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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도 한때는 김대중 대통령님이 빨갱이인줄 알았어요...ㅠㅠ

... 조회수 : 1,669
작성일 : 2012-12-21 22:45:31
한 며칠간.. 평소에는 자주 오지도 않던 82 자게판을 떠나지 못하고 있네요. 
아직도 마음은 오락가락, 사람들 글에 댓글도 남기고 하면서 화도 냈다가 냉정을 찾기도 했다가 한답니다. 

대학 때문에 서울로 올라오기 전까지 전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아버지는 교육 공무원.
뭐..말그대로 꼴통보수 집안이었죠. 아버지가 정치적인 논쟁을 싫어하셔서 집에서는 거의 정치 얘기도 못했지만
그 땅에서 자랐다 보니 김대중 대통령님을 '선생님'이라 부르는 것도 빨갱이 짓이라고 세뇌 당했습니다. 

대학을 다니고 아는 게 많아지면서 제가 그 땅에서 얼마나 세뇌 당했나를 깨달았습니다. 
어린 나이였으니 판단력도 부족했고요...

저는 터전을 떠났고 배운 것도 늘어서 깨달음을 얻었지만 대다수의 그 곳 사람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곳에 사는 노령층은 답보 상태를 유지하고 있겠죠..이건 그들을 탓할 것만도 아닌 것 같아요. 

이번 선거의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이들은 정보의 빈곤층이자 반공 세뇌교육의 철저한 피해자들이죠.
이제는 탓하지만 말고 알려주고 깨닫게 도와줘야할 것 같아요. 이제는 슬픔을 떨치고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선거일 이후로 엄마의 전화는 거부를 하고 있죠. 조카를 통해서 ㅂㄱㅎ를 뽑았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아...
그치만..스마트폰도 할 줄 모르시고 인터넷도 할 줄 모르시는 엄마가 어떻게 제가 아는 만큼 알고 판단하실 
수 있으셨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죄송한 마음도 듭니다. 충분히 알아듣는 분인데 정작 한 가지도 제대로 
일러주지 않고 무조건 ㅂㄱㅎ는 안 된다고 소리만 질러댔으니요...ㅠㅠ 

엄마가 스마트폰 한 번 써보고 싶으시다고 했는데 당장 하나 사드리고 좋은 사이트들도 가입시켜드리고 
하려구요. 앞으로 20~30년은 더 사실 분인데 다음 번에는 현명한 판단을 하실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려구요.

조금만 더 슬퍼하고 전열을 가다듬자고요. 
배척이 답은 아닐 겁니다. 안타깝게 생각하고 현실을 보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자고요... 
IP : 211.196.xxx.132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twotwo
    '12.12.21 10:47 PM (222.99.xxx.160)

    제가 원글님과 같은 경우예요.
    서울로 대학 와서야 모든걸 알았으니까요..

  • 2. 루시
    '12.12.21 10:48 PM (27.1.xxx.216)

    저도 그래요

  • 3. 그래요
    '12.12.21 10:50 PM (116.34.xxx.109)

    님의 말씀에 우리가 해야할 답이 있어요^^

  • 4. 전 신혼때 제가
    '12.12.21 10:51 PM (203.142.xxx.231)

    남편이 우연히 하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김대중은 빨갱이야.." 순간 놀라서 멍~~하게 쳐다봤다니까요.

    알고보니 시어머니가 울산 분이라서 알게모르게 전라도민에 대한 불신과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물려받았더군요.
    처음엔 한나라당 아니면 선진당 찍는다고도 했었거든요.
    저랑 살면서 이런저런 자료도 보고 제가 설명도 해주고 같이 이야기도 나누면서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어느순간 정당과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의견일치를 보기도 하고 제가 못느낀 부분 생각이 부족했던 부분까지도 설명하기도 하더군요.

    어제 아침엔 "김대중씨는 참 내가 존경할 만한 분이긴 하지.. 대단하신 분이고.. 뭐 대통령 찍어줄 정도는 아니었겠지만..(뒷말은 과거에 대한 변명같이 들렸음^^;)"
    요렇게 변했네요.

  • 5. ....
    '12.12.21 10:51 PM (119.194.xxx.126)

    저 역시 그렇죠.
    우리에게 그렇게 가르쳤으니까요.
    광주민주화항쟁도 공산당, 폭도들이 그랬다고 했잖아요.
    그렇게 믿었어요.
    저도 시골에서 살았는데 서울로 진출해서야 그 사실들을 알았고
    처음에는 엄청 강하게 부정했어요.
    이런 사실들을 받아 들이고 내가 속았다고 인정하는데 오래 걸렸어요

  • 6. 마찬가지요
    '12.12.21 10:51 PM (1.240.xxx.79)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해요
    우리아이들은 제대로 알게해주자구요

  • 7. ...
    '12.12.21 10:55 PM (58.141.xxx.158) - 삭제된댓글

    전 어릴 때 친척할아버지한테 김대중은 빨갱이고 북한 가면 더 대접받을 사람이란 얘기를 들었는데
    웃기는 게 그 할아버지는 광복군출신이면서
    박정희 정권에서 문화재관리국장으로 일한 분이예요.
    어떻게 광복군출신이 독립군 때려잡던 박정희밑에서 고위직에 있으면서 저런 논리를 펴는지 전 잘 이해가 안 가요.
    그 할아버지는 광복군으로 활동할 때 주로 인도에 파견되어서 일하셔서
    만주에서 독립군 때려잡던 박정희와 얽힐 일이야 없었겠지만
    그래도 그런 경력을 모르지 않을텐데...
    '자리'가 그렇게 젊은 시절 가치관을 덮어버릴 만큼 중요한 걸까요?
    지금 와 생각해보면 그 할아버지는 그 빨갱이론으로 자신을 정당화하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암튼 그 놈의 빨갱이론을 만든 사람은 나쁜 쪽으로 참 머리가 좋아요.

