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해서 나원참...
386다음 세대이구요 평소 정치 화제 별로 안 올리는 평범한 친구 사이입니다.(10년 넘음. 둘다 독신. 즐겁게 지낸 편임)
투표 당일까지 암말도 없고 해서 그저께밤에 심란해서 카톡으로
''...닭대가*가 돼서 너무 슬포다..." 라고 한마디 보냈어요.
그랬더니 그날은 씹히고 그 담날 오후에 답장이 띡- 왔는데
"너 어쩌다 그렇게 됐니...참 슬프다"
"초딩한테 악플 받으면 이런 기분일까..?"
이런 황당한 문자가 난데없이 왔어요.
서로 뚜렷한 정치철학 없어서 깊은 얘기 나눈 적도 없지만,
두달 전에 카톡으로 제가 안철수랑 나꼼수 얘기 꺼낸 적이 있거든요. (지금은 멀리 살아서 거의 못 만납니다)
그러고 보니 그때 박그네에게 관대하게 ''여자 대통령도 괜찮잖아?''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나더군요.
뚜렷한 이유없이 그러길래 그땐 그냥 흘려들었고, 또 그땐 제가 생방토론도 듣기 전이라서 별로 개의치도 않았었구요.
근데 나중에 난데없이 저런 문자를 받으니 기분이 진짜 뭐 같더라구요.
제가 열받아서 씩씩대며 따졌어요.
박그네 지지자였냐. 난 몰랐다. 그럼 그렇다고 진작 뚜렷하게 소신있게 밝히던가. 그럼 내가 그렇게 말 안했지.
그랬더니 자기 지지자도 아니고 그냥 내 말투가 싫대요. 끔찍하게.
그러면서 고운말을 쓰라는 둥 헛소리를 지껄이길래 넌 나꼼수도 생방토론도 안 듣냐 하며
그리고 지지자도 아니면서 왜 니가 발끈하냐. 이상하지 않냐.차라리 지지자라고 해라. 하면서
카톡으로 마구 다퉜는데요...ㅠㅠ 결국 서로 심한 말 오고가다가 절교했어요.
원래 말을 이리저리 교묘하게 잘 돌려가며 발뺌하고 책임회피하는 스탈이라
결국 무슨 뜻으로 나한테 저런 답문자를 보냈는지는 모르고 끝나버렸어요.
내가 고운말을 안 써서 화가 난 건지, 본인이 사랑하는 박그네를 욕해서 화가 난 건지 잘 모르겠어요.
넘 황당해서 가까운 지인한테 내가 보낸 문자랑 같이 답변 문자를 보였더니,
걔가 미친 거 아니냐고.. 그러더군요. (일단 안심..내가 이상한 거 아니니까)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요, 경상도 집안도 아니고 같이 사회생활하면서 정의에 민감하고
비교적 깨어 있는 친구라 여겼기에 , 그리고 평소 딱히 보수라던가 진보라던가 성향도 정치철학도 없었구요,
그리고 분명 박그네 생방이나 국정원, 나꼼수도 간간히 듣고 있으리라 당연히 생각했었구요. 저랑 비슷한 생각이려니 했는데..
무엇보다 무식한 거 싫어하는 거 둘다 똑같거든요. (무식한데 권력으로 나대는 거)
근데 저렇게까지 박그네 옹호하며 화를 내는 이유는
아마 자기가 박그네를 찍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근데 찍었으면 찍었다고 하면 되지, 왜 또 지지자 아니라고 오리발 내미는지,
그렇다면 저한테 보낸 저 황당한 답변은 뭔지..
같이 사회생활하면서 정말 머리나쁘면서 사악하고 얍삽한 사람들을 같이 욕할 때는
비슷한 슬랭도 많이 썼던 거 같은데 , 저도 상대를 봐가면서 그런 멘트를 날린 거구요...
그리고 제가 판단해서 그런 문자 보낸 상대 중에는 저렇게 미친 반응을 보인 사람 한 명도 없었거든요.
제가 도리어 넘 쇼크를 먹었어요.
별 이유도 없고 여자 대통령 선호하고 박그네 옹호하는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
본인이 별생각 없음 부모생각 따라가잖아요.
생각해 보니 부모가 충청도거든요.
오늘 기사 클릭하다가 문득 생각났어요. 충청도 육영수 여사 생가에서 울고 있는 사람들...
육영수 때문에 무조건 박그네 찍은 사람들 많나요?
부모 따라서 찍었음 그것도 소신 아닌가요?
소신을 갖고 박그네 욕하지 말라고 당당히 화를 내던가,
지지자 아니라면서 10년 넘게 익숙해진 제 화법을 개무시하는 이유가 뭐였을까요? 대체?
그리고 이건 딴 얘기지만...
오늘 우연히 외국 국적을 가지고 살다가 잠시 들어온 21세 남자 대학생을 만났는데요, (과거 제자)
대뜸 ''선생님, 투표 어디 하셨어요? 전 넘 신나고 좋아서 미치겠어요. 박그네가 됐잖아요!"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어? 너 박그네 지지자였니? 왜?" 그랬더니 " 저 대구잖아요!! 대구!"
이 말만 크게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0000지역 것들은 전부 민주당 뽑았다잖아요!!!" 이러면서 욕하더라구요.
집안 사정으로 해외 떠돌며 투표권도 없는 외국국적의 아이덴티티 모호한 학생이라
뭐라 할 것도 못 되지만, 그리고 분명 부모나 주변인들의 영향이겠죠. 대구는 무조건 박그네라고 세뇌당해서..
아무 생각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난 대구니까!'' 하며 자랑스럽게 찍는 인간들이 참으로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학생도 알만큼 알아야 할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난 대구니까 대구니까 뽑았지롱~" 하며 딴 이유 말 못ㅎ고
저렇게 출신만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니는 게 부끄러운 일인지 알아야 할텐데.. 생각했어요. 차라리 거짓말을 하던가..
(저 아는 동생 남편은 ''너무 순수하고 정직하고 욕심없고 사람이 착해서"뽑았다고 하대요. 경상도출신 골수팬이래요. 그래도 저런 이유라도 대니 그럴 듯하네요)
지지해 놓고도 발뺌하고 또는 지역출신 내세우며 자랑하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막 이러는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이러는 거 보면 정말 답답해서 숨이 막혀요.
누가 올리신 링크 예언글처럼 경상도 인구로 미묘하게 좌지우지되는 선거라면
투표를 뭐하러 합니까?
저처럼 깊이있는 정치 철학이 없는 사람도 이것저것 주워 읽고 보고 이 사람은 좀 안되겠다 싶어서
소신을 갖고 행동했는데...
대체 박그네를 본인과 동일시 해서 신경질 내고 화내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생방에서 본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전 팩트를 말했을 뿐입니다. 그분들은 생방을 봐도 사랑스럽기만 한가 보죠?
연말에 모임에 나가기도 두렵네요. 어떤 망측한 인간들이 기세등등 옹호하며 공격해 올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