늘 아이들이 이러저러한 행사가 많아서 좀 시간에 쫒기고 있는 중이었나봐요.

오래 머물지 않더라도 그냥 가서 목소리라도 한 번 더 들려주는 게 이녀석 마음이 놓일 거 같아 갔죠. 빨리 가야 했어서 저 혼자 다녀왔어요.

가니까 오늘은 어제보다 더 빨리 알아보고 좋아해요. 이제 그곳 간호사가 만져도 그릉그릉합니다. 캔을 잘 먹어서 두개 줬어요. 월요일 안락사 되겠지만, 그 사이에라도 고통을 좀 덜어주려 이런저런 주사를 맞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훨씬 기운차 보이고 잘 먹어요. 기분도 좋아보이고요.

이런 저런 안락사 이야기를 하던 중 불현 듯, 우리가 키우는 동물들이 사람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때로 불평하지만, 못 알아듣는게 낫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간호사와 하는 말을 다 알아 듣는다면 정말 끔찍하죠.

안락사 주사 전 마취에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이 병원 의사가 참 인도적인 수의사인것이, 안락사를 하기 전 의사 스스로 그냥 다 마취를 해 주거든요. 이게 어쩌면 의사가 주사놓기 좋게하기 위해서 일 수 도 있지만, 사실 죽어야 하는 동물에게 더 없는 배려죠. 안락사 주사가 고통이 없다고 들 말하지만 모르겠어요..다시 깨어나 말 할 수 없으니 고통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고..또 제가 이곳에서 응급실에서 갔을 때 주사쇼크가 왔었는데 대학병원이었는데도 제대로 주사에 대한 반응을 체크하지 않고 무작정 놔 준거였거든요. 전 태어나 그 때 처음 약물로 사형당하는 사람들 심정을 알겠더라고요. 주사 맞자마자 숨을 쉬기가 어려워고 심장을 조여왔어요. 그런데 의식은 있었어요. 이게 불과 몇 초 사이에 일어났고 몸이 점점 마비가와 움직이지 않았는데 정말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죠. 필사적으로 버둥거렸는데 그걸 지나가던 의사가 보고..왜 영화에 보면 눈 비춰보고 다른 주사로 중화시키고 난리가 나잖아요..딱 그런 광경이었죠. 제게 막 말을 시키는데 말이 안 나왔어요.

여하튼 그 때 그 충격이 참 오래갔는데, 모르겠어요..안락사도 우리가 보기에 안락한거지 아닐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 길냥이들 안락사를 시켜야 할 경우 마취를 부탁해요.

새끼길냥이는 코에서 피는 안 나왔지만 재채기를 어제보다는 좀 해서 오늘 또 주사를 맞았어요. 이 녀석도 배를 만져달라고 보기만 하면 발라당 누워요. 에이미가 이 녀석 이름을 피오나..라고 지어줬어요. 지금은 길냥이 1, 2 이렇게 이름표가 붙어있는데 둘 다 바꿔달라고 부탁했어요.  태비길냥이는 키사..새끼길냥이는 피오나. 둘 다 암놈이죠. 비록 키사는 월요일 이 세상을 떠나겠지만, 이름 있는 고양이인거죠.  

오늘은 내일 또 본 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진 않았지만 내일이 문제네요.

내일 아침 다시 마지막으로 에이미와 가 보기로 했어요.

키사를 사진에 담아 기억하고 싶어서 사진기를 들고는 갔는데 차마 찍을 수가 없었어요. 앞마당에서 왔다갔다 할 때 사진은 다시 볼 수 있겠는데 류키미아인 걸 알고 죽을 날 받아둔 키사에게 차마 카메라를 들이밀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나중에 그걸 보는 저도 마음이 아플거 같아서요.

새끼냥이 피오나는 어쩌면 희망이 보이는 게, 옆 집 지니 둘째 고양이 오렌조도 길냥이었는데 3달 정도 됐을때 데려왔거든요. 작년 크리스마스때 친정에 갔다가 데려왔죠. 그런데 오렌조 녀석이 저 때 류키미아 양성반응 이었다고 해요. 그러다 더 자라서 검사하니 음성이랍니다.  우리 피오나도 그렇게 되길 바랄뿐이죠.

죠오지는 오늘 가 보니 지니 첫째아들 이튼 이층 침대위에 올라가 있어요. 죠오지는 이튼이 어린시절 힘들어할때 대화 상대가 되어준 고양이래요. 오늘 다시 방광이 차 오르는 듯 하고 고통스러운지 평소와 다른 울음을 울어요. 내일 다시 병원에 데려가 본다고 합니다. 죠오지는 이제 세 살..어린나이인데 이런일이 찾아와 지니가 걱정을 많이 합니다.

