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indy96.egloos.com/3384359
선거 후 읽은 글 중에 가장 좋은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어느 정도 제가 생각 하는 맥락이랑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공감이 갔어요
물론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정말 잘 읽었어요. 이 글을 베스트로!!!
저장할께요
동감합니다. 그런데 차라리 퍼다 붙이시는게 더 많은 분들이 읽으실 수 있게요
맞아요. 그리고 제목에 긴 글 이라고 쓰면 안.봐요. ㅠㅠ
대선 이야기를 블로그에 많이 쓰지는 않았는데, 결과가 나왔으니 좀 써 봅니다. 저는 박근혜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나라가 망하거나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명박보다 못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종합적으로 이명박보다는 훨씬 나은 대통령이 될테니까 지금보다는 낫겠지요. 문재인이 박근혜보다야 훨씬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2013년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2007년에 만들어놓았던 토대로 되돌릴 수 있느냐, 아니면 2012년에 이명박이 만들어놓은 세상에서 계속하느냐의 차이에서 답은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박근혜가 이겼고, 그녀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독재자의 딸이지만 민주적 절차를 통하여 대통령이 되었고, 또 산업화의 중추를 만든 세력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대통령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멘붕이 오고, 가슴이 먹먹하고, 너무너무 아쉬운 것은 이해합니다. 특히 박근혜를 못 막았다는 것보다 이명박을 심판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런 심리는 더욱 커집니다. 저 역시 이명박을 증오하는데, 이는 그가 비리가 있고 사리사욕이 넘치는 인간이고 하는 정치적 부적격과 인간적 비호감을 떠나서,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정치보복을 자행하면서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고 갔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평생 용서할 수 없는 일이고, 마음 같아서는 저도 똑같이 정말 문자 그대로 똑같이 복수를 해주고 싶습니다. 촛불시위 이후 그 배후를 노무현 세력으로 본 이명박은 검찰조사와 세무조사를 통해서, 심지어 노무현이 자주 갔던 삼계탕 집도 세무조사를 때리고, 노무현이 허리 디스크 수술을 했던 병원도 세무조사를 했습니다. 노무현과 친분이 있었던 신부에게 온 헌금내역도 10만원 단위까지 출처조사를 했고, 노무현의 후원자 강금원 회장은 100% 자기지분의 회사에서 횡령죄를 범했다는 조금은 황당한 이유로 감방에 가고, 뇌종양 수술을 해야 하는 시기에 보석을 허락하지 않아서 결국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노무현의 검찰 출석에 대해서 헬기 띄워서 김해에서 출발해서 서울가는 광경을 실시간 생중계 하면서 가지고 놀았습니다. 이래놓고 이상득, 천신일, 최시중, 박연차의 성탄특사 가석방이니 신년 가석방이니 헛소리를 하고 있지요. 사실 지금 그들이 감방에 있지도 않습니다. 하루 입원비 70만원짜리 삼성의료원 20층 VIP실에서 잘 먹고 잘 싸면서, 언론에 보도도 안 되고 숨어지내고 있습니다.
자, 그래서 이 글은 문재인을 응원하던 사람들을 위한 글입니다. 박근혜를 응원하시던 분들은 나라를 좀더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갈 수 있게 되었다는 애국심으로 만족하시면 되고, 문재인을 지지하시던 분들은 상처에 대해서 힐링도 필요하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도 필요하고,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도 필요하니까, 그걸 좀 적어 봤습니다. 제 글과 분석에 동의하는 사람도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그냥 믿으세요. 이렇게 믿고 외우세요. 안 그러면 계속 똑같은 결과 도돌이표입니다.
애초에 지는 선거
우선 이번 선거는 애초에 민주진영이 이길 수 없는 선거였음을 인정하고 이야기에 들어가야 합니다. 이명박이 2007년 대선에서 이기는 그 순간부터 박근혜는 차기 대권 주자였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35% 이상의 지지율을 한시도 빠짐없이 유지해 왔습니다. 1-2년 전에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 것 같느냐고 묻는 사람에게는 항상 박근혜라고 대답해줬습니다. 저의 주장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느냐 아니냐는 이미 이슈가 아니고, 기왕 한다면 나라 말아먹지 않게 잘 하게끔 해야 한다, 주변에 똑똑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으니, 민주진영에서는 다음 대선을 포기하고 아예 유시민 같은 사람을 박근혜 밑으로 보내서 경제나 복지 쪽에 책사로 활용하게 하면 그게 더 나라에 도움 되는 일이다..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김종인이 경제 민주화의 아이콘으로 지금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으니 두고 봐야죠.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경기도지사를 모두 내주자, 박근혜 대세론은 정말 꺾을 수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선거는 지역구도 기반으로 치뤄지고, 야권은 영남표를 놓치는 대신에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둬야 합니다. 이러한데, 서울시장, 경기도지사를 모두 지니 그런 희망이 사라지는 거죠. 그런데 갑자기 여권 내부에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당권을 쥐고 있던 친이계에서 차기 주자가 되기 위해서 경쟁이 벌어지고, 오세훈이 여기서 앞으로 치고 나가기 위해서 무상급식 이슈로 주민투표를 실시합니다. 그러나 주민투표 자체의 성립여부가 위기에 달하자, 아예 서울시장직을 걸고 밀어붙입니다. 그리고는 주민투표 성립이 안 되고, 오세훈은 서울시장을 그만 두고, 나경원 대 박원순의 보궐선거는 박원순이 완승을 거둡니다. 여기서 사람들이 희망을 봅니다. 김어준은 오세훈이 무상급식 투표에 시장직을 거는 순간부터 정권교체가 시작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희망은 설마설마 하는 사이에 현실이 되어 갔고, 서울시장직을 박원순이 차지하고, 무상급식 안건을 시장 취임하는 날 아침에 1호 결재로 시작하면서 사람들에게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는 희망을 심어줬습니다. 