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다니는 꼬맹이 둘 있구요..
저도 남편도 30대 후반입니다.
결혼 9년차 되어가네요..
남편은 직장에서 인정받고 충성하는 스타일이고
꽤 가정적인 편입니다. 여기저기 둘러봐도 남편만한 사람 없는건 맞아요..
근데 머랄까.. 저랑 코드도 전혀 안맞고... 진짜 제가 너무 부러운 부부가.. 아무리 밖에서 각자 스트레스 쌓여도
둘이 수다떨면 그렇게 재미있고 무언가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인.. 그런 커플들 있잖아요.. 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구요.
사실 저는 이런 인간적인 스킨쉽이 중요한 사람인데... 결혼할때.. 이 부분을 놓쳤음을 인정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있을수 있는가 하면서요..
암튼 그냥 저냥.. 사실은 제가 결혼 후 굉장히 마음 속 깊은 곳이 외롭고 쓸쓸한 상태입니다.
남편을 보면 짜증이 많이나고... 한마디로.. 남편에 대한 애정이 없는것 같아요.
남편도 그냥저냥... 사는것 같습니다. 둘다 지친거죠..
남편은 전반적으로 아주 순하고 좋은사람인데.. 결정적인 단점이.. 술을 먹으면 필름이 끊기고 인사불성이 되고 잠들어버린다는 거예요.
술먹고 길거리에서 자다가 얼굴이 심하게 긁힌적도 있고 암튼 그렇습니다. 본인은 기억을 전혀 못하구요.
술먹고 서너시 까지 연락안되고 그런건 부지기수구요.. 협박도 해보고 별수를 다 써 본 참이구요.. 9년동안..
(아 참고로 저도 처음엔 여자부분을 의심했는데 이부분은 확실히 아니구요..)
남편이 지난달 말에 음주 운전을 했어요. 근데 저도 몰랐는데 벌써 이번이 3진 아웃 되었나보더군요.
경찰서에서 온 사유서 보니까 어디 무슨 교차로에서 차가 멈춰있단 제보를 받고 갔더니 남편이 차에서 자고 있어서 10분동안 두드리다가
겨우 깨웠다 어쩌고...
남편은 자기가 대리 부른 흔적도 있는데 (3번 내내 대리를 부르다 부르다 그렇게 된건 맞아요.. 하지만 변명의 여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자기가 왜 운전대를 잡았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사유서보니.. 분노가 가슴쓸어내림으로 바뀌더군요.. 죽을뻔 한거죠...
벌금 300만원 넘게 나오고..
뭐 그냥 연말 액땜했다 했어요..
음주운전한 뒤로도 계속 술자리.. 연말이니까 이해했습니다.
근데 12월31일 부로, 예전에 일하던 사무실로 발령이 났고
31일.. 마지막날이기도하고.. 이런 저녁때 통화를 했습니다.
오늘도 늦어서 내일1시에 오는거냐 물으니 절대 아니라고 오늘 마감끝나고 바로 갈거다..오늘은 안늦을거다.. 근데 짐을 옮기는게.. 오늘할지
아니면 1월2일 이른 새벽에 나가 할지 고민이다.. 하길래
2일날 고생하지 말고 오늘 늦더라고 새 근무처에 세팅하고 와라.. 했습니다.
같이 새해를 맞았으면 하는 작은 소망은 애저녁에 물건너간듯..아니나 다를까.. 재야의 종소리.. 빨래 게면서 혼자보고..
새해엔.. 남편이랑 애들이랑..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아쉬운대로 혼자 소원도 빌어봤구요..
아..진짜 새해다..1월 1일 시작이다... 설레임반 부담감반...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1시 반쯤 되어도 안오길래 근무처 세팅하느라 아니나다를까 늦나보다 싶어 전화하니...
완전 떡이 되어 있어요..
차라리 정신차리는 척 하면서 이렇다 저렇다 설명이라도 했으면 분노가 덜했을텐데
진짜 완전 횡설 수설....
하...
진짜 오만정이 다떨어지고 너무 서러웠습니다.
문자로..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고... 보냈고
아파트 번호키만으로는 들어오지 못하게 다른문들 다 잠궜어요.
3시쯤들어와 계속 문두드리고...
어설피 깬 첫째가.. 엄마 자서 못듣나보다 하며 아빠 문열어주네요..
그 다음날 방안에서 방콕하더니..
눈치만 슬슬..
나가라고 했습니다.
못살겠다구요..
저도 제가 참 단호하더군요.첫째가 울길래 같이 가라고 보냈어요.
전출 몰랐던 현재 사무실 상사가 이렇게 보낼 수 없다며 술 준거라서 거부할수가 없었다고
내가 술즐기는거 봤냐고 나도 괴롭다면서..무릎꿇고 울며 빌었지만
천신만고끝에 짐싸갖고 보냈어요.
그런 자리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자기가 술로 인해 어떻게 되는지 알면
두잔먹을꺼 한잔으로 줄이고.. 지혜로운 말로 적당히하고.. 그렇게 절제..안되는건가요?
첫째는 시댁에 보내어 제가 어제 데리고 왔고
남편은 어디서 자는지 모르겠네요.
그 다음날도 몰래 들어왔던데
제가 바로 나가라고 하고 보냈어요.
근데 문제는
애들이 아빠 왜 안오냐고 물을땐 참 난처하지만
그렇게 마음이 편하고 평화로울수가 없어요..
한달전에 이사와서부터 계속 이래저래 일이 꼬이는 느낌인데
올해가 어떻게 풀리려고 새해 첫날부터 참 가관이다 싶은게 기가 막히지만
별거하고 있는데 이렇게 맘이 편하다는 사실이..
그래서.. 다른 변수들만 없다면 정말 쭉 이렇게 살면 진짜 베스트다 싶은 제 마음이
참 서글프고 두려워집니다.
어디 털어놓을데도 없어서...
애들 어린이집 보내고..
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