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노란 종이봉투에 담긴 잔치음식.

추억 조회수 : 1,787
작성일 : 2013-01-04 11:50:54

옛날에는 경조사가 생기면 집에서 그 모든 경조사를 치르고

음식들도 다 집에서 장만해서 손님들을 맞이하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서른 여섯.

전 산골마을에 가난한 집에서 나고 자랐어요.

찢어지게 가난하고 쌀 한톨 보기 힘들 정도로 가난했던 때는

엄마가 시집오던 때였고

저는 그정도로 가난한 생활을 하진 않았지만

과자 한 번 제대로 사먹어 보지 못했고

소풍때나 어쩌나 엄마가 읍에 나가 장을 보러 다녀오실때나

그럴때나 먹을 수 있었어요.

 

어쩌면 시골애들이 대부분 비슷했을 수도 있겠지만

용돈이란 것도 따로 없었고요.

 

그러니 뭔가 맛있는 음식이나 간식에 항상 목말라있던 시기였을 거에요.

어쩌다 부모님이 잔치집을 가시게 되면

목이 빠져라 기다리게 되는 것도 돌아오시는 길 손에 들려 올

잔치 음식을 기대하기 때문이었어요.

 

언제였드라

살짝 추웠던 계절 같아요.

잔치집에 가신 아버지를 기다리다 이불속에서 설잠을 잤는데

늦게 집에 돌아오신 아버지가 잔치집에서 싸준

(옛날엔 손님들 손에 잔치 음식들 싸서 들려보내는게 또 예의였잖아요)

잔치 음식을 가져오셨는데

 

노란 종이에 전이며 떡이며 이것거것 함께 싸진 잔치음식이

종이냄새가 배여서 맛이 좀 요상하게 되어 버리기도 했는데

그렇게 종이 냄새가 배여서 니맛도 내 맛도 아닌 맛이어도

너무 맛있던.

아니 너무 맛나던  노란 봉투에 담긴 잔치 음식이 문득 생각 나네요.

 

날도 춥고.

옛 생각도 나고

아버지도 그립기도 해서 그런가봐요.

 

IP : 58.78.xxx.62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좋으다
    '13.1.4 12:15 PM (112.165.xxx.216)

    전 노란 종이봉투의 음식은 못 먹어 봤지만
    옛날 잔치 음식이 그리워요.
    갈비탕이랑 집에서 준비 해 온 떡이며 전이며
    특히 새콤달콤 오장어 무침회~

    요즘 먹어도 먹은거 같지 않은 뷔페 음식은 정말 싫다우.

  • 2. ...
    '13.1.4 12:26 PM (183.101.xxx.196)

    울아버지가 간식거리를 자주 사다주셨는데
    옛날엔 통닭을 말그대로 통으로 튀겨져 팔았잖아요. 그것도 맛있었고
    당시 살던 고향에서 젤 오래됐다는 빵집에서 크림빵이랑 야채고로케 사다주신것도 생각나고
    마약김밥처럼 속재료 적게넣고 파는 손가락김밥이라고 있었거든요, 그것도 생각나고
    딸네미 고기좋아한다고 고깃집가서 부러 구워가지고 포장해오셨던것도 생각나고ㅋㅋㅋㅋ
    근데 대부분 술한잔 걸치시고 오다가 사오신거라 항상 자는애 꺠워서 먹이셨다능,.

    그런거보면 새삼 추억이 참 소중하구나 싶어요.
    이따가 전화나 한통 드려야겠네요.

  • 3. ^^
    '13.1.4 12:55 PM (59.15.xxx.78)

    원글님 글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나네요.
    아버지 혼자 벌어서 7식구가 살았으니 가난한 살림이었네요.
    같은 마을에 사는 큰 집에서 제사가 있으면 탕국과 떡 몇 조각들고 오셨지요.
    무우 나물도 같이 있었던 것 같네요.
    가끔 슈퍼에서 지금도 파는 둥그렇고 빨간 무늬 있는 사탕(옥당 ?) 도 있었고
    좋은 글 올려주셔서 잠시 옛생각이 났었어요

  • 4. 원글
    '13.1.4 12:58 PM (58.78.xxx.62)

    저흰 시골 마을이라 가게도 없고 뭐 하나 사러면
    두시간에 한대 오는 버스타고 다녀오거나 했어야 했어요.
    그러다보니 간식은 커녕
    라면도 중학교때 먹어봤던가 그래요.