그런데 2012년 총선에서 마치 과반을 획득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사실상 이길 수 밖에 없는' 선거에서 과반 획득에 실패하고 오히려 새누리당에 과반을 내줍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야권이 과반을 차지한 것은 88년 거대한 민주화 바람과 함께 여소야대가 되었던 선거와 2004년 탄핵 열풍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 획득에 성공한 두 번 밖에 없습니다. 88년에서도 굳이 보수/진보를 나누라면 보수가 과반 이상을 했었고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을 보수로 본다면), 그러면 2004년 단 한번 밖에 없습니다. 뽑아놓은지 1년 된 멀쩡한 대통령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탄핵시킨 것에 대한 거센 반발의 결과가 고작 총선에서의 과반 획득에 불과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국민들의 불만이 88년, 2004년 수준이 아닌, 2012년에는, 과반 획득이라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럼에도 과반에 대한 희망을 품었던 것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기초한 것인데, 몇가지 고려할 점이 빠졌습니다. 첫째, 우리 정치의 선거는 기본적으로 지역구도를 절대 벗어나지 못하며, 둘째, 주요 언론이 (특히 TV) 장악당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고등교육을 받고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는, 30대 수도권 화이트칼라 직장인 정도나 가능한 것이지, 모든 국민이 그런 판단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티비나 라디오에 나오는 이야기는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혁신에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홍수를 이루는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단일후보 공천으로 인한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는 뉴스가 긍정적으로 들릴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꼼수 등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이야기하고 의식 있는 젊은이들이 이것을 바로 잡아야겠다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얻어지느냐. 그건 어제 술자리에서 만난 후배가 전해준 '뱅뱅이론'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이것은 딴지일보에 실린 내용(링크: http://www.ddanzi.com/blog/archives/83747)인데,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놀랍게도 청바지 업계 1위는 뱅뱅인데, 아무도 안 입는 뱅뱅 청바지가 도대체 어떻게 1위가 될 수 있느냐 라는 의문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도 뱅뱅 청바지를 입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왜 뱅뱅이 1등이냐? 그건 내가 모르는 다른 곳에는 뱅뱅을 입는 사람들이 잔뜩 있다는 뜻입니다. 나꼼수도 그렇습니다. 수도권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들은 아침 저녁 출근길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아이팟을 가지고 지하철에서 나꼼수를 들었고, 아니 어떻게 이런 부도덕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가와 어떻게 이것들이 하나도 메이저 언론에서 보도되지 않을 수 있는가에 경악했습니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전의를 불태웠던 거죠. 그런데 세상에는 나꼼수 따위는 뭔지 모르는 사람이 널려있다는 것입니다. 그걸 일주일에 두시간씩 각잡고 앉아서 듣는 사람이 있나요? 지하철 타고 퇴근할 때, 공부하다가 심심할 때, 인터넷 게시판에 나꼼수 떴다고 글 올라올 때, 이럴 때 짜투리 시간에 듣는 것인데, 지하철이 없는 도시에서는 그런 시간이 없으니까 듣지를 않습니다. 정치적으로 경직된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어차피 들어봐야 같이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기 때문에, 안 듣습니다. 나꼼수를 들어보지도 못하고 그걸 욕하는 보수신문만을 본 사람도 많습니다. 그게 뭔지 전혀 모르는 사람도 많구요.
그럼 그렇게 정보에 취약하고, 혹은 무지한 사람들에게 진실을 이야기해서 퍼뜨리면 되지 않느냐? 네. 그런데 문제는 정보의 통로 자체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고대 나온 제 친구가 대구에 있는 어머니에게 이명박의 비리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들려줬다는 답은 이렇습니다. "아니, 나는 주변에서 이명박을 그렇게 욕하는 사람은 너 밖에 본 적이 없다. 밖에서 도대체 어떤 사람들과 어울려서 다니길래 대통령 욕을 그렇게 하고 다니느냐." 그래서 제 친구는 아니다... 지금 젊은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이러이러한 사실들이 있다라고 팩트 기반으로 설득하려 했는데, 그 어머니의 답은 이랬습니다. "좋다, 그런 일이 있었다고 치자. 그런데 내가 보는 신문이고 테레비 뉴스고 그런 말은 일절 없는데 내가 네 말을 어떻게 믿느냐. 상식적으로 그런게 있으면 조금이라도 보도되어야 하지 않느냐?" 뎅... 이 말을 전해들은 저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 어머니의 논리가 너무너무 이해가 가는 거죠. '상식적으로' 그렇습니다. '상식적으로' 그런 일이 있으면 보도가 되고 사실이 알려져야죠. 그런데 지금 문제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안철수가 상식 대 비상식의 구도를 들고 나왔잖아요. 물론 조중동 신문들이 어떤 짓을 해왔는가, 그리고 방송사들이 장악당해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이해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대구에 있는 60대 주부가 서울의 MBC 아나운서들이 파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를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전혀... naver 없습니다.
