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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태비길냥이 그리고 아기 길냥이

gevalia 조회수 : 975
작성일 : 2013-01-04 14:37:28

오늘 아침 에이미가 장문의 이멜을 제게 보내왔어요.

원래는 오늘 태비냥이를 안락사 시키려 했던 날이예요.

에이미는 추운날 자기 차고로 못 들인걸 마음 아파했어요. 비록 그렇게 한다 한 들 태비냥이가 병이 나아진다거나 하지는 않았겠지만요. 그러면서, 제가 안락사를 볼 용기가 안 난다고 했더니, 자기가 떠나는 날 옆에 있어주고 싶대요. 그런데 이 번주는 시간이 안되고, 금요일 아침에 갈 수 있지만 오후에 프로젝트 미팅이 있어서 그런일을 치루고 자기가 일 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해서, 다음 주 월요일 오후에 에미미가 병원에 가기로 했어요.

어젯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 녀석 떠나는 걸 위로해 줄 까 생각했다면서 화장해주는게 작은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세월이 지나면 같이 섞는, 재를 담는 용기에 다년생으로 꽃이피는 나무를 심는게 어떻겠냐고 물어요. 아직 어디에 심을지 어떤 나무일지 정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친구는 미국인 이면서도 몰랐는데 동양사상에 관심이 많아요. 윤회에 대해 생각한다면서, 자긴 태비냥이 영혼이 육체에서 빠져나온 후 다음엔 세렝게티의 사자로..아니면 사랑 듬뿍 받는 집에 다시 태어났으면 하고 바란답니다.

오후에 캔을 여러종류 사서 장난감 몇가지와 함께 병원에 갔어요. 새끼냥이와 태비냥이가 마주보고 케이지에 있었는데요 한 쪽에 웅크리고 앉아 쳐다봅니다. 제가 목소리를 들려줘도 그냥 앉아있어요. 건사료와 캔 사료가 있었는데도 먹지 않고있어요. 제가 문을 열고, 우리집 냥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치킨으로 된 캔을 덜어서 줬는데도 그냥 앉아있더군요.

손을 깊이 뻗어 만져주면서 아줌마 왔어..왜 안먹니..이런저런 말을 하니까 그제서야 일어나 먹기시작합니다. 야옹거리면서. 이걸 보니 또 마음이 쓰리더군요.. 제가 마음이 아파서 안 와 보려고 했는데 매일 가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제 목소리를 들으면 그 낫선 환경에서 그나마 위안이 될 테고 반복해서 제가 가면 가더라도 또 다시 내가 온다는 걸 알테니까요. 내일 병원에가서 물어보려고 해요. 주말에도 방문할 수 있겠냐고..

가지고 간 큰 캔의 반을 먹었어요. 혹시 비싸다고 좋아하는 건 아니니 싼 캔도 여러개 사고 뭐든 좋아하는 걸로 먹이려고 이것저것 사 갔습니다. 그동안 아침 저녁 캔을 두개씩 주긴 했지만, 우리집 냥이들이 먹는 그런 좋은 건 줄 수 없었어서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새끼냥이는 갈수록 안 좋아져서 재채기 할 때 마다 코로 피가 나오고 이리저리 막 튀어요. 한 쪽 눈은 뜨지도 못하고 그렇게 있더군요. 근데 제가 이걸 처음 봤으면 너무 놀랐을텐데요, 작년에 동물보호소에 냥이들 도와주러 다녔을때보니 집단으로 냥이들이 상부호흡기에 감염이 됐었는데 정말 무섭더군요. 그 당시 보호소에 있던 냥이 20마리 정도가 다 감염되었었는데요 특히 5-6마리 새끼냥이들이 증세가 특히 심했는데 어느날 가니 바닦에 피가 여기저기 있고 코로 다들 피가 나왔어요. 너무 놀랐었죠..이런 증상이 한 열흘 지나니 그제서야 나아지더군요..

아마 제가 이녀석을 막 병원에 데려갔을때가 그러니까 막 시초단계였고 지금 한창 아플때인것 같습니다. 이녀석도 아무것도 안 먹고 있다가 제가가니 사료를 먹기시작해요. 물도 많이 마셨어요. 간호사들이 신기하다고 합니다. 이 녀석에게도 같은 캔을 주니 너무 잘 먹어요. 그래서 병원에서 주는거 말고 제가 사간 여러종류의 캔을 주기로 했어요. 일단 잘 먹어야 나을테니까요.