 

IP : 172.1.xxx.46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gevalia님의..
    '13.1.6 12:23 PM (180.70.xxx.45)

    따뜻한 마음과 키사..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저도 길냥이 들여서 돌보고 있는데 이녀석 방광염이 왔어요. 냥이는 의료보험이 되지 않으니 초음파 보고 약받아오는 데에 생각보다 큰 비용이 들더군요.
    이웃들은 그럽니다. 데려온 아이인데 그동안 보살핌 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내보내라구요.
    아아.. 그 사람들 이 엄동설한에 아픈애를 내보내라니.. 참..
    저도 방광염 앓아봤어요. 그런데 이런 녀석을 내보내라는 사람들.. 다 밖에 세워놓고 싶어요.
    하룻저녁만 세워놓으면 얼어죽을 거예요 아마.. 그러고 싶어요.
    그녀석 가는 걸 어떻게 보실지.. 전 자신 없어요.
    눈물 나요.

  • 2. 55
    '13.1.6 3:10 PM (218.53.xxx.97)

    마취 주사 없으면 안락사가 고통스러운 거 맞을걸요.
    우리나라 많은 보호소, 즉 동물이 어떻게 되든 상관은 없고 돈에 관심있는 보호소들이 안락사시킬 때
    돈을 아끼느라 마취주사를 안쓴대요. 바로 근육을 마비시키는 약을 투여하기 때문에
    매우 오랫동안 고통스러워하다가 죽는다고 들었어요.
    키사가 꿈꾸듯이 좋은 세상에 갔으면 좋겠어요. 한잠 자고 일어니니 하늘 위 평안한 세상이라면
    키사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거예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52845 수리 크루즈 최근.. 8 . 2013/05/13 6,535
252844 프로폴리스먹고나서 화장실에 못가요.... 1 프로폴리스... 2013/05/13 1,401
252843 부산놀러가는데 괜찮은 숙소는 어디인가요?? 2 ,, 2013/05/13 789
252842 집값 오르는거에요? 11 ㅠㅠ 2013/05/13 4,950
252841 상여금, 통상임금에 포함…두 법원의 다른 판결 1 방미성과 2013/05/13 1,105
252840 에어컨 설치...본사에다 할까요? 아님 설치하시는 분한테 할까요.. 5 고민 2013/05/13 1,212
252839 물빨래 하면 줄어들까요? 2 레이온100.. 2013/05/13 965
252838 애견 앞가방 써보신 분 계실까요? 4 2013/05/13 1,286
252837 작은 방 도배 1시간에 끝낼 수 없겠죠? 2 초록으로 2013/05/13 1,224
252836 배가 뭉치는 경우 어떻게 해야하나요? 2 임신 8개월.. 2013/05/13 694
252835 콩가루 2 초보주부 2013/05/13 745
252834 아웃백 주문 ? 알려주세요.. 3 스테이크? 2013/05/13 965
252833 부엌 싱크대+타일 무슨색으로 할까요? 1 궁금이 2013/05/13 2,879
252832 일드 마루모의규칙 1 피구왕통키 2013/05/13 1,043
252831 ‘국정원 의심 댓글’ 수사대상 개인정보 500개 넘어 3 세우실 2013/05/13 601
252830 뉴욕타임스, 주진우 기자 구속영장 청구 보도 2 샬랄라 2013/05/13 1,071
252829 공기방울 쓰는분들 만족하시나요. 너무 후회가 되네요 6 세탁기 2013/05/13 1,553
252828 우영, 연근, 약쑥 부탁 2013/05/13 681
252827 윤창중 쾌도난마 보셨나요? 8 ㅎㅎ 2013/05/13 2,456
252826 정미홍.윤창중사건에 사람들의 미친광기 14 . 2013/05/13 3,173
252825 토마토+키위쥬스 괜찮나요? 2 혹시 2013/05/13 5,356
252824 산후도우미~?베이비 시터~? 3 둘중.. 2013/05/13 1,232
252823 20년 전으로 2 그립네요 .. 2013/05/13 748
252822 초등저학년 수학문제 어떠세요?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나요? 3 모카뿅뿅 2013/05/13 916
252821 금호동 래미안 아파트 어때요? 1 교포 2013/05/13 1,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