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좀 정신차리고 써봅니다.
패배의 근본적인 원인은 문후보에게 확실하게 다가오는 이미지가 부족했다는 겁니다.
젠틀하고 신사적인 이미지가 있기는 했으나.혼란의 시기에 국민들은 보다 더 강력하고 카리스마있는 이미지를 원한다는 것을 아셔야 했어요.
이성적이고 똑똑하고 따듯한 이미지 보다는 앞에서 이끄는, 장악하는 이미지가 필요했습니다.
이번 결과에서 보듯 앞으로 젊은층에서도 이미지만 보고 찍는 유권자가 점점 늘어날겁니다.
정치에 염증나게 조중동이 조작할수록 더할거구요.
더구나 깊이 생각하기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현 세대를 움직일수 있는건 이미지 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이길수 있었던것은 그 혼란의 시기에 수많은 경륜을 강조하고 지금도 생각나는 표어. " 든든해요.김대중"
이 표어가 국민들에게 적잖은 안정감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청문회 스타, 부산에서 깨지고 부서지면서도 끝없이 도전했던 그 자신감." 싫어하는 분들은 극도로 싫어했지만 저돌적이었던 그분만의 스타일이 사실은 암암리에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었죠.
개인적으로 저는 수원에 사는 시민인데..지난번 이곳 시장선거에서도 염태영 시장이 내건 표어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 시장이 반찬이다" 그러면서 조리사복을 입고 있었죠.
시장선거에 공약따위 제대로 볼사람 별로 없고..그런부분에 꼼꼼히 신경쓸 분들은 어차피 대부분 진보적인 성향을 지니고 계시고요.
머리에 쏙 박히는 그 이미지 덕에 염시장 당선!
박근혜 후보가 아무리 멍청하다고 공격하고 주변에 온갖 똥쓰레기 모아놔도..
개인적으로 당색깔을 모두가 기피하던 " 빨간색" 으로 바꾼것이 저는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빨간색만큼 선동적이며 강한 색이 사실없죠.
그에 비해 민주당이 내건 노랑과 초록을 보면서 내심 불안했습니다.
안그래도 문후보의 이미지가 강하지 않은데 내건 중심색마저 중간색이어서 웬지 유약해보이고 강한 이미지가 전달이 안되는듯 했거든요.
토론회에서 아무리 문후보가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잘 임해도, 오히려 이미지를 중시하는 생각없는 분들에게는
박근혜후보의 뻔뻔하기까지한 오만방자한 태도가 더 다가올수 있습니다.
우리가 볼때는 어이없고 실소가 나오는 " 대통령 되면 3단 콤보세트"가 이성보다 감성이 우선인 세대에게는 역설적으로
정말 우습지만 자신감처럼 보일수 있다는 거죠.(저도 분석은 하지만 어이는 정말 없습니다만.)
앞으로 진보진영이 승리를 하려면 뭔가 강력하면서 온갖 난관을 헤쳐나갈수 있는 이미지, 든든하면서 안정감있는 이미지를 국민의 뇌리에 깊이 심어주지 않으면 정치공학적으로 늘 패배할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민주당과 진보진영이 각성해서 변화하는 세대에 적응좀 하길 바랍니다.
어차피 이성과 냉철은 기존 지지자들, 대부분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는 지지자들에게는 어필할겁니다.
그부분은 계속 가지고 가되, 대다수의 숨겨진 중도층과 말이 안통하는 벽창호같은 세대에게는 " 이미지" 로 승부해야 합니다. 백날 좋은 공약 가져오고 온갖 역사적 기타등등의 팩트 다~ 들이대도 그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미 머리속에 깊이 박혀진 이미지가 새로운 팩트를 받아들일때도 자기들만의 프레임으로 재해석 하게 되니까요.
정치계는 연예계와 똑같습니다.
그것이 클린턴의 섹스폰 정치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고, 오늘날 우리가 뼈아프게 보듯 독재자의 딸이 감히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는 현상을 낳은 것입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아무리 훌륭한 인격자가 나온들, 대다수의 대중은 이미 받아들여진 이미지대로만 반응합니다.
조중동이 계속 만들어준 이미지를 깨려면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대통령처럼 뭔가 강력하고 화악하고 당기는 이미가 없이는 어렵습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너무나 신사적이었던 문재인 후보님은 그래서 고배를 마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진중함은 오래도록 그 분을 지켜보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나 통하지..
이미 수많은 프래임에 갇혀서 바라보는 일반 생각없는(죄송합니다.) 대중에게는 다가오질 않습니다.
남은 5년 절치부심하면서 진보계의 "스타"를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우리만의 세상에 갇힌 멋진 인물이 아니라 저들의 세상에도 울림을 줄 수있는 대중적인 이미지를 갖춘 후보.
없이는 다시 5년후 우리는 필패라고 생각합니다.
패일대로 패여서 신음하는 48프로 여러분들..힘내시고..서로 물고 뜯고 하는 한풀이 대신 좀 더 나아가셨으면 합니다.
그래도 내일은 해가 뜨겠지요.
모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