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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요며칠 가산의 풍경..

가여운 젊은이들 조회수 : 1,880
작성일 : 2012-12-23 05:00:57

저는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한 회사에 근무해요..

이곳 가산은 예전 구로공단이었지요.. 공장들을 허물고 그 자리에 거대한 빌딩을 세우고..

아이티 노동자들이 예전 미싱을 돌리고 신발을 꼬매던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요..

형태만 바꼈지 달라진건 없는..

옆동네 구로디지탈단지도 마찬가지구요..

저는 줄곧 강남등지에 회사를 다니다... it. 컨텐츠 회사들이 대거 이동네로 이전하면서

서식지가 변하게 되었지요..

점심시간에는 부하직원들과 밥먹고 빌딩주변을 한바퀴 돌면서 걷거나...

간단히 커피를 마시면서 그런얘길 자주 했죠..예전 이곳에서 일했던 노동자들 피눈물이 복도에서 어른거리는거 같다고..

미싱이 컴퓨터로 변했네.. 얼마나 많은이들이 이곳에서 죽어나갔을까 등등....그들의 노동이 박정희가 이룩했다는 경제성장의 실질적인 주체라고.. 그들을 지워버린 박정희 독재의 경제성장 논리에 대해서 꽤 오래 얘기를 했지요..

어느날 부하직원이 그럽니다.. 우리는 노예에요...

맞아..우린 이시스템에 일만 겁나게 하라고 scv로 프로그래밍 되었어..

문화시설도 없이 그저 일만 죽어라 할수 밖에 없는 구조의 사무실..공장형 아파트들..

요즘 이곳의 분위기는 우울하고 암울하고..

누구하나 웃는이 없는 슬픈 풍경이에요..

선거다음날 벌개진 눈으로 출근한 회사 사무실엔.. 팀 하나가 모여서..

울고 있더군요.. 회사 분위기가 초 울트라 우울에 암울모드...

대선에서 이기면 떡을 하겠다.. 누구는 술을 사노라 호언하며 웃고 떠들던 전날과는 판이하게 다른..

진정한 절망과.... 이 깊은 빡침이란...

지금의 20-30대는요.. 지금 노인들이 얘기하는 그들의 젊은 시절보다..

더 힘듭니다..

젊은것들이 고생을 덜해봐서 그런다등.. 익히 이나라의 노인층이 얘기하는거에 대해서 전 절대 동의하지 못합니다.

강도높은 노동에.. 대학교육까지 받았지만 자기 능력을 발휘할수도 발휘하려도 발목을 붙잡여 옹여맨 이 구조..

밥사먹을 돈이 없어서.. 도시락을  싸 다닙니다..도시락 안싸온 날은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오뎅 사먹습니다..

왠만한 거리는 걸어다니고..

 내가 커피를 사주면..몇번 마시고는 그것도 부담된다며..

실장님도 월급쟁이쟎아요.. 거절합니다.. 이렇게 착한 20-30대를 누가 왜 이렇게.. 만드는 건가요..

어느글에서 봤어요.. 그래요.. 젊은이들의 이번의 투표는 단순한 투표가 아니라..

발악에 가까운.. 독재에 저항했던 세대도 아니고.. 데모도 안해봤던 이 친구들이 진정으로 삶을 개선시키고픈..

처절한 자기 행동이었어요..

50대가 종부세가 걱정되 박을 찍었는지 모르지만... 지금 이 친구들은 고시원을 탈출하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참담한 심정은 이 친구들에게 비젼을 제시해줘야 힘내서 일을해야할텐데..

더욱 곤고한 노예가 되었구나.. 이렇게 말을 해야하는군요..

이나라의 개발자들이 뭔죄가 있어서... 데체 왜 우리가 이렇게 되었는지...

회사친구들 생각만하면 눈물이 나고..갑갑하고.. 구시대의 망령을 끌어안고..

노망든 이나라가..

원망스럽고.. 이 분노감을..어째야 할지.. 우리 불쌍한 이 친구들을..

적어도 선배인 우리는 해결을 해줘야는데..ㅠㅠ 앞날을 망쳐놔도 유분수지..

데체 이런.. 일이..현실에게서 가능하다는게 지금도 믿어지지가 않네요....후...

IP : 124.146.xxx.115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2.23 5:21 AM (128.103.xxx.44)

    저도 구로구 쪽이 집인데... 저 역시도 앞뒤가 맞지 않게 뭔가 불연속적인 기이한 일이 벌어진 듯 해서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 2. 22
    '12.12.23 5:24 AM (111.118.xxx.203)

    직장 출근 하면서 이쁜 20대 들에게 마음 속으로 되뇌였네요. 너무나 고맙다고.... 커피 마시며 가는 처자들에게 괜히 지갑 열어 용돈 쥐어 주고 싶은 이 심정은 뭔지~ 너무 미안해요.