  • 8. 원글
    '12.12.21 10:56 PM (211.196.xxx.132)

    제가 속았다는 걸 깨닫고도 인정하기까지는 또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겨우 스무살 먹은 꼬맹이 아가씨가 가졌던 생각도 그리 완고했는데 우리 부모님 세대는 더하겠죠.
    얼마나 긴 세월 다져지고 또 다져지고, 세뇌 당하고 또 세뇌 당했는데요...

    우리도 길게 잡아야 해요. 이번 선거는 시간이 부족했던 거죠. 단지 그 뿐이었을거예요.
    48%만으로도 기적이었어요. 51%, 55%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변화시키면 되는 거죠...^^

  • 9. ...
    '12.12.21 10:59 PM (58.141.xxx.158) - 삭제된댓글

    그리고 노년층은 인터넷을 해도 자신들 입맛에 맞는 사이트만 가기 때문에
    인터넷이용여부하고 정치색하고는 별 상관이 없어요.
    저희 엄마, 아빠도 다 대학 나온 고학력자들이고 인터넷 하지만
    아빠가 주로 가는 사이트는 '박사모'^^;;;;;;;;;;;;;;;;;;그리고 그 쪽 지지층이 모여있는 공간이거든요.
    참고로 두 분다 경상도 출신^^;;;;;;;;;;;;;;;;;;;;;;;;;;;;;;;

  • 10. 해리
    '12.12.21 11:01 PM (221.155.xxx.88)

    저는 박정희가 진짜 경제발전 이룩한 줄 알았어요.
    '독재는 했으나 먹고살게는 해줬다'
    '영구 집권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국가 = 자기 집' 이었으니 오히려 청렴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했었답니다.

    배워야돼요.

  • 11. ...
    '12.12.21 11:04 PM (218.234.xxx.92)

    그래서 경상도 출신이어도 학교나 직장 때문에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옮겨온 사람들은 그래도 좀 바뀝니다.
    고향을 안떠나는 사람은 안 바뀌어요.

    저도 부산 출신인데, 전 절대로 경상도 남자와는 결혼하지 않는다고 대학교 때부터 생각했거든요.
    - 여기서 함정은 다른 지역 남자와도.. 쿨럭!

  • 12. 미네르바
    '12.12.21 11:28 PM (121.146.xxx.235)

    저도 부산사람입니다
    아버지 삼촌에게서 전라도 험담 듣고
    그런가 생각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대학들어가 사회비판적 책을 읽으면서도
    전라도에 대한 오해는 여전했습니다
    세뇌가 확실했죠
    전 혜택받은 입장입니다
    흔히 말하는 지주집안이라
    철저하게 빨갱이가 될 수 없음도 미리 말합니다
    그런 김대중 대통령님에 대해
    바르게 인식할 수 있게 해준 곳이
    바로 이 곳입니다
    그전만해도 김대중이 돈 써서 노벨상 받았다
    이런 소리 믿었습니다
    온갖 억측 나돌면
    바보모냥 믿었습니다

    10년 정도 되는군요
    요리책보고 놀러왔다
    머물게된 82는 내 주변과 너무 달랐습니다
    그러면서 하나 둘 깨친거죠
    저만해도 박통의 여자관계 , 학생운동 한 사람
    어떻게 하는지 들어 알면서도
    새마을 운동으로 나라를 발전시켰다 생각했답니다

    침 뱉을 사람을 존경한거죠
    항상 김대중대통령님과
    전라도민들께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저만해도 82가 아니었다면
    51%의 일원일 사람입니다

    선험자들의 고난속에 저희 있는 것 압니다
    열심히 알리고 또 알릴겠습니다

  • 13. 저도
    '12.12.22 12:21 AM (175.116.xxx.164)

    부산출신 할머님,부모님과 살면서 얼마나 세뇌를 당하고 자랐는지 몰라요.

    단칸방에 살고 지질히 가난했는데 울부모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일번 찍으셨고 3당합당할때 박수치면서 자기가 승리하신듯 기뻐하시던 모습 아직도 기억에 선해요.

    대학가고도 그 색안경이 안벗겨졋는데 전라도 출신인데도 정말 착한친구들 만나면서 달라지고 정치에도 관심가지고 새로이 보게 됐어요
    세뇌당하고 자란 제 여동생들도 스스로 계몽해서 절대로 그렇게 살지 않아요
    그래서 전 두딸 자식교육 잘 시키고 옳고 그른게 무엇인지 잘 교육시키려구요

    저흰 골수 민정당팬이었던 친정엄마도 계몽시킨 자매랍니다.
    아직 시부모님은 역부족이지만요

  • 14. ,,
    '12.12.22 12:27 AM (218.37.xxx.69)

    저도 김대중 대통령이 빨갱이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대통령 당선되신날 방송에서 갑자기 찬양 하는것을 보고 깜짝 놀랐었네요.

  • 15. 자끄라깡
    '12.12.22 1:45 PM (121.129.xxx.144)

    원글님과 댓글다신님들 너무 현명하시네요.

    처마끝 낙수물에 땅이 패이고
    가랑비에 옷이 젖게 쭉~하는 거죠.

    처음부터 세게 부딛치면 대나무처럼 부러집니다.
    바람이 불어도 낭창낭창 휘어지는 버드나무처럼 조곤조곤
    하지만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드려요.그럼 우리가 이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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