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된 아기가 있어요.
회사 규정 아래 임신 기간 동안 루즈하게 회사 생활하면 행복하고 여유롭게 태교하면서 지냈어요.
그런데 분만 때 위험한 상황까지 갔었고, 아기 얼굴도 못본채 대학병원 집중치료실 4일 입원했었죠.
그 후 모든 검사상 이상 없음으로 판명나고, 아기는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크고 있습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기간 동안 제 마음은 지옥이었어요.
이렇게 예쁜 아가에게 만약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어쩌나.. 잘 크던 아기 나오는 순간 잘못되서 아가에게 이상이 생긴다면.. 아가에게 너무 미안하고.. 억울하고.. 정말 하루하루 상상하며 억장이 무너지는 시간을 보냈어요.
저를 지켜보던 가족들은 아무리봐도 이상이 없는 아가보며 괜한 걱정을 한다며, 저를 위로하기도 하고 나무라기도 하고 했었죠.
그런 지옥의 시간이 끝나고, 잘 자라는 아기를 보면 너무 행복하고.. 뭐랄까.. 절절한 느낌이랄까요.
너무 사랑스럽고, 너만은 행복하게 지켜줄께라는 생각이 불끈불끈 솟아오릅니다.
그런데 사랑과 걱정이 지나친건지.. 사건 사고.. 뉴스나.. 생활 안전사고 류의 기사나 방송을 접할 때마다 상황이 상상되고 자꾸 떠오르면서 너무 겁이 납니다.
이러다 아이를 과잉보호하게 될까 싶을 정도로 왜 이리 세상엔 무서운 것들이 많은건지...
하나하나 그냥 넘어가지지가 않아요.
육아 휴직 후 아기를 어린이집이든 남의 손이든 맡길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 않고...
그렇다고 현재 직장을 포기하기엔 그동안 해온 것도 아깝고... 아기에게 경제적으로 보다 풍요로운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양립하고...
세상은 너무너무 무섭고.. 아기는 절절히 사랑스럽고..
힘들다는 이시기가 저는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도 않아요...
아기가 잘 안자거나 울어도 짜증한번 나지 않구요.. 그냥 다 사랑스럽습니다.
물론 몸이 힘들 땐 남편에게 아기를 맡기기도 하고 그런 건 다 해요.
더불어 부드럽고 관대한 친정 분위기와는 다른 시댁의 거칠고 쎈 분위기 저는 참을 수 있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영향을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합니다.
정말 닮지 않았으면 하는 말투나 사람을 대하는 방식들..
꼬리를 무는 이 걱정걱정걱정들;;;
또래 아기를 가진 엄마들도 그렇다고는 하는데...
제가 지나친걸까.. 아니면 엄마가 되어가며 모두가 겪는 과정일까
좀 자제를 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엄마는 제가 꼭 어미닭이 병아리 품듯한다고 하는데, 정말 제가 출산 때의 트라우마로 유난스러워진걸까요?
아님 엄마가 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변한다는 게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