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에도 올렸는데요, 어제 '레'가 새로운 주인을 만났습니다. 정말 좋은 가족에게 간 것 같아 떠나보내고 눈물도 오다가다 났지만 한편 마음이 놓입니다. 이렇게 좋은 가족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제일 먼저 데려갈 줄 알았던 '시와 '레'가 끝까지 남아있네요. '시'는 몸무게가 5kg를 향하는데 하는짓은 3개월 새끼고양이예요. 특히 핥는걸 좋아하는데 제가 마루야 '노' 그러면 하다 멈칫해요. '안돼'라고 말하기보다 '노'라고 하는건 미국인에게 입양이 될텐데 다른 말 보다 저 말이 중요하니 귀에 익숙해지라고 쓰고 있어요. 처음 붙여준 이름은 '시', 공식 이름은 허드슨이지만 전 마루라고 불러요. 하긴 뭐로 부르던 이 놈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거 같지만요.
오늘 아침에도 자고 있는데 어깨 근처에 와서 몸을 착 제게 밀착하고 골골대면서 또 제 얼굴을 핥으려고 하기에 마루야 한마디 했더니 차마 핥지는 못하고 차가운 코를 제 뼘에 대고 가만히 있어요. 그렇게라도 대고 싶은지.. 이런 마루가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턱시도 암놈 '라'는..공식이름 엘리..저도 엘리라고 부르는데 엘리는 좀 독립적이어서 잘 때도 제일 높은 곳에 올라가서 혼자자요. 그러다 아침이면 침대로 내려와 장난치죠. 그래도 졸졸졸 쫒아다니면서 만져달라고 심하게 보채요. 우리 나비와 보채는 정도가 막상막하예요. 만져주는 건 좋아하지만 안아주는 건 싫어하죠.
옆집 죠오지 이야기를 하려다 그만..
어제 낮에 2-3시간 입양보내느라고 정신이 없었는데요, 옆집 지니가 23일 부터 가족과 함께 친정에 가서 제가 이집 고양이 둘을 봐 주고 있어요. 저도 지난 일주일 정도 언니가족이 미국에 와서 서부에 있다가 27일 아침부터나 옆집 고양이를 돌봐주기 시작했는데 4일을 두 고양이만 있는 바람에 화장실이 엉망이었어요.
죠오지는 원래 길고양이어서 요즘도 자주 밖에 나가야 해요. 아니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서요. 그래서 아침에 문을 열어줬죠. 보통은 그날 오후 다시 들어오려고 문앞에서 기다리거든요. 오후 5시쯤 보니 문 앞 근처에 와 있더군요. 그런데 요즘 제게 또 다른 길냥이들이 따라다니기 시작했어요. 꼬리가 반쯤 잘린 태비 암놈인데, 언제 봤다고 첨 보는 제게 달라붙어 어디도 안 가고 제 집앞과 뒷뜰을 자기집 처럼 사용하는 놈이 있죠. 영하 10도가 내려가는 추위가 계속 되기에 박스에 헝겊을 채워 넣어줬더니 이제 거기가 집이라고 생각되는지 더더욱 안 떠나요. 제가 없는 동안 동료가 지낼수있는 공간을 더 따듯하게 만들어 줬더군요. 쌀을 긴 양말에 담아 전자렌지에 돌려서 넣어주기도 하고요.
제가 차를 세우면 강아지 처럼 뛰어나와 반갑다고 양양대고, 하도 따라다녀 발에 차일 지경이죠. 거기다 두달전 손바닥 만한 새끼길냥이를 어미가 문앞에 떨어뜨려 놓았길래 계속 먹이를 내 놓고 있거든요. 이 새끼길냥인 또 심한 추위에 그런건지 감기가 걸려서 계속 재채기에 콧물이네요. 하루 더 두고봐서 심하면 병원에라도 데려가야 하겠어요. 참..보미 남편이자 새끼고양이들 아비인 길냥이 레오는 못본지 한 달이 넘어가요. 무슨일이 생긴것 같습니다. 중성화도 시켜주고 귓병도 고쳐주고, 안 보이기 얼마전부터는 오다가다 털 손질도 해주며 이뻐했는데 말이죠. 목걸이를 자주 잃어버렸는데, 마지막 보이던 날도 목걸이가 없기에 또 잃어버렸구나 그러면서 다음에 오면 해 주마고 했는데..저도 모르는 사이 고통스럽게 죽어갔을까봐 마음이 쓰이네요. 아니면 안락사라도 해 줬을텐데요.