그래서 이 선거는 애초에 지는 선거였습니다. 박근혜라는 경상도 출신에, 충청도 어머니를 두고, 옛향수를 자극하며, 방송을 장악한 상태에서, 이 지지율이 떨어질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세훈의 서울시장 사퇴, 안철수의 등장, 박원순의 승리, 나꼼수를 통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의 전파 등으로 인해 잠시 기대가 부풀었던 것이지요. 그냥 이런 노력들에 대해서 고마워하면 됩니다. 안 그랬으면 근접하게 가기도 어려웠습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김대중, 노무현이 살아돌아와도 이긴다고 장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너무 아깝다는 사람들 혹은 어떻게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수 있냐는 사람들에게
문재인도 나름 역대 민주후보 중 최다 득표를 했는데도 졌으니, 아깝지요. 그럼 왜 졌는지 이야기를 해보죠. 다양한 해석이 분분하지만, 가장 눈에 띠는 두 가지는 여전한 지역구도와 지난 선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세대별 투표성향의 뚜렷한 차이입니다. 그토록 지역구도를 깨자고 노력을 해왔지만, TK를 박근혜가 석권하고, 호남을 문재인이 석권한 것은 87년이나 92년, 그리고 97년 대비해서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차이점이라면 PK에서 약 40% 가까운 지지를 문재인에게 보내주었다는 것인데, 문재인, 안철수가 부산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주 대단한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다음 후보에 대해서도 이런 지지율이 유지된다는 보장이 전혀 없습니다.
지역구도 이외에 세대별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는데, 이번 선거는 결국 50대가 좌우한 선거였습니다. 가장 많은 유권자수를 가지고 약 90%가 투표해서 결국 박근혜가 당선되는데 일등공신이 되었습니다. 유신 시절을 중고교 교육을 받으면서 보낸 사람들의 세뇌효과가 컸다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자신이 가진 조그마한 기득권이 위협받는게 싫었던 것이라고 봐야합니다. 솔직히 가지고 있는 아파트 하나 달랑 있는데, 그걸 지키려고 박근혜를 뽑은거죠. 그걸 문재인이 되면 빼앗아갑니까? 세금 더 낸다구요? 50대 전부가 10억짜리 아파트 가지고 있나요? 그런 것도 아니지만, 그냥 불안한 겁니다. 일반적인 대중은 정권교체나 정치개혁 같은 거창한 구호에 그렇게 열광하지 않습니다. 아파트 값 올려주겠다는 사기꾼에게 근 50% 지지를 보내준 걸 보세요. 정치개혁 같은건 후순위라도 아주 후순위입니다. 민주당이 정치개혁에 소홀해서 지지해줄 수 없다, 친노 기득권을 못 봐주겠다는 사람이 새누리당에 표를 주는 것은 똥닦는 휴지가 더러워서 손으로 닦겠다는 논리를 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박근혜는 TV 토론, 특히 3차 토론을 망쳐놓았는데, 이건 토론을 못 한 수준이 아니라, 앞에 있는 사람이 하는 말을 이해도 못 하고, 제시하는 사실을 받아들이지도 않고, 심지어 자기가 하는 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런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을 수 있느냐? 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뽑았습니다. 왜? 신이 내린 후보니까요. 너무 좋은 포지셔닝을 하고 있으니까요. 지역적으로나 세대적으로나 이념적으로나. 아무리 박근혜 지지층이라도 막상 그 티비 토론을 보면 이건 아니다, 하고 멘붕이 옵니다. 그런데 그 감정선이 하루 종일 지속되지 않고, 그 다음날에도 지속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그날 저녁에 박근혜 토론에 저런 무식한 여자를 대통령 뽑으면 안 되겠네 라고 생각했더라도,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박근혜가 토론을 좀 못하긴 하더라 정도만 남고 다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리고는 새로운 정보를 접하면 거기에 수긍하게 되는 거죠. 이게 바로 3차 토론이 밤 10시에 끝나고, 갑자기 경찰에서 국정원 요원 중간 조사 결과라면서 굉장히 부실한 결과를 밤 11시에 보도자료로 뿌린 이유입니다. 세간의 이슈를 일요일 밤 11시에 브리핑 하는 경우가 있나요? 모두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인 거죠. 덕분에 조중동의 월요일 1면 소식은 국정원 여직원 혐의 사실 못 찾아.. 가 되었습니다. 토론 이야기는 뒤로 숨고, 그것도 박근혜가 문, 전교조 관련성 물어.. 이게 타이틀이더군요. 하하. 조중동은 이렇게 열심히 지지자들의 멘붕을 해결해주기 위해서 노력했고, 토론 못 한 사실은 뒷전이 되어 버립니다. 암튼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기억을 가지고 놉니다. 이게 종합적인 선거전인거죠.
