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노란 종이봉투에 담긴 잔치음식.

추억 조회수 : 1,842
작성일 : 2013-01-04 11:50:54

옛날에는 경조사가 생기면 집에서 그 모든 경조사를 치르고

음식들도 다 집에서 장만해서 손님들을 맞이하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서른 여섯.

전 산골마을에 가난한 집에서 나고 자랐어요.

찢어지게 가난하고 쌀 한톨 보기 힘들 정도로 가난했던 때는

엄마가 시집오던 때였고

저는 그정도로 가난한 생활을 하진 않았지만

과자 한 번 제대로 사먹어 보지 못했고

소풍때나 어쩌나 엄마가 읍에 나가 장을 보러 다녀오실때나

그럴때나 먹을 수 있었어요.

 

어쩌면 시골애들이 대부분 비슷했을 수도 있겠지만

용돈이란 것도 따로 없었고요.

 

그러니 뭔가 맛있는 음식이나 간식에 항상 목말라있던 시기였을 거에요.

어쩌다 부모님이 잔치집을 가시게 되면

목이 빠져라 기다리게 되는 것도 돌아오시는 길 손에 들려 올

잔치 음식을 기대하기 때문이었어요.

 

언제였드라

살짝 추웠던 계절 같아요.

잔치집에 가신 아버지를 기다리다 이불속에서 설잠을 잤는데

늦게 집에 돌아오신 아버지가 잔치집에서 싸준

(옛날엔 손님들 손에 잔치 음식들 싸서 들려보내는게 또 예의였잖아요)

잔치 음식을 가져오셨는데

 

노란 종이에 전이며 떡이며 이것거것 함께 싸진 잔치음식이

종이냄새가 배여서 맛이 좀 요상하게 되어 버리기도 했는데

그렇게 종이 냄새가 배여서 니맛도 내 맛도 아닌 맛이어도

너무 맛있던.

아니 너무 맛나던  노란 봉투에 담긴 잔치 음식이 문득 생각 나네요.

 

날도 춥고.

옛 생각도 나고

아버지도 그립기도 해서 그런가봐요.

 

IP : 58.78.xxx.62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좋으다
    '13.1.4 12:15 PM (112.165.xxx.216)

    전 노란 종이봉투의 음식은 못 먹어 봤지만
    옛날 잔치 음식이 그리워요.
    갈비탕이랑 집에서 준비 해 온 떡이며 전이며
    특히 새콤달콤 오장어 무침회~

    요즘 먹어도 먹은거 같지 않은 뷔페 음식은 정말 싫다우.

  • 2. ...
    '13.1.4 12:26 PM (183.101.xxx.196)

    울아버지가 간식거리를 자주 사다주셨는데
    옛날엔 통닭을 말그대로 통으로 튀겨져 팔았잖아요. 그것도 맛있었고
    당시 살던 고향에서 젤 오래됐다는 빵집에서 크림빵이랑 야채고로케 사다주신것도 생각나고
    마약김밥처럼 속재료 적게넣고 파는 손가락김밥이라고 있었거든요, 그것도 생각나고
    딸네미 고기좋아한다고 고깃집가서 부러 구워가지고 포장해오셨던것도 생각나고ㅋㅋㅋㅋ
    근데 대부분 술한잔 걸치시고 오다가 사오신거라 항상 자는애 꺠워서 먹이셨다능,.

    그런거보면 새삼 추억이 참 소중하구나 싶어요.
    이따가 전화나 한통 드려야겠네요.

  • 3. ^^
    '13.1.4 12:55 PM (59.15.xxx.78)

    원글님 글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나네요.
    아버지 혼자 벌어서 7식구가 살았으니 가난한 살림이었네요.
    같은 마을에 사는 큰 집에서 제사가 있으면 탕국과 떡 몇 조각들고 오셨지요.
    무우 나물도 같이 있었던 것 같네요.
    가끔 슈퍼에서 지금도 파는 둥그렇고 빨간 무늬 있는 사탕(옥당 ?) 도 있었고
    좋은 글 올려주셔서 잠시 옛생각이 났었어요

  • 4. 원글
    '13.1.4 12:58 PM (58.78.xxx.62)

    저흰 시골 마을이라 가게도 없고 뭐 하나 사러면
    두시간에 한대 오는 버스타고 다녀오거나 했어야 했어요.
    그러다보니 간식은 커녕
    라면도 중학교때 먹어봤던가 그래요.