아..그래서 제가 죠오지가 왔기에 들여놓으려고 옆집으로 가는데 또 이 태비녀석이 날 따라와서 이웃집 앞에서 30분을 울면서 안 가고 있으니 죠오지가 못들어오는거예요. 죠오지는 주변에 아무도 없어야 문을 열면 들어오거든요. 나중에 나가보니 죠오지가 안보여요. 그래서 그날밤 30분 간격으로 옆집에 들려 죠오지가 왔나 기다리는데 밤 12시가 넘어도 안 오더군요. 날이 무척 추워서 걱정이 됐죠. 여름엔 하루 안 들어온 날도 있긴했다지만요.
그래서 다음날, 어제였죠..찾는데 낮에도 안보였어요. 저녁 5시 반이면 이곳 날씨가 어두워지기에..지니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찾는대로 다시 알려주겠다고 이 멜을 쓰던 중 마지막으로 어둡기 전에 다시 가보자고 갔는데 여전히 없더군요. 그런데 길 건너편에서 할머니가 덤불을 가르키면서 뭐라고 하시기에 가 보니 거기 죠오지가 앉아있어요. 할머니가 안아도 가만히 있고요.
이 놈이 밖에 나오면 주인이 불러도 잘 안잡히는 녀석이었거든요. 자기 맘이 내켜야 잡혀주곤했던 녀석인데 이상한 일이었죠. 가까이에서 보니 계속 토하고 오줌을 누려고 자꾸 앉아요. 전 보자마자 얘가 뭘 잘못먹은거 아닌가 싶더군요. 움직임도 느리고 평소 죠오지 모습이 아니었어요. 얼른 안아 이웃집에 넣어놓고 제가 가는 동물병원에 응급으로 와 달라고 전화했죠.
그리고 지니에게도 전화를 했는데, 지니는 괜찮을 거라고 그냥 두라고 하기에..제가 보기엔 평소 죠오지가 아니다..내가 내 놓다 생긴일이니 내가 병원비를 지불하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이 녀석을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여기저기 만져보더니 탈수가 많이 되었고, 방광쪽을 만져보더니 방광이 꽉 찼다고 하네요. 오줌을 배설못해서 계속 토 하는 거고 지니와 전화하더니, 23일 떠날때 약간 평소와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고 하는 걸로 보아 그 날부터 거의 6일동안 오줌을 못 보고 고통스러워 했던거죠. 그대로 뒀으면 독성이 온몸에 퍼져 죽게된다네요.
나중에 의사가 전화를 했는데, 수면마취시키고 오줌을 다 빼내는데 방광에 피가 가득찼다고 해요. 데려갈때도 계속 울부짖고 의사가 만져도 그랬었거든요. 얼마나 힘들면 그랬을까 싶은게 어젯밤 병원에 데려간게 다행이다 싶어요.
며칠 병원비가 4-50만원이 나올거라네요. 숫놈 고양이들에게 이런일이 잦다고 해요. 하긴 옆집 할머니 숫놈 고양이도 이런일로 특별사료를 먹고있어요. 이러다 신장이라도 망가지면 정말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결국은 죽게 되면서도 병원비가 무섭게 들어가는 듯 해요.
살아있는 생명을 데리고 같이 산다는게 생각보다 쉬운일이 아니란걸 예전부터 알았지만, 이런 저런 경우를 보면 나비는 제게 효도하는 듯 싶어요. 아직까지 큰 병은 없었거든요. 한때 보험을 들어야 하나해서 많이 찾아보다, 그냥 한달에 5만원씩 계속 모으는 게 낫겠다 싶었는데 보험을 들까 생각중이예요. 일년에 한번 병으로 몇십만원 이렇게 나간다면 모르지만, 수술을 하고 평생 계속 병원을 가야하는 병이라던가 그러면 보험을 가지고 있는게 훨씬 나은듯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