트위터에서 리트윗 많이 하면 여론 형성에 도움이 된다구요? 20-30대 여론 형성에는 크게 기여합니다. 하지만, 50대들은 그걸 안 봅니다. 앞에 이야기한 뱅뱅이론 생각하세요. 요즘은 50대도 스마트폰 있고, 다 전화로 카톡으로 이야기 다 주고 받습니다. (트위터는 안 합니다.) 박근혜가 위기다 싶으면 여론 주도층에서 카톡 문자 보내서, 이정희 빨갱이 같은년이 박근혜한테 어제 하는 것 봤느냐고 욕하고, 이 여론을 확산시킵니다. 도저히 쉴드 칠 수 없는 수준의 3차 토론 같은 경우에는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립니다. 젊은 층과 의사소통하는 방식, 내용이 다릅니다. 자유롭게 토론하는 문화보다는 똑똑하고 말빨 센 사람이 이야기하는대로 따라가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유머대백과 사전에 나올 만한 오래된 유머, 무슨 명상록 같은데 나오는 좋은 말, 이런 것들을 카카오톡을 통해서 평소에 공유하는데, 이게 선거철에는 선거운동의 장으로 활용됩니다. 동창회, 계모임 등의 사조직이 선거조직의 밑바닥과 맞닿으면서 똘똘 뭉치는 여론을 만들어냈습니다. 국정원 수사 건이나 이정희 토론 건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역풍을 만들어내느냐? 젊은이들은 트위터에서 선거 이야기를 했지만, 장년층은 카카오톡으로 선거 이야기를 해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지층이 결집하고, 그게 90%에 달하는 투표율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이 역전승 할 수 있는 기회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원래 시나리오대로 단일화가 잘 되었다면 승부는 알 수 없을 뻔 했습니다. 그런데 안철수가 갑자기 사퇴해버리고는 며칠간 잠수타 버렸죠. 여기서 승부는 끝난 것이었습니다. 2002년은 정몽준, 노무현이 각각 20% 지지율을 얻고 있다가 단일화를 했더니 20+20 에다가 시너지 효과로 5% 더 나왔습니다. 그런 단일화는 박수를 받았죠. 자신의 욕심보다 대의를 위해서 뭉쳤다는 점이 평가받은 건데요. 안철수는 문재인이 단일화하자고 할 때 처음에는 단일화를 할 지 안 할 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단일화 하겠다고 선언해서 반전시키고, 협상단을 중간에 철수시켜서 시간을 법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방법을 고집하다가 여의치 않자 문재인에게 알리지도 않고 본인이 사퇴 기자 회견을 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잠수 탔는데, 안철수 없이 선거를 치르자고 하면, 그러면 지지자들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욕먹고, 안철수를 다시 불러오자라고 하면, 안철수 없이는 아무 것도 안 되는 당이라고 욕먹었습니다.
본인이 정말 정치개혁과 정권교체에 뜻이 있었다면, 거기서 그렇게 잠수 타면 안되는 것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단일화 과정에 성실히 응하고, 결과에 승복하고, 그리고는 전국 방방곡곡을 공동 유세를 뛰었어야 합니다. 안철수는 서울에서 출발해서 내려오고 문재인은 부산에서 올라가고, 세종시에서 크로스하고는 문재인은 강원으로, 안철수는 호남으로 가는 겁니다. 이런 동선을 짜서 전국의 판을 흔들었어야 하는데, 이 모든 기회를 놓치고 나중에 온라인 여론이 안철수에게 안 좋아지자 갑자기 내일부터 유세에 참여한다고 나옵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승부의 추가 기운 뒤였습니다. 여론은 급박하게 10%, 20% 움직이는게 아닙니다. 대선 후보 지지율 변동은 하루에 고작 2-3%가 최고입니다. 하루 유세 일정을 미루면 2% 올릴 기회를 놓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안철수 개객끼라고 봤습니다. 철저하게 자기 이미지 관리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였지, 본인의 희생은 없었습니다.
물론 안철수를 위한 변명을 해줄 수 있습니다. 첫째, 남의 선거인데 내가 희생해가면서 치뤄줄 필요 있느냐? 없죠. 대신에 그걸 안 하면, 남들도 안철수를 좋게 이야기하고 봐줄 이유가 없어집니다. 둘째, 어차피 안철수 아니면 선거는 지는 게임이었다, 문재인으로는 어차피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내가 경선에서 져서 못 나가더라도, 경선을 제대로 했어야죠. 거기서 이기면 당선되는 것이고, 져서 문재인 되면 지는 게임이다.. 거기서 승부를 했어야죠. 셋째, 뒤늦게 선거운동에 합류하면서 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에이, 그러면 선거전 아마추어죠. 대한민국 대선은 아직까지 선거전에 들어가기 전 지지율을 뒤집은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다들 최선을 다 하고, 초반 기세가 중요합니다. 선취점 내면 이기는 야구 경기와 비슷합니다. 이쪽에서 심창민, 안지만, 오승환 띄우면, 저쪽에서는 박희수, 정우람 등판 시킵니다. 뒤집는게 참 힘듭니다. 이런 아마추어적인 선거인식을 가지고 선거를 치뤘다면 안철수도 금방 나가리입니다.
패배의 책임을 안철수에게 물을 수는 없습니다. 어쨌거나 그는 나름의 역할을 했고, (아주 맘에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괜찮은 조력자였습니다. 그리고 다음을 위해서 좀더 큰 그림을 봐야 하고, 앞으로도 할 일이 많은 사람입니다. 다만, 그가 행한 일련의 행동들이 크게 도움이 안 되는 행동이었다는 점에서 아쉽습니다. 특히 선거 막판에 네거티브 선거를 하면 안 된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상대가 50%가 넘는데, 네거티브를 안 하고 무슨 수로 이깁니까? 그리고 네거티브를 하는 것이 반드시 나쁜 선거가 아닙니다. 그것도 검증의 과정이고, 허위사실이 아닌한 네거티브도 충분히 해야 합니다. 남을 죽이고 내가 살아야 하는 선거에서, 여러분 정치개혁 합시다, 투표로 세상을 바꿉시다 라는 선비 말씀 하고 있으면 게임 오버입니다.