  • 3. 저는.
    '12.12.23 6:00 AM (121.161.xxx.68)

    20-30대의 중간에 서있네요.
    교육받은 것이 많아서, 아는게 많으니 현실이 더 힘들어요.
    90년대에 10대를 보내면서, 정말 부모님들이 아끼는 것 없이 지원해주셨고 그걸 알고 있기에,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가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가는 것에
    어쩌다 상장이라도 타오고 등수가 손가락 안에 드는 날이면 너무 좋아하시던 부모님께 부채의식도 많아요.
    근데.. 현실이 너무 힘드네요.
    수도권집중정책이 과열되었으니 지방분권해야한다고 사회책에서 배웠었는데.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노조활동도 그렇게 나쁘게 나왔던 거 같지 않고,
    독재시대가 어떤 건지, 4.19는 뭐고 5.16은 뭐고, 전두환대통령의 3S정책이 뭐고 다 배웠거든요.
    정치가 뭔지도 배웠고 사회구조와 기업윤리에 대해서도 간략하지만 배웠는데..

    평소엔 자상하기만 하던 부모님께서
    정치하는 놈들 다 똑같다거나, 집값 올리는 후보는 찾으시거나, 뭔가 이야기하면 '그땐 다 그랬어'로 끝나는 대화. 자유와 민주주의가 소중한 가치라고 배웠는데 '그래도 그때가 나았어, 이렇게 힘들진 않았어'라며
    그 시대를 회상하시는 모습들을 마주칠 때마다 혼란스럽고 그래요. 우리 동생은 최저임금받고 일하는데 뉴스에서 최저임금 이야기라도 나오면 '대기업 망하게 하려고 저런다'고 말씀하실 때나...귀족노조들이 기업망친다고 하시고, 철거민들 다 돈받고 일해주는 거더라 거기도 다 목적이 있는거라고. 과연 '인간의 삶'을 바라는 것이 그렇게 나쁜 일인가..? 아빠라면 돈 얼마 받는다고 저기 올라가겠어요?? 소리가 입에서 툭.

    집안에 큰 소리 없이 나만 내 본분 잘하면 평화로웠었는데 이번 대선 때는 정말 속상하리만큼 충돌이 많았어요. 그렇다고 저 역시 토론문화가 익숙하지도 못해서 결국 큰소리만 나고..

    세대마다 숙제가 있으니.. 이걸 극복하는 게 저희 세대 숙제겠죠.
    그냥 그래요. 이상에 대해 너무 많이 배워서, 현실이 더 힘든 것 같아요. 게다가 부모님께서 잘 키워주셔서 실패도 몇번 안해봤으니..맷집은 약하죠. 온 세상이 다 우리편이었던 것처럼, 정말 이길 듯했던 승부에서 진 것이 믿기지 않고, 투표 이상의 비중으로 느껴지나봐요. 그래서 전 82에 자꾸 숨고싶어요. 선거 전부터도 저보다 먼저 이런 갈등들 다 겪으신 분들 같아서..부모님 설득하기라던가, 하는 방법들보고 같이 힘도 얻었었고 웃었었는데.

    뉴스에 등장하는 대기업총수들이나 고위관직분들이..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다 그렇고 그런거라고 말씀하시네요. 다 하는 거라고..친한 언니 가게 오픈하니 장부 따로적는 법부터 알려주시고.. 아, 어떻게든 돈이 많은 사람이 존경받는구나.. 그럼 우리는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야하나 싶고.

    괜시리 응석부리느라 주저리주저리 글이 길어졌네요.
    이번 선거에 절망하는 주변 20대 아이들에게.. 맷집이 좀 생길 수 있게 선배님들 경험 좀 많이 이야기해주세요. 전 82에서 열심히 보고 배우고 있어요.

  • 4. 원글님
    '12.12.23 6:05 AM (121.161.xxx.68)

    다시 원글님 글 읽고나니 제가 주제에서 한참 벗어난 댓글을 길게 적어놓은 것같아 좀 민망하네요. 그래도 지우지는 않을게요. 이런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 5. ///
    '12.12.23 6:13 AM (24.30.xxx.149)

    젊은 사람이 많아야 나이드신 분을 부양할 수 있는겁니다. 지금 기초 노령연금 이런거 돈 어디서 나오나요 ? 다 세금입니다. 지금 출산율 전세계 최하위인데...지금 50대분들 집값오른다는 전혀가망없는 희망하나로(이명박 뉴타운 보시죠 집값누가 올릴수있는게 아닙니다.) 젊은 세대 희망은 물론 자기들 노후까지 걷어차고 있는겁니다

  • 6. 저는님
    '12.12.23 7:09 AM (193.83.xxx.228)

    무진장 동감입니다.

  • 7. 22
    '12.12.23 7:24 AM (111.118.xxx.203)

    위에 저는님. 너무 예쁘세요.

  • 8. 자끄라깡
    '12.12.23 1:23 PM (121.129.xxx.144)

    젊은이들한테 날개를 달아줘도 시원찮은데 오히려 날개를 꺾어놨으니
    미안하고 안쓰럽네요. 어쩌나

    내 생에 이젠 중산층이 되기는 글렀구나 싶어 낙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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