    산골에서 살면 꼭 나가야 할 일 외에는 나갈 일이 없다보니
    아버지나 엄마가 간식거리 사들고 오는 일은 드물었어요.
    잔칫날이나 장날이나 꼭 다녀올 일이 있을때
    그때도 혹 잊으실때도 많았고요.ㅎㅎ

    지금도 생각나는 건
    제가 초등학생때 한겨울 어느날 아버지가
    밖에 나가셨다가 처음으로 호빵을 사오셨던 날을 기억해요.

    쑥호빵. 짙은 쑥색.
    그때 당시에는 흰색 호빵만 나오다가 쑥 호빵이 나오던 시기였어요.
    크기도 크고 맛도 달콤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오래 되어서 가끔 아버지 생각이 나곤해요.

  • 5. 시제음식
    '13.1.4 2:01 PM (112.148.xxx.5)

    전라도 시골인데 아버지께서 시제 지내시러 갔다오시면
    짚으로 된 보따리 비슷한거 하나씩 들고 오셨거든요..

    그 거 풀어보면 떡한조각 전 몇조각, 수육한조각 육포 한조각 과일 한조각등등..
    그 때 그맛. 그향기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았을때라 그거 푸는 맛을 잊을 수가 없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17244 더러운것들로부터 지켜주겠다며 5억원 꿀꺽한 언니 1 호박덩쿨 2013/02/07 2,094
217243 어깨 염증(뭉친것) 왜 이렇게 안풀리죠? 17 ㅏㅏㅏ 2013/02/07 6,843
217242 중고피아노 샀어요. 바다 2013/02/07 1,039
217241 학무모님께 조언을 구합니다 5 젊은그대 2013/02/07 1,110
217240 주차장 필로티(?) 편한가요? 1 궁금 2013/02/07 9,952
217239 전화를 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무지 고민되네요 1 ... 2013/02/07 976
217238 어휴~~설 물가가 장난 아니네요.. 9 인천새댁 2013/02/07 2,982
217237 다이하드 세줄평 3 딸랑셋맘 2013/02/07 1,890
217236 아들 졸업식에 꽃다발 안사가면 좀 그렇겟지요? 12 아줌마 2013/02/07 2,965
217235 다이어트... 결국 의학의 힘을 빌려야 하나요..? 9 힘든녀 2013/02/07 2,182
217234 이 와인들 괜찮은 건지 궁금합니다~ 12 알고싶어요 2013/02/07 2,308
217233 (학교선택) 세종대 패디 vs 동덕여대 패디. 미대나 패션. 의.. 5 해피송 2013/02/07 4,209
217232 천연비누 써보신분들 어떠신가요? 11 .. 2013/02/07 2,683
217231 진중권 "겁나서 유머도 못한다" 뉴스클리핑 2013/02/07 1,312
217230 소개팅남이 친구들을 보고 싶어해요 17 친구 2013/02/07 4,141
217229 분당 포장이사 만족하신 분 업체 좀 조언해 주세요.. 1 포장이사 2013/02/07 1,076
217228 본토영어로 가족끼리 대화 13 ㄴㄴ 2013/02/07 3,712
217227 간절기 아우터 봐주세요~ 1 옷 고민.... 2013/02/07 1,320
217226 전기팬 사각 과 원형중 어떤게 낫나요?사용하기에.. 2 .... 2013/02/07 1,075
217225 오늘 졸업식 갔다가 기분 잡쳤어요! 52 졸업식 2013/02/07 17,301
217224 아이크림.... 5 은새엄마 2013/02/07 1,205
217223 IB 질문드려요 1 급해요 2013/02/07 1,094
217222 시골에 있는 목욕탕 갔다 깜짝 놀랬어요 4 진홍주 2013/02/07 4,110
217221 졸업식에 비누꽃다발 5 아웅 2013/02/07 2,023
217220 중딩딸아이 남자친구 문자가...너 무서워... 라는데.. 6 궁금 2013/02/07 2,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