그래도 안철수가 나오면 이길 수 있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쯧쯧. 아직도 이해를 못 하고 있군요. 딱해보여서 좀더 이야기를 해줄게요. 친노가 정치를 망쳤다, 친노가 기득권을 더 내려놓고 국민에게 겸허한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졌다, 이런 이야기 하는 사람들 있죠? 친노는 불과 10년 전에 정치개혁의 아이콘이었습니다. 당 대표를 그나마 제대로된 경선을 통해서 뽑는 당은 민주당입니다. 그리고 친노의 대표가 문재인 후보인데, 무슨 기득권을 내려놓습니까.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은,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의 논리나 감정선은 정치개혁을 덜 했다고 혁신이 덜 되었다고 지지하지 않는게 아닙니다. 소위 운동권 냄새가 나기 때문에 싫어하는 겁니다. 문재인은 그런 냄새가 적게 나지만, '친노'라는 굴레를 씌우면 달라집니다. 이게 바로 문재인 후보는 괜찮은데 민주당은 별로다 라는 사람들의 인식입니다. 특히 메이저 언론에서 친노 이야기를 하면 화염병 들고 데모 하는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에, 그냥 그게 싫은 겁니다. 박근혜가 전두환한테 6억원을 받은 것은 내가 본 적이 없지만, 대학생들이 시위 하느라 길 막히는 것은 내가 겪어 봤거든요. 잘난 척 하는 운동권 애들이 문자 써가면서 이야기하는 것도 겪어봤구요. 그러니까 그 불편한 모습을 상기시켜주면, 아.. 문재인은 괜찮지만 민주당이 별로라서, 문재인은 괜찮지만 친노들이 설치는 건 보기 싫다라는 좀 이율배반적인 논리가 나옵니다. (문재인을 빨갱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분들은 어차피 설득이 안 되니까 포기하구요.)
안철수가 지지받은 것은 이런 사람들에게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중도적 표의 확장성이 높은 것은 운동권 물을 안 먹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요.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은 어차피 안철수를 지지할 것이고,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은 '문재인은 좋지만, 당은 싫은'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랬던거죠. 그런데 이것은 정작 선거전에 들어가면 별로 의미 없는 소리가 됩니다. 어차피 당에 소속되지 않고 안철수가 선거를 치룰 수 있을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조직도 없고 경험도 없는 사람이 무슨 선거를 치릅니까? 안철수는 당내 경선도 한번 안 해봤습니다. 자신에 대한 험한 네거티브가 들어오면 그런거 듣고 멘붕 옵니다. 조순, 고건 이런 분들 다 이 단계에서 엎어졌습니다. 안철수의 멘탈이 강해서 이걸 견딘다고 해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무조건 박근혜야~~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안철수는 소리통으로 유세하나요? 택도 없습니다. 민주당 선거 전문가들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사실 입당할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이해찬 물러나라고 압박을 가하고, 당을 접수하려고 했던거죠.
그런데 이 스토리는 이미 알려져 있던 스토리입니다. 중앙일보에서 6월에 아이젠하워 모델이 안철수의 모델이라면서 기사를 때렸습니다. 올해 중앙일보에서 실은 일련의 기사들은 정보기관의 도청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것들이 종종 있었는데, 아마 그쪽 빨대를 통해서 얻어낸 정보, 혹은 일부러 조중동에 흘려주는 정보를 받은 것이지요. 즉, 박근혜 진영에서는 안철수가 그렇게 움직일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안철수 주변에 위장 안철수 지지 세력들을 잔뜩 박아두고, 친민주당 행보를 보일 때마다 태클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설령 민주당에서 양보하고 혹은 경선에서 이겨서 단일후보가 되어도 공격할 준비가 많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이 친노와 묶는 것이지요. 안철수가 운동권 혹은 빨갱이들과 손잡았다고 다양한 루트로 나팔을 부는 겁니다. 슬프게도, 위에서 이야기한 '문재인은 괜찮은데 민주당이라서 별로인' 라이트한 지지자들의 상당수는 이 공격에 휩쓸려 갑니다. 그러면 박근혜는 무슨 말을 해도 안 깨질 콘크리트 지지율 45%를 가지고 출발하고 안철수는 20% 야권성향 문재인 선호 + 20% 야권성향 안철수 선호 + 7% 라이트 지지자들로 불안하게 스타트하는 겁니다. 까먹는 건 한순간입니다. 토론회 때 전교조랑 묶고 이정희랑 묶고 다양한 방법으로 쿡쿡 찔러서 라이트한 지지자들을 '안철수도 결국 문재인 노무현과 별반 다를 바 없다'로 몰아갑니다. 안철수의 지지도는 2002년 노무현 같은 폭발력 있는 지지도가 아니라, 그냥 부드러운 지지도이기 때문에 이런 공격에 취약한 지지도였습니다.
또한 호남이 안철수를 선택했다는 소식이 영남의 밑바닥 선거조직을 통해서 유포되면 경상도 표 결집이 급속도로 일어납니다. 안철수가 후보로 등판한 것도 아닌데, 안철수 간신을 죽여야 한다는 황당한 멘트가 유세장에서 나오지 않습니까? 직접 출마했으면 더 장난 아니었을 겁니다. 그래서 결국 지지도를 지키려면 민주당과 손 잡아야 하고, 민주당과 엮이면 지지도가 날아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속절없이 지지율을 잃어가는 참담한 광경을 목격했을 겁니다. 박근혜 지지도는 변하지 않은 채 말이죠. 그래서 안철수가 나와도 안 되었을 것이라는 김종인의 인식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안철수 나이 고작 51인데 노무현 같은 좌충우돌 아마추어라고 몰아갔을 겁니다. 이번에 90%의 투표율을 보인 50대가 안철수에게 표를 줬을까요? 힘들다고 봅니다. 물론 안철수 문재인이 어느 한 쪽으로 완벽하게 힘을 몰아주는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상황이 달랐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처럼 느슨한 결합이 일어났다든가, 혹은 안철수가 민주당에 입당해서 후보가 되었다든가 하는 순간에 표가 날아갈 요소가 다분히 존재하고, 그런 상황에서는 안철수가 나와도 힘들다는 겁니다.