    산골에서 살면 꼭 나가야 할 일 외에는 나갈 일이 없다보니
    아버지나 엄마가 간식거리 사들고 오는 일은 드물었어요.
    잔칫날이나 장날이나 꼭 다녀올 일이 있을때
    그때도 혹 잊으실때도 많았고요.ㅎㅎ

    지금도 생각나는 건
    제가 초등학생때 한겨울 어느날 아버지가
    밖에 나가셨다가 처음으로 호빵을 사오셨던 날을 기억해요.

    쑥호빵. 짙은 쑥색.
    그때 당시에는 흰색 호빵만 나오다가 쑥 호빵이 나오던 시기였어요.
    크기도 크고 맛도 달콤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오래 되어서 가끔 아버지 생각이 나곤해요.

  • 5. 시제음식
    '13.1.4 2:01 PM (112.148.xxx.5)

    전라도 시골인데 아버지께서 시제 지내시러 갔다오시면
    짚으로 된 보따리 비슷한거 하나씩 들고 오셨거든요..

    그 거 풀어보면 떡한조각 전 몇조각, 수육한조각 육포 한조각 과일 한조각등등..
    그 때 그맛. 그향기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았을때라 그거 푸는 맛을 잊을 수가 없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48024 가지고 있던 주식 상장폐지 당했어요 ㅠㅠ 7 우울 2013/04/30 3,347
248023 질문있어 어디에 올려야 할지 몰라 자유계시판에 올려요 ㅠㅠ 3 dumbol.. 2013/04/30 847
248022 한달 사이에 두 배로 늘어나 버렸네요... 2 전기요금 2013/04/30 1,506
248021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의 폭로 8 참맛 2013/04/30 2,982
248020 무인양품 유리 간장병 쓸만한가요? 1 ... 2013/04/30 1,692
248019 4월 30일 미디어오늘 [아침신문 솎아보기] 세우실 2013/04/30 658
248018 청국장찌개 왜 쓴맛이 날까요? 7 구제하고싶다.. 2013/04/30 5,917
248017 오븐 사용방법좀 알려주세요. 1 오븐 2013/04/30 1,315
248016 40시간동안 독재자의 아내가된 여인... 3 제로핑 2013/04/30 1,512
248015 편두통 가정의학과 가도 되죠? 2 @@ 2013/04/30 1,091
248014 의료급여 신청 조건 라임 2013/04/30 618
248013 중간고사 망쳤는데 마치고 놀게 하나요? 44 나름 상위권.. 2013/04/30 4,034
248012 커버력이 좋은 거 알려 주세요 커버 2013/04/30 641
248011 유방 양성 종양이요.. 강남 미즈메디 수술 괜찮을까요? 4 123 2013/04/30 3,968
248010 이거 나만 웃겨요? ㅋㅋㅋㅋㅋㅋ 미치겠다 ㅋㅋㅋ 9 ㅋㅋㅋㅋㅋㅋ.. 2013/04/30 3,773
248009 시험 보러가는 자녀들 아침 뭐 해주셨어요? 20 아침 2013/04/30 2,809
248008 신학대생 손자가 종교문제로 할머니 흉기 살해 13 참맛 2013/04/30 3,061
248007 급)미드같은 대용량 파일 어떻게 옮기나요?? 4 .. 2013/04/30 865
248006 어제 50대 다이어트 문의에 답글 주신 분들 2 한계 2013/04/30 1,736
248005 휘슬러 쏠라 소유욕...ㅠ 23 안양 2013/04/30 5,155
248004 4월 30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2013/04/30 519
248003 축의금을 내야하는지 7 이럴땐 2013/04/30 1,283
248002 여초사이트와서 훈계하고 찌질거리는 남자들 정말 불쌍해요. 28 .... 2013/04/30 2,142
248001 떡집, 빵집 소개부탁드려요 9 잠실근처 2013/04/30 1,761
248000 헤어매니큐어 셀프로하시는 분이요 몽이 2013/04/30 1,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