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근처를 걷고 있는데, 앞에 한 남자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걷고 있었어요.
그러다 뒤돌아서서 저를 보더니 황급한 표정(정말 연기가 대단했어요)으로,
Do you speak english?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조금 할 줄 안다고 했더니,
정말 자기 살았다고 하면서,
자기는 한국에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왔다, 그런데 전철역에서 가방을 잃어버렸다, 경찰서에 갔는데 영어도 잘 못하고 미국 대사관에 연락해보라고만 한다, 오늘은 공휴일이라 대사관에 연락이 안된다,,,, 등등
이러면서, 자기가 지금 순천에 미팅이 있어 가봐야는데 차비가 없다. 000원만 빌려달라(금액이 아주 구체적이었어요). 낼 돌아오면 꼭 갚겠다,,, 하는 거예요.
제가 당신을 어떻게 믿냐니까, 믿든 안믿든 상관없지만, 자기는 절대 거지가 아니다, 당신에게 구걸하는 게 아니다.. 이럼서 오히려 더 당당...
순간 전 날도 추운데 그사람이 안되보였고, 그냥 지갑에 있는 돈을 줬어요.
제 연락처를 묻더니 낼 꼭 연락하겠다... 이럼서 헤어졌는데요...
한참 후 생각해보니 왠지 당한 느낌...
전화사기도 한순간 당하는 거잖아요. 저도 당하고 나니까 사긴 줄 알겠더라구요.
여러분도, 혹 길가다가 이런 분 만나면 조심하세요. 간혹 정말 곤경에 처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런 동정심을 유도해서 돈 뜯는 사람들... 정말 나쁘네요... 안그래도 멘붕인데 이런 놈들때문에 기분 더 거지같아요 ㅠ.ㅠ