그러면 앞으로 뭘 해야 하느냐?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첫째 안정감 있는 후보를 양성해야 합니다. 열린우리당이 왜 망했을까요? 열린우리당은 전라도 기득권 세력이 포진한 민주당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지역감정 극복이 없다는 인식 하에 기존 민주당 세력과 결별하면서 영호남을 아우르는 정당이 되고자 만든, 취지만 따지면 아주 훌륭한 정당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당은 도대체 당 대표가 누구였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김원기 (창당준비 임시의장), 정동영, 신기남, 이부영, 임채정, 문희상, 정세균, 유재건, 김근태. 4년도 안 되는 역사 동안 당 의장만 무려 9명이었습니다. 심지어 정동영, 정세균은 두번 역임합니다. 이거 무슨 분기에 한번씩 학급어린이회장 뽑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집단 지도 체제라고 해도 이건 리더쉽 부재로 읽히게 되는 겁니다.
사람들은, 특히 한국사람들은, 장년층들은, 안정감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김영삼의 문민 정부의 모토는 안정 속의 개혁이었습니다. 그게 그의 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입니다. 하나회 숙청과 금융실명제 같은 것이 결코 작은 회오리가 일어나는 개혁이 아님에도, 안정감을 강조했기 때문에 동요 없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사실 한가지더 불편한 진실이 존재합니다. 바로 사람들의 심리인데요. 김대중과 노무현에 대한 기득권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둘 다 기존의 기득권이 싫어했던 사람이지만, 김대중은 무난히 정권을 받고, 권력을 행사하는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은 김대중 정부를 이어받았음에도 탄핵을 당하고 힘든 모습을 보입니다. 왜? 김대중은 수십년간 야권의 거두였습니다. 적이라도 적장인거죠. 내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노무현은 그냥 일개 국회의원, 그것도 맨날 떨어지는 반백수였습니다. 그러니까 우습게 보이는거죠. 점마 저게 뭔데 지가 대통령이라꼬? 철없는 젊은 아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멋도 모르고 찍어줘갖고 나라 말아묵게 생겼다.. 이게 경상도 장년층의 인식이었습니다. 강남은 안 그랬을까요?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정식 호칭을 불러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냥 노, 미스터 노, 노씨. 이게 노무현 호칭이었습니다. 우연히 대통령 되었을 뿐, 너는 나의 대통령이 절대 아니다 이거죠. 성과를 보고, 성과가 나빠서 대통령으로서의 존경을 못 받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인간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왜? 노무현은 적의 장수도 아니고, 미천한 신분이니까. 더도 덜도 아닙니다.
따라서 안정감 있는 후보를 미리 양성해서 길러야 합니다. 몇년 전에 후보를 확정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당 대표를 1년도 안 되어서 바꾼다거나, 선거 한번 진다고 다 책임지고 물러나고, 이런 모습은 안정감을 주기 어렵습니다. 가능성 있는 차세대 후보들에게는 미리부터 이미지 관리에 들어가고 상대가 무시할 수 없는 내공을 키워줘야 합니다.
둘째, 전문가 조직을 영입해야 합니다. 시민사회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의 수혈은 사실상 이미 다 끝났습니다. 그 결과, 안철수가 시민사회 사람을 찾아도 사람이 없는 황당한 시추에이션이 벌어지죠. 이제 남은 것은 전문가 조직입니다. 의식있는 전문가 조직을 멘토로 두고, 때로는 그들을 비례대표로 끌어올리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지금의 노력은 어설프게 선거철에 이름난 사람 하나 픽 하는 수준이죠. 그게 아니라, 비영리 비정치적인 조직, 연구소를 만들고 이쪽의 조언을 듣는 빈도를 높이는 것이지요.
일반 대중들이 생각하는 민주화 세력의 용도는 이제 끝났습니다. 예전에 민주화 운동 했다는 훈장이 더이상 지도자의 요건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민주화 경력에 플러스가 필요합니다. 문재인 곁에 친노가 있다고 공격받지 않고, 문재인 곁에 전문가 그룹들이 수시로 조언 중이다라고 했으면 이미지는 훨씬 나아졌을 겁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도 드러났듯이 사람들은 옳은 사람, 정의로운 사람을 꼭 대통령으로 뽑지 않습니다. 조금 씁쓸하지만, 시대가 그렇고 대중이 그런 것을 어찌 하겠습니까. 정의롭기 보다는 좀더 나라의 삶을 윤택하게 바꿀 사람을 원합니다. 그게 극단적으로 간 것이 이명박이고, 박근혜가 전두환한테 6억원도 받고 그렇게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 정도 흠은 정치인 누구나 가진 흠 정도이고, 산업화 했던 그 시기의 역량을 다시 이끌 수 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한 것이 대선의 결과였습니다. 민주화 경력이 있는 후보 혹은 그런 사람과 맥이 닿아있는 후보라면 사실 더 좋습니다. 대신 그 전에 국민의 삶을 향상시킬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져야지요. 안철수는 IT를 발전시켜서 먹거리를 이끌어낸다라는 이미지가 있죠? 박원순은 서울시정을 획기적으로 이끌고 있죠? 이런 사람들을 잘 살려야 하고, 또 이들과 다른 궤적을 가진 민주화 출신 정치인이라면 전문가 조직의 멘토링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얘들은 정의롭고 일 잘 하는 애들이구나 하는 이미지를 줍니다.
