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다른카페에서 봤는데 멘붕왔던 맘에 위로를 받았어요
같이 느껴보시라고 퍼왔습니다
59세 교수의 대선 후기
가을날 (his***)
가슴 아프십니까?
능력 있고 반듯한 후보가 되었으면 하였는데, 아버지의 후광을 입은 후보가 당선되었군요.
저도 저지만 아내의 실망이 너무 커서 걱정이었습니다.
정권교체라는 것이 우월한 각종 기득권으로 무장한 기득권층 전체의 저항을 뚫어야 하는 것이니 사실 너무 어려운 일이지요. 선거를 통한 혁명 아니겠습니까?
아내와 아들을 위로하며 나 스스로도 이런 저런 생각으로 위로를 받았습니다.
먼저 많은 어른들이 좋아하시는 것을 보니 그나마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깨어 뜻으로 뭉치고 또한 젊은이들이 주지지층인 문 후보가 당선되었다면, 여전히 과거에 매이고 제한된 정보만을 접하시고 인터넷 세상의 변화에서 소외되어 철저히 배제된 그 어른들 낙망이 얼마나 컸을까 생각하니 그것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우리 현대사의 망령과도 같은 ‘박정희 신화’를 털어버리는 계기가 된 것이라는 점입니다. 새누리당이 이겨서 기뻐하지만 사실 박정희의 딸이 아니었다면 그녀가 당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상도는 물론 전국 농촌 지역 등에 강고하게 남은 박정희의 망령이 이번에 다 드러나 그녀를 당선시킴으로써 그들의 원을 해소한 것이니 순기능을 한 면도 있는 듯합니다. 물론 나라가 걱정되지만, 그녀나 새누리당도, 박정희 말고 자신들을 받쳐줄 무기가 없음을 알게 된 이상 크게 자만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다음으로는 우리 젊은 세대가 상식과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대단하며 그들의 역동성이 만만치 않음을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가끔 제자들이 생각 없이 사는 것 아니냐 걱정했지만 그 대다수가 여전히 자신은 물론 사회와 국가의 장래를 염려하며 적극 선거전에 나섰던 것은 너무 반갑고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선거를 통해 제자나 아들 그리고 조카 등과 정치적 의견을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이 너무 뿌듯합니다.
여기에 바로 여전히 깨어있는 이 ‘아고라’를 위시한 곳곳에서 연대하여 함께 격려하며 아픔을 나눈 상식과 원칙 그리고 미래의 국가 발전을 염원하는 국민들과 해외동포들이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이 장에 저희 가족이 동참한 것이 정말 멋지고 반가웠습니다. 손해를 각오하고 기득권을 버리고 함께한 사회 각계의 후배와 동년배 그리고 선배님들이 계셨던 점도 아름답고 고마웠고요.
더구나 상식과 정도의 회복을 원했던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여전히 그것들을 이루어야 하는 꿈을 가지고 있음도 불행 중 다행 아닐까요. 이루어진 꿈은 꿈이 아닌 것이니까요. 우리가 쉽게 그 꿈을 이루었다면, 우리는 다시 나태해져서 예민함과 공감 동행 상생의 필요성 등을 쉽게 등한히 해버릴 지도 모르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낙망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여전히 있는 것이지요. 이루어야 할 꿈이 건재한 이상.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난 큰 변화의 욕구는 여전히 힘을 발할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은 물론 과거 학생운동권이 주축이 된 민주당 등 민주세력도 어느덧 기득권화 하여 새로운 세대의 정치적 진입을 막고 그들과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점도 드러났으니까요. 앞으로도 우리는 정치라는 것이 정치인들 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모두 나서서 이번 이상으로 참여해야 하리라 확신합니다. 그래야 그들도 국민을 두려워하고 더욱 노력할 것 아니겠습니까.
끝으로 문재인 후보에 대한 저의 소회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사실 남자 나이 50대 끝물에 일면식도 없는 다른 남자를 높이 평가하고 좋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저도 어려서부터 공부도 좀 하고 반장도 많이 하고 대학에서 학장 등의 보직도 한 이상 자존심이 약한 편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아내가 건네준 ‘운명’이라는 그의 자서전을 읽고 그리고 힐링캠프를 보고서 저는 그 분 앞에 겸허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난민의 아들로 태어나 60세가 되도록 저렇게 맑고 흠 없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진실되게 산 사람이 있다니----, 아내가 그를 침이 마르게 칭찬하고 좋아해도 질투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장년의 남자가 다른 남자의 가치와 품격을 진실로 인정한다는 것, 문 후보는 이것으로도 너무나 행복한 분이 아닐까 합니다.
더구나 그의 참 장점은 힘들고 바른 길을 걸으면서도 가정의 행복을 적절히 유지하며 아내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자들이나 아들에게 문재인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 전기 소설이나 신화가 아닌 살아 있는 사람 중에 사표가 될 수 있는 사람이 현존하고 있다는 것, 이것 너무 소중하고 멋진 일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국정에 대한 경험도 있으시니 그래서 저도 문후보를 지지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문재인이라는 이 놀라운 자원을 쉽게 폐기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본인은 정치 안하면 더욱 행복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 사회와 국가를 위하여 그것은 유보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군요.
선거도 끝나고 크리스마스와 신년이 오고 있습니다. 저도 오늘부터 밀린 기말시험 채점도 하고 다시 공부도 하여야 하겠습니다. 부디 마음들 너무 상하지 마시고 서로를 위로하며 내일을 위해 다시 힘을 비축해 나갔으면 합니다. 다른 후보를 지지한 분들 행여 너무 원망하지 마시고, 더욱 친분을 다져서 다음번에는 그분들도 우리가 추구한 방향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한민국이 잘 되기를 기원하며, 대한민국 파이팅. 아고라 식구들 꼭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