내일은 에이미도 가 보기로 했어요. 왜냐하면 월요일 안락사시에 에이미가 갈 텐데 에이미도 보고 따르긴 했지만 일주일 제가 없는 사이였고, 아무래도 한 번 다시 익혀두면 월요일, 이녀석이 조금 마음놓을 거 같아서요. 그리고 저도 내일 오후에 들릴 거고요. 아..정말 가슴아픕니다.  제가 떠나는 길, 품에 안고 마취를 시켜주는게 사실 제일 좋은데요. 그걸 지켜보기가 쉽지 않을거같아요.  한 30분 있었는데 올 때가 되니 많이 마음이 놓였는지 움직이고 기지개도 피고 뒹굽니다.  내일 다시 오겠다고 말해줬어요. 장난감은 이것저것 넣어줬는데 가지고 놀지 않아요.

길냥이들은 장난감으로 노는데 시간이 걸리는 듯 해요. 우리 보미도 새끼들과 함께 집 안에 들여놓으니 처음엔 장난감을 무서워하고 가지고 놀지 않았어요. 오히려 새끼들이 정신없이 가지고 놀았죠. 그러더니 어느날 부터 슬 슬 새끼들이 놀고있는 장난감까지 뺐어와 가지고 놀더군요. 어떻게 놀 줄 몰랐던 보미를 바라보면서 안 되 했었는데 이젠 장난감으로 혼자서도 얼마나 잘 노는지 몰라요. 길냥이들은 먹이를 구하고 몸을 피하기도 바빠 놀 생각을 못하는 듯 해요.

장난감은 이녀석 가는길에 같이 넣어줄 생각이예요. 

 

IP : 172.1.xxx.46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쥐박탄핵원츄
    '13.1.4 2:42 PM (67.87.xxx.133)

    아.....님...., 마음이 너무 아프고 먹먹합니다. 님이 느낄 고통이 전해져와요.. 전해져옵니다....

  • 2. 휴...
    '13.1.4 2:52 PM (121.190.xxx.60)

    길냥이 입양한지 6개월된 저는 님 글만 읽어도 가슴이 먹먹해서... 힘드네요.

    늘 잘 읽고 있습니다.

    힘내시구요. 정말 좋은일 하시는거예요. 복받으실겁니다.

  • 3. 자비
    '13.1.4 2:59 PM (175.215.xxx.68)

    곧 먼 여행을 떠나겠군요.
    그리고 다시 돌아 오겠죠.
    다음엔 좋은 인연 만나서 안온한 생이 되기를....
    나무 관세음 보살.

  • 4. 셋모시고 사는
    '13.1.4 3:07 PM (61.79.xxx.78)

    아...
    님은 정말...
    항상 글만 잘읽고 있고 참 대단하다..정말 고운 님이시다..

    아...
    님 너무 울지마시고 마음 잘 추스리시고...
    님의 고마운마음을 냥이를 알껍니다..

  • 5. ............
    '13.1.4 4:02 PM (71.197.xxx.123)

    오늘 제일 많이 울었어요
    눈물이 그치지 않네요.
    님, 댓글로 월요일 몇시쯤이 될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전 서부에 살아서 님이 계신 곳과 두세시간 차이가 날 것 같은데
    길냥이 가는 길에 마음만은 같이 하고 싶네요

  • 6. gevalia
    '13.1.4 5:07 PM (172.1.xxx.46)

    아..오늘 저도 잠이 잘 안오네요. 새벽 2시를 향해가는데요.
    서부에 사는님 저와 두시간 차이가 나네요. 에이미가 월요일 오후에 간다고 했는데 몇시일지는 모르겠어요.
    그사이 주말에 방문이 허용된다면 에이미도 같이 간다고 해서요, 아무래도 여러번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 듯 싶어요. 제가 비교적 정확한 시간을 나중에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냥이들은 제가 깨어있으면 자기들도 잘 안자네요. 한바탕 먹고 또 뜁니다. 밖을 내다보니 털이 긴 까만색 페르시안 길냥이가와서 먹이를 먹으려고 기다리고, 다른 까만냥이가 먼저 먹고있네요. 사료를 더 내 놓을까 하다 조금 남았기에 그냥 들어왔다가 조금 전 더 내 놓았어요. 캔과 함께. 병원에 있는 태비녀석이 하도 절 쫒아다녔어서 나가서도 조용하면 이젠 허전하기까지 하네요. 어디선가 튀어나와 울면서 쫒아올 듯 해요.