셋째, 대안언론을 조성해야 합니다. 2002년에는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이라는 두가지 훌륭한 정치 매체가 등장했습니다. 서프라이즈 같은 진영 논리를 대변하는 토론 사이트도 만들어졌구요. 하지만 이런 노력이 2012년에는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은 더이상 쿨하지 않은 매체가 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정치기사에서 인터뷰 전문을 다 싣고,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업데이트해주는 등, 인터넷 언론으로서의 장점을 십분 살린 훌륭한 점이 있는 언론입니다. 하지만, 사실 편파적이기도 하고, 시민기자들의 기사가 많아서 솔직히 퀄리티가 떨어지는 기사도 많습니다. 그만큼 사람 냄새가 난다는 장점도 있지만, 프로페셔널한 언론으로서 자리매김이 근본적으로 힘듭니다.
정작 2012년에 나온 새로운 정치 매체는 4개의 종편이었습니다. 미친 듯이 박근혜에 유리한 평론만 내는데, 누가 그걸 보냐고 했지만, 50대가 봤습니다. 또다른 뱅뱅이론의 적용이지요. 그리고 그 결과는 박근혜의 승리였습니다. 새로운 매체가 필요합니다. 무슨 대단한 정치색을 띨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정직하게만 보도하면 됩니다. 보도지침에 휘둘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만 보도해도 됩니다. 이미 김어준 응원 사이트인가 거기에 누가 케이블티비를 만들자라는 의견도 냈더라구요. 그리고 박근혜 당선 바로 다음날, 김재철은 MBC 노조원들에 대한 권고사직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잘 됐네요. 마치 88년 한겨레가 만들어질 때 동아일보 해직기자가 주축이 되었듯이,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 뉴스타파, 손바닥 TV, 시사인, 한겨레 TV, 뉴스 컨텐츠 채울 역량들은 이미 충분합니다. 김어준은 정치평론 하고, 정봉주는 정치 코메디하게 합시다. 예능도 데려오죠. 윤도현의 러브레터 찍고, 김제동 토크쇼 하고, 무한도전도 옮겨오구요. 김용민 동생 피디도 불러서 슈스케도 찍읍시다. 돈 좀 들여서 류현진 선발 경기도 중계합시다. 이게 좀더 나은 나라를 위한 일이고, 후손들을 위한 일이라면 못 할 것 뭐 있나요? 그리고 이렇게 하면 이깁니다. 이런 노력들이 한발한발 나아간다면 이렇게 패배감에 젖어서 힘들어하지 않아도 됩니다. 2017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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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예 퍼왔습니다 글쓴분도 이해하시거예요
많은 분들이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 이 수준에 맞는 지도자가 왜 뽑혔는지.
앞으로 그 수준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어렴풋이나마 감 잡아 봅니다.
요즘 넘 긴글이 자주 올라오네요
태평성대나 눈에 들어왔지 지금은 눈이 빙빙 도네요
울화가 치밀고 억울해서 그럴까요?
이거 요약이 먼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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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 처음부터 지는 선거였다 - 박근혜는 이명박과 경선할 때부터 35% 지지율을 갖고 가는 사람이었다. 지역구도가 합쳐졌고, 공중파는 장악당했다. 실체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특히 나꼼수는 큰 역할을 해줬지만 50대 이상, 지방에서는 나꼼수 잘 모른다, 카톡만 해서 그들만의 리그(박근혜 지지)를 더 결속시킨다.
2. 정보에 따르면 안철수 캠프에는 위장 지지 세력(박근혜측의)이 있었다. 안철수가 민주당에 접촉하려 할 때 방해하는.. 안철수가 더 빨리 단일화를 했으면 모를까, 단일화 이후 시간이 별로 없었고 심지어 잠수마저 탔다.
3. 안철수가 나와도 안됐다. - 선거 조직과 운동 이력이 전혀 없는 캠프에서 우왕좌왕, 민주당에 입당했다 해도 새누리당은 안철수를 친노와 묶어 새누리당에서 공격했을 것이다.
4. 박근혜가 토론을 못해도 이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 허접한 수사 결과를 바로 뒤이어 보내고 기성세대들이 보는 조중동 1면은 허접한 국정원 수사 결과(증거 없어..)를 싫었다. TV 토론을 못했는데도..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별게 아닌 걸로 되어 버린다.
5. 대안은.. 결국 미디어다!! 그리고 지금부터 사람 키워라!! 박근혜가 최소 5년 전부터 대권 도전한 것(얼굴 비추기는 15년)과 달리, 야당 진영에는 사람이 없다. 지금부터 키워라, 대선에 임박해서가 아니라.
아, 위는 제가 크게 공감하는 것만 발췌한 것임..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안철수 지지자들이 싫어할 내용이 더 많을 듯.. (밀당, 잠수, 알듯모를 듯 비난하는 트위터)
하지만 저는 안철수 후보가 이후에 문재인 후보에게 노란 목도리를 건네고 유세에 함께 해준 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긴 글이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 많으실꺼예요. 다들 한번 읽어 보시길
방송국 정말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재래시장 다니면 다 종편 틀어놓고 있더라구요
냉철한 분석이고 도움되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안철수에 대한 분석은
그동안.. 안철수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참는다라고 말씀하셨던 (저도 그랬고..)
그 참아야했던 것을 말씀해주셨네요.
저는 지금까지도 안철수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새누리와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다르지도 않고
국민의 편에 서있는 것같지만 그렇다고 서민의 편도 아닌 것같은
그냥 엘리트 정치인이 한 명 태어나는구나.. 하는 정도입니다.
안철수는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을 돕는 것도 아니고 안돕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자리에 서있었어요.
저는 그런 사람을 "기회주의자"로 알고 있습니다.
많이 도움됐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안철수에게서 기회주의자의 모습이 확인되면서
중간에 안철수 없이 우리끼리 가자는 의견에 저도 공감했습니다.
그런데 개표를 보면서
또 그 이후 지금까지
문재인과 민주당이 왜 자존심 다 던지고 팔다리 잘라내가며
안철수에게 비참한 손을 내밀었어야 했는지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어요.
선거는 일단 승리해야한다는 것을.
그래서 또다시 안철수에게 손을 내밀게 되겠지만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려면 지금처럼 하면 안됩니다.
박근혜를 뽑은 516이 있긴하지만
문재인을 뽑은 48프로는 바보들이 아니니까요.
시댁에 갔었는데,개인택시하시는 아주버님이 그러시더군요.
충청도 입니다. 시댁 모두 2번 지지자들이고....
개인택시하시지만 청치에 관심도 많고 냉철 하시고 새벽에 하는 정치관련 라됴도 항상 듣는분이라
이분 말씀을 많이 참고 합니다.
민주당에 강하게 나설만한 리더가 없다... 한결같이 욕먹어도 뱃짱있게 질기게 카리스마 있게
버티는 당수가 없는게 가장 큰 약점이라고 하시더군요.
누가 욕하면 스르르 사라지고 ..맘만 좋고 이미지만 젠틀하다고 정치인의 조건을 다 갖춘건 아니라고...
유권자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한테 이익이 되는 후보를 찍는다고....
충청도도 전 1번표가 많이 나온게 육영수 고향이라서 그런가 했는데,오히려 옥천은 2번 표가 많았고,
박그네가 충청도에 한번씩 내려올때마다 선물을 하나 씩 줬답니다.립서비스일지 모르지만,
세종시 원안대로 하겠다 확약했고 ,가는곳마다 지역현안에 대해 뭐라도 꼭 하나씩은 던져 줬다는 거에요.
반대로 문은...좀 추상적으로 ..대중들께 ~~습니까?? 라는 식의 질의가 얼핏보면 민주적이고 겸손하게
들릴수 있으나 객관적으로 보면 자신없는,정치초년병 티가 나서 확신을 주지 못했다고 해요.
사람 으로 따지면 똑똑하고 추구하는 방향이 옳다해도 대중에게 다가가는게 먹혀들지 않으면
이런 결과가 오는구나....싶더군요.
박그네가 말도 못하고 어버버 해도 정치 8단 모습은 갖고 있다 해도 주변인들 보면 한심한 생각은
들더라도,민주당이 집권해도 강력한 리더에 단합도 잘 안되는 힘없는 노무현정권이 생각나 50대들은
아직은 한번더 보수가 하기를 바랬다는 편도 있답니다.더 당해봐야 50대는 좀 들썩일까.. ..아님
강력한 야권주자가 등장해야 하나....여러가지 변수가 있겠지요.
그러나 민주당이 먼저 달라져야 합니다.욕 먹더라도 강력해야 합니다.
이명박정권 초기처럼 우왕좌왕하면 계속 희망이 없을겁니다.
이글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조직적인 준비가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5년후를 기약할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합니다
조직을 정비하고 체계를 갖추고 서로를 탓하기보단 대동단결과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역사를 얘기할 수 있는 방송과 신문..그리고 우리의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생각할것이 많고, 국민방송의 필요성이 더 절실해지네요.
혼란 스런 내 머리속 을 말끔히 정리 해준, 처음 부터 끝까지 그저 공감이 가는 기막힌 글.
저장 도 하고 지인 들 에게도 보냈음.
정말 감사히 잘읽었어요 공감이 많이되네요
강력하게 야당을 이끌어줄 지도자의 필요성.. 저도 느낍니다.
개인적으로는 문님이 중심이 되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회창님도 그렇게 했었잖아요?
왜 야당은 항상 책임지는 게 물러나는 형태가 되어야 하나요?
길어도 꼭 읽어보세요
좋은 글이고 공감가는 글입니다. 지금부터 5년후를 잘 준비해야겠습니다.
눈여겨 볼 대목이 많습니다.
안철수와 단일화 관련 부분도 그렇고요.
결국 언론장악이 가장 큰 패인이고, 이건 이명박 정권 하에서 우리가 어찌할 수 없었던 대목이란 거네요.
그래서 대안방송국 설립, 그것도 제법 큰 규모의 그것이 꼭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구심점, 주목받는 후보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도 동의합니다.
박원순이든 누구든, 언론에 계속 노출시키면서 잘 다듬어가야 합니다.
문재인님, 너무 늦게 나왔습니다.
패인이지만
밀당 단일화는 지지자인 저도
참 짜증났었습니다.
전려구구해야할 소중한 시간
그렇게 흘려버리다니....
저도 안철수의 치사함과 민주당의 자주 바뀌는 당대표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나이드신분들은 오래 이름을 알고 있는 분들을 좋아하는경향이 있습니다.
저도 50대 초반이지만 드라마를 봐도 신인이 나오는 드라마는 잘 안봤지 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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