    털이긴 까만냥이는 이제 제가 익숙해지는지 제가 뭐라고 하면 말대답을 하면서 야옹대기 시작했어요. 먹이를 줘도 도망가지 않고 제 앞에서 먹습니다. 새끼 길냥이가 태비를 의지하기전 이 녀석을 그렇게 쫒아다녔거든요. 그런데 이 녀석은 길 건너가 주 거주지 같아요. 낮에 어떨때 보면 길 건너에서 많이 눈에 띄이거든요.

    그런데 그 쪽에선 아무도 먹이를 주지 않아요. 오히려 몇 몇 할머니들은 고양이들 온다고 먹이를 주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작년 봄 보미 주인이 있나 찾으러 다니면서 알게 된 사실이예요. 또 다른 까만냥이는 처음에 보고 우리 나비가 나간 줄 알았어요. 너무 비슷하게 닮았어요 얼굴이 조금 크고 몸이 약간 더 큰 걸로 보아 숫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짧은 털 까만냥이는 사람을 무척 경계해요. 제가 창문으로 쳐다만 봐도 도망가죠. 어쩌면 다행인 일이죠.

    에이미는 다시 이멜을 보내길, 새끼길냥이와 태비냥이를 같은 공간에 두면 어떻겠냐고 하는데요, 그럼 떠나기 전 날 둘이 의지가 되고, 서로 의지하던 사이니 낫지 않겠냐고요.

    지금은 둘이 서로 마주보고 놓여있는데, 문제는 지금 새끼냥이가 재채기 할 때마다 사방으로 피가 튀어요. 기침과 재채기를 쉬지않고 하는데, 태비냥이가 물론 호흡기 감염이 되고 그 증세가 나타나기전 떠나가겠지만,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내일 수의사에게 물어보고 그래도 괜찮다면 둘을 같은 곳에 넣어줄까해요.

    그리고 류키미아에 대해 시간 날때 좀 웹을 돌아다녀보는데, 몇가지 아직 좀 헷갈리는 게 있기도 해서요. 새끼냥이는 아마도 어미에게서 바로 류키미아 바이러스를 받은 듯 싶은데 이녀석은 그래도 6개월 후 음성으로 판정 될 가능성이 있고요..태비 길냥이는 두번째 단계인 뼈나 다른 기관으로 전이 돼 사실 몇 개월 안 남았다고 봐도 될 만큼 악화된 상태인데 둘을 같이 두는 게 이미 둘다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으니 괜찮은건지..이것도 내일 다시 물어보려고 합니다.

  • 7. ...
    '13.1.4 8:40 PM (211.201.xxx.147)

    항상 님을 통해 힘을 얻습니다.....
    감사합니다....

  • 8. 그린 티
    '13.1.4 9:14 PM (220.86.xxx.221)

    제가 그런 상황이라면 하루 왠종일 울고 있다가 볼 일 다 볼거라는.. 안락사가 냥이를 편히 해주는 마지막이라면 어쩔 수 없겠죠. 냥이보는 원글님 마음, 제가 미칠것 같네요. 오늘 아침 문득 제 발밑에서 자는 우리집 꼬미냥이가 올 5월이면 우리집에서 4년째라는 생각에 꼭 껴안고 엄마옆에서 오래 오래 살자 그랬는데..울 큰아들 오늘 오후 도서관 다녀오는길에 길냥이가 사람들 쳐다보며 울더라는 말에 얼마나 배가 고프고 추우면 사람 무서워하는 애들이 사람앞에 섰을까 하는 생각에 너무 슬펐어요. 내일도 도서관 가고 오는 길에 혹 보이면 주라고 사료 2봉지 담아서 가방에 넣어주고... 원글님, 요즘 한국의 겨울 추위도 어마어마해서 길생활하는 동물들 뭔 일 날거 같아요. 집 앞 급식소에 드거운 물 갖다놔도 금새 식어 얼고..이 겨울 잘 보내고 급식소애들 다 볼 수 있었으면 ..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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